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포스터 ⓒ (주)마인드마크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희생한다.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며 아이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어 한다. 그런 부모의 보호 아래서 아이는 큰 걱정 없이 자신이 해야 할 기본적인 생활을 해 나간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시작하며 여러 관계를 맺어간다. 그 관계는 대부분 크게 문제가 없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왕따나 학교 폭력 같은 시련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학교나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더 나아가 삶의 의지마저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학교 폭력에 희생당하는 아이가 있다는 건, 반대로 가해자 그룹에 속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해자가 되는 데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맺은 관계는 실패한 관계이며 그 실패를 메우는 것 역시 부모의 몫이 돼 버린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그건 본인들의 고통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고통이 된다.

가해 학생의 부모 시점에서 진행되는 영화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가해자, 특히 그 부모들의 위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한음 국제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 이야기인데 그중에서도 한결(성유빈)이 중심에 있다. 

영화 초반 건우라는 학생이 호숫가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는 임시 담임 선생님인 정욱(천우희)에게 죽기 전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에는 병원 이사장 아들 윤재, 전 경찰청장 손자 규범, 학교 중학교 교사 아들 이든, 그리고 변호사 아들 한결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사건 이후 영화가 집중하는 건 가해 학생 당사자들의 모습이 아니라 그 소식을 접한 부모들의 얼굴이다.

병원 이사장 지열(오달수), 전 경찰청장 무택(김홍파), 한음 국제 중학교 교사 정선생(고창석) 그리고 변호사 호창(설경구)이 처음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가해 학생들의 부모인 이들은 피해자가 자살 시도를 했고, 미리 쓴 편지에서 가해자로 지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짓이라며 부인한다. 그들이 가장 먼저 택한 행동은 바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영화 중반 이후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에게 행했던 가혹행위와 폭력이 동영상의 모습으로 이들 앞에 나타난다. 그때 가해 학생 부모들이 선택한 건, 증거인멸 시도와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 방법이었다. 그들은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기 보다 그들의 자식에게 올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에게 피해자의 안위나 죄책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반성하지 않는 가해 학생 그리고 그들의 부모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장면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장면 ⓒ (주)마인드마크



영화에서 피해 학생의 시선은 최소화되어 있다. 피해 학생 건우의 엄마(문소리)가 진실을 접하는 모습은 익숙하다. 이 이야기에서 유일하게 피해 학생의 편에 서는 인물은 담임 정욱뿐이다. 그만큼 현실에서 피해자의 편에 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이 피해자 편에 서는 것 처럼 보이지만 때론 진실은 은 왜곡되고 결국 완전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가해 학생 중 한결과 그의 아빠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가해자로 보이는 한결의 특성 때문에 아빠 호창은 최대한 그의 죄를 덜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한결이 정말 가해자인지 아니면 건우와 같은 피해자인지 헷갈리게 된다. 이 부분은 영화의 극적 긴장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되는데, 현실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학교도 가해의 위치에 선다. 교장 선생님(강신일)은 이 일을 무마하기 바쁘고, 피해 학생의 편에 서 있는 교사 정욱을 회유하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또한 피해 학생 부모의 학교 방문을 막아서는 학교 관리자와 경비들 모두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장면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장면 ⓒ (주)마인드마크

 
이 영화의 이야기에서 눈에 띄는 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부모의 반응이다. 가해 학생 부모들은 한결같이 이성적이고 침착하다. 이들은 감정에 흔들리기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아이를 구제할 수 있는지 방법부터 찾는다.

하지만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감정적이다. 울음을 터뜨리고 화를 낸다.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호창은 이성적인 판단을 하다가도 감정적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영화가 훌륭한 점은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그들이 가진 특성을 명확하게 구분했다는 것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영화의 반전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위치와 행동 때문에 더욱 씁쓸하다. 

호창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는 이 영화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연기를 잘 보여준다. 영화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하는 교사 정욱을 연기한 배우 천우희도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결정해 내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가해 학생의 부모로 등장하는 배우 오달수, 고창성, 김홍파 등도 진실을 은폐하려는 부모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은 과거 <싱크홀>이나 <타워>, < 7광구 > 같은 오락영화를 많이 연출했다. 하지만 오락영화 이외에도 <화려한 휴가>나 <코리아>같이 탄탄한 드라마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이번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이미 5년 전에 촬영과 편집을 마친 작품이다. 5년이 지나 개봉하게 됐지만 영화가 가진 묵직한 메시지는 현재도 큰 울림을 준다. 다시 말해 학교 폭력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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