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코치'의 국가대표 달성이라는 이변일까, 아니면 남자부 국가대표에 이어 믹스더블 국가대표까지 품에 안는 '첫 트래블' 달성이 일어날까. 12일부터 펼쳐진 2022 KB금융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믹스더블 국가대표 선발전의 '미리 보는' 결승 풍경이다.

믹스더블에서 잔뼈가 굵은 '꿈나무 코치' 김은비 선수, 그리고 고교 학생들을 가르쳐 왔던 유민현 선수는 12일과 13일에 걸쳐 열린 조별 예선에서 1등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14일 준결승에서 '팀 킴'의 김선영 선수와 강원도청 정영석 선수가 함께 꾸린 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김은비·유민현 조는 구력을 바탕으로 결승에 나선다.

결승에서 김은비·유민현 조를 만날 맞상대는 김지윤·정병진 듀오. 2021년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했던 김지윤 선수와, 올해 서울시청의 스킵으로 남자부 국가대표 탈환을 한 데 이어 믹스더블 국가대표까지 가져가겠다는 각오로 나서는 정병진 선수가 태극마크를 두고 외나무다리 위 결전을 벌인다.

'팀 킴' 선수들의 아쉬운 탈락
 
 2022 한국컬링선수권 믹스더블 대회 준결승에서 석패한 김선영·오승훈 조와 김초희·정영석 조.

2022 한국컬링선수권 믹스더블 대회 준결승에서 석패한 김선영·오승훈 조와 김초희·정영석 조. ⓒ 박장식

 
이번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믹스더블 대회에는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이 출전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에 믹스더블 국내 대회에 출전한 '팀 킴'의 김선영·김초희 선수는 강원도청 선수들과 팀을 함께 꾸려 이번 대회에 나섰다. 4인조에서는 가지지 못했던 국가대표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서였다.

15개 팀이 참가해 4개 조로 편성된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팀 킴' 선수들은 저력을 발휘했다. 김초희 선수는 오승훈 선수와 팀을 꾸려 나섰고, 김선영 선수는 정영석 선수와 함께 대회에 나섰다. 두 팀은 서로 다른 조로 출전해 1위를 기록하면서 4강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김선영·정영석 조는 김은비·유민현 조를 상대로 4-8의 스코어로 패퇴하고, 김초희·오승훈 조는 김지윤·정병진 듀오에 5-8의 점수로 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다. 특히 김초희·오승훈 조는 마지막 샷 연장의 기회를 아쉽게 놓치며 결승으로의 불씨를 살리지 못했다.

'코치님'의 무패행진
 
 '코치님'의 구력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한 김은비·유민현 조.

'코치님'의 구력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한 김은비·유민현 조. ⓒ 박장식

 
김은비·유민현 조는 이번 대회에 앞서 열린 지역 예선에서도 무패 전승을 기록하며 본선에 올랐고,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단 한 번의 패배 없이 순항하고 있다. 특히 두 선수는 최근 선수보다는 춘천 지역의 '꿈나무 선수'들을 가르치는 코치로서의 본업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보여준 퍼포먼스가 놀랍다.

물론 김은비 선수는 전국동계체전에 지역 대표로 출전한 적도 많은 등 믹스더블에서 잔뼈가 굵고, 유민현 선수는 군 복무 이전 강원도청에서 활약했던 데다, 강한 웨이트를 담은 샷을 던지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런 두 선수의 시너지는 이번 대회 무패 행진으로 드러나면서 두 선수가 '다크호스'로 올라서는 계기가 되었다.

유민현 선수는 "지금까지 해왔던 게 있어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어려울 때는 '구력'으로 버틴 것 같다"라며 웃었다. 김은비 선수 역시 "사실 생각지도 못하게 도대표도 되고 결승까지 올랐다"라면서도, "서로 대화를 많이 하면서 돕는 플레이를 한 덕분에 결승까지 온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국가대표가 탐 날 법도 하지만, 유민현 선수의 고민도 있다. "사실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국가대표가 되면 가르치던 아이들을 못 가르치게 되니 아쉬운 마음도 있다"라면서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대충 할 수도 없고, 최선을 다해야 컬링이 발전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김은비 선수도 "한 번도 성인 국가대표를 역임해본 적이 없다"며 "기회가 언제 올 지 모르니 이번 대회 끝까지 해보고 싶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트래블 도전', 그리고 '2년 만의 국가대표 도전'
 
 2022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믹스더블 결승전에 진출한 정병진·김지윤 조.

2022 한국컬링선수권대회 믹스더블 결승전에 진출한 정병진·김지윤 조. ⓒ 박장식

 
정병진 선수는 이번 대회 우승을 통해 한국 컬링 사상 첫 '국가대표 트래블'에 도전한다. 이미 서울시청의 스킵으로서 4인조 국가대표에 선발된 정병진 선수는 "믹스더블에 나온 다른 선수들이 '4인조 국가대표인데 믹스더블도 나온다'며 질투를 한다"며 웃었다.

해외에서는 4인조에서 뛰는 선수가 믹스더블을 뛰는 경우가 많고, 올림픽까지 나오는 일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4인조 국가대표 선수가 믹스더블 국가대표까지 역임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 정병진 선수 역시 그런 '트래블'에 대한 욕심이 크다. 

함께 뛰는 김지윤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김지윤 선수는 문시우 선수와 함께 지난 2021년 믹스더블 국가대표를 역임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나선 세계선수권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김지윤 선수는 두 번째 국가대표를 역임해서, 믹스더블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따오는 것이 목표라고.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두 번째 국가대표'라는 목표는 동일한 두 선수. 특히 김지윤 선수는 정병진 선수와 지난 해 같이 출전했던 선수의 부상으로 '대타 출전' 했기에 이번 기회가 더욱 소중하다. 김지윤 선수는 "갑작스럽게 합류했는데도 병진 오빠와 팀워크가 좋아 다행"이라며 웃었다.

정병진 선수는 고교 시절 선배였던 유민현 선수를 겨냥해 "지도자인데도 뛰는 형, 누나들에 밀리지 않고 재밌게 경기하겠다"라며 재치있는 각오도 전했다.

'현직 코치' 김은비·유민현 조, '트래블 도전' 김지윤·정병진 조의 태극마크로 가는 마지막 대결은 15일 오전 10시 열린다. 이 경기는 대한컬링연맹의 공식 유튜브 '컬링TV'로도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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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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