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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을 봅니다.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입니다.[편집자말]
지난 4월 우연히 한 지역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텃밭에 갈 기회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밭을 일구고 관리하는 공동텃밭이었다. 그곳에는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한 어린이가 땅을 파다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땅을 파던 중 어린이가 실수로 작은 동물(곤충이나 벌레)을 죽이게 되어 울음을 터트린 것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반사적인 웃음이었다. 코와 입에서 새어 나온 '피식 웃음'은 이내 귀에 닿았다.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아차' 싶었다.

무의식중에 나는 두 가지를 무시하고 있었다. 작은 동물의 생명, 그리고 그 작은 동물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어린이의 진심. 나는 이 두 가지를 '웃을 만한 것'으로 여긴 것이다.

매년 5월 5일은 모두가 기다려온 '어린이날'이다. 어린이일 때는 선물이 기대되는 날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모두가 기다려온 달콤한 '빨간 날'이라서 두근대는 날이다. 특별히 오는 2022년 5월 5일은 어린이날 100주년이다.

텃밭에서의 부끄러움이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고 어린이날 100주년이기도 해서 진지한 마음으로 어린이의 세계를 탐구해보고자 책 한 권을 펼쳐 들었다.

우리는 모두 어린이였던 때가 있기에 어린이에 대해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책 <어린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몰랐던 깊고 넓은 어린이 세계에 대해 소개한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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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린이라는 세계>의 저자는 김소영 작가다. 김소영 작가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어린이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이십 년 남짓 어린이 곁에서 책을 만들고 책을 읽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양육자도 아니고 교육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어린이에 대해 말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히려 나는 저자의 그러한 배경 덕분에 객관적인 시선에서 어린이를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로서 자녀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린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 참 멋지지 않은가. 나와 같이 아이가 없는 성인도 어린이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기도 했다. 

웃참 실패, 그리고 반성하게 되는 책

텃밭에서의 부끄러움과 반성으로부터 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기 시작했다. 진지함으로 임했지만 몇 페이지를 버티지 못하고 웃참(웃음 참기)에 실패했다. 영국으로 유학을 가는 꿈을 가진 하윤이를 만나자마자 웃음이 터져버린 것이다. 이 못난 어른을 어찌해야 할까.
 
"나중에 저 다니는 대학교에 엄마 아빠 형아가 놀러 오면요, 저는 한국말을 잊어버리고 영어로만 말할 수도 있어서 그게 걱정이에요. 선생님 만났을 때도 제가 영어로만 말할지도 몰라요." -  p.27

저자는 그때를 대비해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엄마 아빠 형아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하윤이를 안심시켰다고 한다.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어른은 '한국말을 잊어버리는 상황'의 논리적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기 때문에 웃음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라고 웃음이 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온 힘을 다해 웃음을 참았다고 한다. 바다 건너까지 유학을 가겠다는 상상에 담긴 하윤이의 진심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깊은 어린이의 세계를 존중하고자 하는 저자의 진심에서 진짜 어른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저자의 내공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책을 통해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게 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지만, 반성하게 되는 대목도 여럿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도 '다른 손님들' 중 한 사람으로서 반성할 대목이 있다. 나도 한때는 식당에서 떠드는 아이들과 보호자들을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곤 했다." - p.211

마찬가지로 나 또한 부끄러운 과거들이 떠올랐다. 식당과 카페 등에서 떠드는 아이들을 볼 때면 '아이들이 아니라 보호자들이 문제야'라고 생각했다. 식당과 카페뿐일까. 비행기, 기차, 버스 등에서도 걸핏하면 어린이들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던 적이 여럿 있었다.
 
"어린이는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어디서 배워야 할까? 당연하게도 공공장소에서 배워야 한다." - p.213

저자는 예의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빠뜨리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노키즈 존은 엄연한 차별"이며 "좋은 곳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그에 걸맞은 행동을 배워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와 보호자에 관해 관용을 갖는다면 어린이들이 걸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를 존중하는 법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 모두 어린이를 엄연한 한 명으로서 존중하고 대접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오는 실천들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 모두 어린이를 엄연한 한 명으로서 존중하고 대접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오는 실천들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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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린이를 존중하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실천들은 무엇이 있을까. 책을 읽고 정리해봤다.

첫째,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하지 말 것. 어렸을 적을 떠올리면 어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른의 요구를 거절하면 '착한 어린이'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어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어린이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둘째, 함부로 귀엽다고 하지 말 것. 이건 정말 실천하기 어렵다. 어린이들을 만나면 혀 끝이 간질간질해지면서 '귀엽다'는 말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는다. 우리 사회에서 '귀엽다'는 표현은 보통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만한 존재 앞에 붙이는 수식어다. 보통 그 존재들을 '감상'할 때 나오는 표현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귀여운 건 진실이지만 어린이들을 귀엽게'만' 여기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종종 어린이들의 감정과 표현을 별거 아니라는 듯 무시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셋째, 함부로 반말하지 않고 존댓말을 쓸 것.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처음 보는 이가 우리에게 반말한다고 생각해보면 기분이 어떨까?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 모두 어린이를 엄연한 한 명으로서 존중하고 대접하고자 하는 의지에서 나오는 실천들이다. 세 가지가 전부는 아닐 테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의 말처럼 어린이의 몸이 어른의 반만 하다고 하여 어린이가 '반 정도의 존재'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어린이가 경험한 삶이 어른에 비해 짧다고 하여 어린이가 경험한 세계가 어른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어른의 잣대로 어린이를 함부로 판단하려는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

어른으로서 맞이하는 어린이날

1923년 첫 어린이날은 노동절인 5월 1일이었다. 어린이를 명명하고 어린이날을 만든 어린이 운동가들은 노동자가 해방되듯이 어린이도 해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0년이 지난 현재, 어린이는 정말 해방된 존재인지 점검해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어린이를 온전한 한 명으로 대하고 있는가?

올해 어린이날은 어떤 마음으로 맞이해야 할까? 어쩌면 어린이들에게는 선물 받는 어린이날이 가장 '어린이날'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에게는 어떤 어린이날이 되어야 할까?

달콤한 '빨간 날'로만 맞이하거나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는 날, 혹은 어린이들과 외식하는 날로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어린이들이 그런 걸 기대할지라도 말이다.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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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채식, 도시 문제, 동물권, 주거권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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