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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사진을 보냈다. 메시지 없이 사진만 달랑 보냈지만 의기양양한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 말로만 듣던 '포켓몬빵'이다. 품절 대란이라는 포켓몬빵을,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무려 세 개다. 어떻게 구한 거지? 궁금한 마음에 손가락이 바빠진다.

"어떻게 구했어?"
"ㅁㅁ동에 올라왔더라고."


처음에는 남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동네 편의점에 포켓몬빵이 입고 되면 알려주는 앱 같은 게 있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당근마켓에서 1만5000원 주고 샀어."
"응??? 뭐라고????? 얼마에 샀다고???????"


물음표의 갯수가 줄지 않고 점점 늘어날 때쯤, 남편이 한 마디 보탰다.

"원래 하나에 6000~7000원씩 파는데 나는 싸게 구한 거야."

'그렇구나, 3천 원이나 싸게 산 거구나. 잘했어'라는 칭찬은 입에서 차마 나오지 않았다. 포켓몬빵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지만 사실 남편이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이 빵을 산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아이가 원하니까, 아이가 먹어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중고마켓에서 포켓몬빵을 사온 남편
 중고마켓에서 포켓몬빵을 사온 남편
ⓒ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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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북이......'로 이어지는 포켓몬 노래를, 나도 모르는 그 노래를 아이는 언젠가부터 줄줄이 왼다. 그러면서 '나도 포켓몬빵을 먹어보았으면' 하고 또 노래를 불렀다(영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빛을 하는 아이를 외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릴 적에도 국진이빵, 포켓몬빵을 먹어본 적 없는 나는 사실 이 빵이 왜 지금 와서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 솔직히 이해하지 못한다. 뭐든지 남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는 더욱 외면하는 성격 탓일 수도 있고, 호기심이 없는 기질을 타고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고, 포켓몬빵도 왕년에 먹어본 사람이 찾는 게 아닐까. 그때는 한 푼 두 푼 용돈 모아 간식을 사 먹던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엄마 눈치 보지 않고 자기 돈으로 얼마든지 포켓몬빵을 살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테니까. 포켓몬빵이 다시 인기를 누리는 것은 그때의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어 만끽하는 '발칙한 사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를 향해(향했던 때가 있었다고 믿고 싶다) '밤하늘의 별도 달도 따주겠다던' 남편의 마음이 지금은 온전히 아이에게로 향하는 중이다. 1만5000원이라... 편의점 열 군데를 돌아야 포켓몬빵 하나를 구할 수 있다던데... 3개면 서른 군데를 돌아다녀야 할 시간과 발품이었으니 1만5000원이면 그래 싸게 산 걸로 치지 뭐.

머지않아 포켓몬빵에 담긴 열망들도 다시금 추억이라는 시간 속으로 사그라져들 것이다. 어느 날엔가 편의점 진열장에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포켓몬빵을 하나 보게 된다면 그때는 고민 없이 살 것이다. 물론 제 값을 주고 말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스티커.
 아이가 좋아하는 스티커.
ⓒ 허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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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어렵게 구해서 먹어본 빵은 사실 누구나 아는 흔한 맛이었다. 초코빵 두 개는 아이가 먹고 치즈빵은 내가 먹었다. 빵을 다 먹기도 전 스티커를 달라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났다.

1998년 포켓몬빵에 추억할 만한 나의 어린 시절은 없었지만 2022년의 포켓몬빵에는 아이가 추억할 이야깃거리 하나가 담겼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만 속해 있던 포켓몬빵이 '우리들의 포켓몬빵'이 된 날이다.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서 발행한 글입니다. 브런치by달콤달달


태그:#포켓몬빵, #응답하라1998, #응답했다2022, #추억거리, #포켓몬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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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처음에는 우연히 보았다가도 또 생각나서 찾아 읽게 되는,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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