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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용산다크투어 참가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용산역 앞에서.
 지난 1월 22일, 용산다크투어 참가를 마치고 참가자들과 함께 용산역 앞에서.
ⓒ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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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일모레까지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갑니까?"

지난 4월 12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밝은 대낮에 들은 목소리다. 그날 용산역 텐트촌에서는 '용산역 텐트촌 철거대상 주민들의 주거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공중보행교(일명 구름다리) 신설공사를 한다는 이유로 용산역 텐트촌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갑작스러운 퇴거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멀쩡한 통로가 있음에도 굳이 다리를 새로 짓겠다며 주민들에게 텐트를 치우라고 했다. 짧게는 5~6년, 길게는 20년 동안 제대로 된 수도시설이 없고, 따뜻한 온돌바닥도 없는 곳에서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던 사람들에게 별안간 떨어진 "내일모레까지 나가라!"는 퇴거명령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구청과 민간 시공사는 대책 없는 말 몇 마디로 주민들을 쫓아낼 심산이었다. 명확한 주거·이주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상황에 대한 아무런 설명과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쓸어버리려고 했다. 이런 일은 용산역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17년에 호텔 공사를 이유로 공중보행교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들을 내쫓았다. 쫓겨나는 동료들의 잔상을 기억하는 주민들에게 그날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역사가 오늘도 용산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용산의 어두운 과거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용산다크투어'가 그것이다. 올해 1월 22일, 용산참사 13주기를 기억하며 용산역과 용산정비창기지, 용산역 텐트촌, 용산참사 현장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듣는 여행형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벌써 10회 차를 바라보고 있다. 시민들은 용산참사를 추모하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길을 걸었다. 용산다크투어의 핵심 코스 중 하나인 '용산정비창기지'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틈만 나면 '국제업무지구'를 만들겠다고 언급하는 곳이다.

2007년과 2013년에 용산은 '단군 이래의 최대 개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을 추진했다가, '단군 이래의 최대 개발 사기'로 막을 내린 적이 있다. 사업이 청산으로 결정 나자, 용산개발은 완전히 좌초되었었다. 2021년 4월, 오세훈은 서울시장이 되어 돌아왔다. 또다시 주민들의 주거권과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며 '개발'을 입에 올리고 있다.

축구장 70개가 들어갈 만큼의 큰 규모를 자랑하는 용산정비창기지는 공공의 땅이다. 이곳을 '개발'해야 한다면 시민과 공익을 위해 개발하는 것이 맞다. 오세훈 시장은 용산을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말했다. 맨해튼은 2021년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13%, 113만 달러가 상승한 도시다.

매달 아파트 임대료가 폭등해 신규 임대차 계약을 맺은 월세 중간값이 446만 원으로 30년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고 한다. 오세훈 시장은 한국의 용산을 미국의 맨해튼처럼 만들려고 하나 보다. 용산을 개발해 집값을 올려 주거 난민을 만들겠다는 그의 청사진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다시 정치의 역할을 묻는다
 
2022년 1월 22일, 다크투어 참여자들이 용산참사 현장에서 꽃을 놓으며 헌화하는 모습.
 2022년 1월 22일, 다크투어 참여자들이 용산참사 현장에서 꽃을 놓으며 헌화하는 모습.
ⓒ 김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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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기를 당했어요. 서울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땅이 더 이상 없다고 하더니 이렇게 큰 땅을 가지고 있었네요."

용산다크투어를 함께 준비한 청년 주거단체 활동가는 용산정비창 기지의 넓은 땅을 보고 말했다. 용산정비창 기지는 끝에서 끝을 걸으면 약 20분 정도 걸린다. 주변에 있는 소소한 가게들과 함께 용산을 지키고 있는 '골목'의 일부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동네의 모습을 지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용산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울에서 '시민권'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그 첫걸음을 '용산다크투어'가 내디뎠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에 공공개발을 한다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서울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여전히 6%에 멈춰있다. 처참하다.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부르는 스웨덴, 네덜란드 등이 평균 20% 안팎의 사회주택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공공임대주택의 부족은 서울의 낮은 주거권을 방증하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이란 대도시에서 주거 난민으로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공공부지 개발 시 100%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고 건설형 공공임대주택뿐만 아니라 매입임대주택을 확대해야 한다. 자치구별 공공임대주택 쿼터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직접적으로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충분하고 안전하게 빌려 쓰기 위해 '서울형 공정임대료 제도' 즉 '임대료 상한제'를 동결 수준까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임대료가 폭등했고,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주거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주거비 부담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년 말, 가계부채는 1800조 원이 넘는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은 주거취약계층뿐만이 아니다. 임금 노동자 역시 늘어난 빚을 갚느라 등골이 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독일, 영국처럼 공정임대료 방식으로 주거품질과 주거유형을 정하고 그에 따른 임대료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서울에 여전히 남아있는 공공부지들을 어떻게 활용하여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공공부지를 제대로 활용하는 것만이 갈라진 사회를 연결시킬 수 있는 해법이다. 다시 정치의 역할을 묻는다.

용산정비창 기지를 공공 개발해 공공임대주택을 100% 만들고, 부동산 투기의 불씨를 잠재울 정비 지수제를 부활해야 한다. 정비사업 인권영향평가 도입을 통해 더 이상 쫓겨나는 사람이 없는 서울을 만들어야 한다.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은 서울에서 없어야 한다.

기후 위기라는 오래된 사회적 위기 속에서 폭염과 혹한, 폭우와 폭설을 맨 몸으로 받아내는 시민들이 있다. 기후 위기 취약계층은 주거취약계층, 인권취약계층처럼 중첩된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서울의 불평등을 해결하고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 주거권을 보장하는 일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서 언급한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적정 임대료 도입뿐만 아니라 더 이상 강제퇴거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값 하향화와 안정화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어떠한 가구 유형도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 원하는 생활 동반자와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주거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은 시민과 더불어 발붙이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혜미는 용산정비창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대위 활동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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