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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 병인년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침략한다. 훗날 역사는 이 사건을 병인양요라고 기록한다. 프랑스군은 약 두달간 강화도를 점령했다가 거센 저항에 못이겨 탈출하는데 이때 두 가지에 놀랐다고 한다. 하나는 조선군의 용맹함과 빼어난 사격술이었고 둘째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집을 가나 책이 가득했다는 것이다(그래서일까? 프랑스는 강화도에서 외규장각 도서 등 수천 종의 서적을 약탈해갔다).

이러한 영향 때문일까? 강화도는 적은 인구 규모, 군 단위 지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제각각의 개성을 지닌 책방(서점)이 9곳이나 된다. 더 놀라운 것은 강화의 책방들이 비교적 최근인 201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해 저마다의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엔 강화도에 있는 책방을 찾아 여행하는 '책방 투어'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이에 필자는 강화도를 여행하는 또다른 재미인 책방 투어를 위해 책방 소개를 2회에 걸쳐 다뤄보고자 한다. 지난 편 강화 서남부에 이어 이번 편에선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강화읍 권역에 위치한 책방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여행지, 맛집을 소개한다.

[딸기책방] 그림책이라는 신기한 원더랜드 속으로
 
딸기책방의 전경.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딸기책방의 로고가 이채롭다.
 딸기책방의 전경.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딸기책방의 로고가 이채롭다.
ⓒ 아이-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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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어도 싱그러운 느낌 가득한 이곳은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방이다. 동시에 같은 장르의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겸하고 있다. 한마디로 책을 만들고 동시에 파는 곳인 셈이다.

군청을 지나 1970~19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예스러운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파란지붕의 인상적인 책방 건물을 마주한다. 1945년 건물 등록이 이뤄졌다 하니 80년 가까이 되는 연륜 있는 집인데 파란 지붕과 딸기를 닮은 책방 간판의 조화가 이채롭다.

내부에 들어서면 책방에서 엄선한 그림책을 볼 수 있는데 특히 강화도에서 활동 중인 김금숙, 문승연 작가 등의 작품을 보기 좋게 진열했다. 어릴 때 읽던 만화책, 동화책 정도를 생각하고 들어선다면 남녀노소 함께 읽을 수 있는 양질의 그림책에 놀라고 만다.
 
강화 지역의 어린이들이 딸기책방을 체험하고 있다.
 강화 지역의 어린이들이 딸기책방을 체험하고 있다.
ⓒ 아이-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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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출판사 편집자, 디자이너 출신인 부부 책방지기의 내공이 엿보이는 큐레이션이 일품이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그림책 만들기 강좌를 운영하는데 공고가 나자마자 바로 마감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이 강좌를 통해 정식으로 작가로 데뷔, 그림책을 출간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들러볼 것을 권한다.

책방에서 직접 내려주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책방 테이블에 앉아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 구경도 하고 인생 그림책까지 만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방 여행 아닐까?

■ 주변 둘러볼 곳

책방 골목 가까이에 위치한 카페, 조커피랩을 추천한다. 강화에선 가장 맛 좋은 카페 중 하나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유명한 미식가이기도한 책방지기들의 추천 맛집인 강화국수 역시 가볍게 한 끼 하기에 좋다. 주차는 인근 강화군청 또는 강화산성 동문 무료 주차장에 할 수 있다.

○ 위치: 강화군 강화읍 동문안길 33


[낙비의 책수다] 책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
 
책방 공간은 작지만 내부에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손님을 유혹한다.
 책방 공간은 작지만 내부에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손님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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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단순히 책을 읽고 사는 공간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낙비의 책수다는 더욱 그렇다. 강화군청과 도서관 사이를 잇는 길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오아시스처럼 반짝이는 작은 책방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지만 아늑한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주로 문학과 에세이, 달마다 책방지기가 정한 큐레이션 주제의 책들이 한켠에 가지런히 정돈돼 있고 반대편엔 책의 인상적인 문구와 알쏭달쏭 호기심을 자극하는 해시태그(#)로 정리된 블라인드북이 진열돼 있다.

수많은 책 가운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요즘 감정이나 상황, 관심사가 담긴 해시태그를 찾아 미지의 책(블라인드 북)을 구입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인상적인 문장과 해시태그로 소개된 블라인드북 코너. 뜻밖의 인생 책을 만날 수도 있다.
 인상적인 문장과 해시태그로 소개된 블라인드북 코너. 뜻밖의 인생 책을 만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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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비의 책수다는 북클럽을 운영해 함께 책 읽기도 가능하며 잠시 방문해 책 속 멋진 구절을 함께 필사할 수도 있다. 원한다면 타로 상담을 요청할 수 있다.

이뿐 아니다. 4월 30일까지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점자 그림책 프로그램을 함께할 수 있다. 훈맹정음을 만든 강화 교동도 출신 고 박두성 선생님을 기리는 의미로 방문자가 책방지기의 안내에 따라 그림책 속 한 문장을 점자로 제작해 점자 그림책을 함께 만들어볼 수 있다.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책방이 엄선한 그림책 세 권 중 한 권을 선물로 준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 주변 둘러볼 곳

책방 맞은 편 골목에 SBS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맛집 서문김밥이 있다. 당근을 섞은 밥을 만 김밥은 보기엔 단촐한데 한 번 먹으면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책방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3분만 걸어가면 100년이 지난 한옥성당(성공회 강화교회)와 조선 25대 왕인 철종이 즉위 전 살았던 용흥궁이 나온다. 주차 역시 용흥궁 공영 주차장을 권한다.

○ 위치: 강화군 강화읍 북문길 10


[소금빛서점] 그 여자 그릇, 그 남자 서점
 
고즈넉한 고택, 다정하게 자리한 유림상회와 소금빛 서점
 고즈넉한 고택, 다정하게 자리한 유림상회와 소금빛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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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 적 있다면 이 공간은 낭만 가득한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일제 강점기 시절 잠시 머물렀던 공간으로도 유명한 대명헌(당시 감옥에 투옥된 김구 선생의 구명에 앞장선 김주경 선생이 지내던 거처로, 현재 건물은 이후 다시 지어졌다) 입구 왼편엔 유림상회가, 오른편엔 오늘 소개할 소금빛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마치 영화 제목처럼 '그 여자 그릇, 그 남자 서점'으로 각자의 공간을 소개한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곳이다.
 
소금빛서점의 내부 모습
 소금빛서점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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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주로 종교서적이 많으나 강화도와 관련한 책, 문학서들도 정갈하게 준비돼 있다. 책방은 주로 무인으로 운영되니 편히 들러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 책방 곳곳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도 눈을 즐겁게 한다.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촬영지이기도 하다.

책방을 둘러봤다면 책방지기의 아내가 운영하는 유림상회로 자연스럽게 향하게 된다. 폴란드 그릇 등 당장 주방에 놓고 싶은 식기와 소품이 방문자를 유혹한다.

■ 주변 둘러볼 곳

책방 앞 골목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강화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인 조양방직을 만날 수 있다. 소창을 만들던 방직 공장을 개조해 만든 공간엔 운영자가 수십년간 수집한 수천여점의 골동품이 우리의 눈을 압도한다. 카페 바로 옆 블록에는 강화도와 관련한 소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인 진달래섬도 꼭 들러봐야 한다.

○ 위치 : 강화군 강화읍 남문안길 7
 

글·사진 안병일 강화 책방시점 대표, 자유기고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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