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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직 후 마련한 6인승 대형 캠핑카로 2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 편했지만, 대형이다 보니 작은 캠핑장인 경우 이용하기 어려운 제약이 많고, 피로감이 컸다. 남편은 스타모빌 캠핑카를 팔고 SUV를 사 차박 캠핑카로 개조해 여행 중이다.

큰 차와 달리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는 곳이면 주차해 차박을 할 수 있고 자그만 텐트만 한 동 치면 음식까지 해 먹을 수 있어 대형캠핑카 못지않다.

하여 3월에 들어서부터 하동 다합 매화꽃을 보기 위해 첫 번째 SUV 차박 캠핑을  다녀왔고, 두 번째는 충남 남당의새조개 축제를, 그리고 완도 해산물 전시관이 있는 곳으로 세 번째 여행을 다녀 왔다.

모두 일반 캠핑장이 아닌 주차장에서 잠만 자고 음식은 사 먹는 차박이었다. 그래서 네 번째 캠핑카 여행은 좀 더 길게 다녀오자고 생각하고, 지리산의 한 캠핑장에 다녀왔다. 
 
달궁휠링캠핑장
 달궁휠링캠핑장
ⓒ 염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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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낸 싹들이 하늘거리는 4월 끝자락! 2박 3일 여정의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지리산의 한 캠핑장!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캠핑장으로 주차장비 5천 원에 캠핑장 7천 원 정도로 저렴한 국립캠핑장이다.

더구나 캠핑장이 있는 달궁마을은 지리산국립공원 달궁계곡 제3주차장 근처에 있는 사다리꼴의 평탄한 대지로, 동서 길이 100m, 남북 길이 80m가 달궁터라고 알려진 곳이다.

삼한시대 때 마한의 효왕이 진한의 공격을 피하여 지리산으로 들어와 도성을 쌓고, 궁을 세웠는데 그 궁이 있었던 자리가 바로 달궁터이며 현재 달궁마을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달궁마을
 달궁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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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2박 3일 여정인 캠핑장으로 가기 위해 차박 캠핑으로 개조한 차에 인디언 텐트, 간이식탁,  코펠 등 간단한 여행 장비를 싣고 집을 벗어났다. 

강천산 휴게소에서 작은 고모와 합류 3시 넘어 도착한 캠핑장. 예약된 9팀이 머문다는 직원의 말처럼 군데군데 먼저온 사람들의 텐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미리 예약된 곳에 인디언 텐트를 치고 차량을 정리한 뒤 캠핑장 주변을 두르듯 빙 둘러 안은 지리산을 바라보았다.
 
인디언텐트
 인디언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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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연초록 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몽실한 나무들마다 푸른 자태를 뽐내고 있어 눈이 부셨다.

구름이 걷힌 사이로 내린 햇살이 연초록 잎 사이로 흘러 내려서일까? 마치 눈동자까지 푸르러진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초록을 오래오래 품는다.
 
지리산 자락의  몽실한  나무들의 어울림
 지리산 자락의 몽실한 나무들의 어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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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시 무렵. 인디언 텐트 안에서 준비해 온 삼겹살과 더덕구이로 저녁을 먹고 산의 냉기를 쫒는 모닥불을 피워 불멍에 든다. 

오후 내내 깃들었던 초록 마음을 내려 앉히고 타오르는 불길에 마음을 둔다. 벌건 모닥불의 날름거림으로 냉기는 달아나고 찬 몸이 데워지며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불멍은 숱한 사념을 없애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게 만든다. 더할나위 없이 편안한  비움의 시간이다. 그렇게 타오르고 타오르다 불꽃이 사라지고 잉걸 불만 남는다. 그 앞에서의 무상념은 벌거벗은 아이의 순수함 같다. 이런 불멍이 끝나고 차박 캠핑카로 와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아침 10시, 라면으로 간단하게 아점을 때우고 뱀사골 지나 지리산 천년송 할아버지 할머니 나무로 유명한 와온 마을로 향한다. 예전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느라 힘든 코스였는데 차가 다니는 길과 계곡 데크 산책길이 조성되어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다.

더구나 <지리산> 드라마 촬영지로 더 유명해져 뱀사골을 찾는 여행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다녀갈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한 마을이다. 그리고 5월이면 계곡 군데군데 철쭉이 피어 사진 작가들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와온마을  천년송
 와온마을 천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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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르게 꽃이 핀 듯, 초록 사이사이 연분홍 꽃이 피어 오가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마음을 채가려는 듯,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까지 우렁차 자꾸만 가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철쭉이  핀 계곡
 철쭉이 핀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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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야영지에서 와온 마을은 0.8킬로미터 정도. 일반 사람이라면 왕복 1시간 정도면 될 거리인데, 걸음도 늦고 가는 길마다 손짓하는 풍광에 넋을 놓고 촬영해대는 호기심을 뿌리칠 수 없어 오가는 데 2시간을 훌쩍 넘겼다. 나를 돌아보며 기다려 준 고모와 느릿한 걸음으로 이끄는 남편의 배려가 있어 힘들지 않았다.

와온 마을의 수호신, 천년송을 만나고 오는 길목에서 물레방아가 도는 산장으로 들어섰다. 하얀 머리를 질끈 동여 매고 턱수염이 길게 내린 주인장이 운영하는 산장이다. 남원 막걸리에 석이버섯전, 서비스로 나온 산채, 순두부를 먹은 뒤 덤으로 주신 고로쇠 팩으로 목을 축이며 내려왔다. 캠핑카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도착하니  오후 3시!
 
달궁라테
 달궁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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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오면 놓치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한 카페다. 카페로 들어서는 순간 원두커피의 진한 향이 반기고 산자락 커피숍치곤 꽤 근사하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강력 추천 메뉴인 달궁라떼를 시켜 마셨다.  

저녁 7시 무렵, 지리산 토종돼지 송어회 토종닭 메기탕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즐비한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블로그에서 입소문난 한 식당으로 들어가 토종백숙을 시켰다.

오가피, 감초, 마가목 등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어 삶은 토종닭이라 그런지 질기지 않고 깊은 맛이 났다. 더구나 쌉싸름한 나물과 피마자, 참나물 등 지리산의 갖가지 나물이 감칠맛을 더한다. 
 
토종닭 백숙
 토종닭 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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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고모가 시킨 마가목과 벌집을 넣어 담근 약주가 달달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약주들
 약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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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난 뒤 캠핑카로 돌아와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9시에 기상하여 인디언 텐트를 접고 물건을 정리한 뒤 이틀 동안 안거했던 초록물 가득한 지리산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철쭉도  물줄기를  따르고  싶은  듯...
 철쭉도 물줄기를 따르고 싶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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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들 때마다 한결 같이 우리들을 품어 안아 편안함을 전하는 지리산!  
 
뱀사골자락
 뱀사골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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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신록으로 향하는 몽글거림에 2박 3일 깃들어서일까?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마음의 나태를 벗고 5월 신록의 희망을 품는다.

태그:#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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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두 자녀를 둔 주부로 지방 신문 객원기자로 활동하다 남편 퇴임 후 땅끝 해남으로 귀촌해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로 교육, 의료, 맛집 탐방' 여행기사를 쓰고 있었는데월간 '시' 로 등단이후 첫 시집 '밥은 묵었냐 몸은 괜찮냐'를 내고 대밭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둔 새 소리를 들으며 텃밭을 일구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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