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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일은 어린이날이면서 입하입니다. 손바닥만 한 도시농부의 텃밭이라도 절기와 날씨는 늘 관심을 두고 그즈음에 할 일들을 챙겨야 되잖아요. 자연농으로 농사를 지으려면 미리미리 만들어두고 적절할 때 사용해야 할 것들이 있지요. 5월 입하를 맞이하여 지금 해 놓으면 좋은 것들을 소개합니다.

웃거름 만들기

난각 칼슘은 달걀 껍데기를 식초에 담가 삭혀 만드는 웃거름(액비)입니다. 

1. 준비물 : 달걀 껍데기 말린 것(완전히 마르기 전에 안쪽 흰 막을 제거해 주면 됩니다), 입구가 큰 플라스틱 통(깊이가 어느 정도 있으면 좋아요), 양조식초
2. 달걀 껍데기를 모아 쟁반 같은 곳에 펼쳐 그늘에서 말립니다. (신문지에 말리면 종이가 들러붙어서 떼기 힘들어요)
3. 말린 껍데기를 잘게 부숴서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 통에 넣고 식초를 부어줍니다.
4. 식초를 부으면 갑자기 넘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조심 부어주세요. 
5. 2주 정도 지나면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 놔둬도 괜찮아요.
6. 2주가 지나면 껍데기는 걸러내고 칼슘 액은 냉장 보관해서 사용하면 됩니다.
7. 사용법 : 물에 300배~ 500배로 희석해서 뿌려주세요.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통에 담아 발효시키는데 뚜껑을 꽉 닫지 않는 게 좋아요.
▲ 난각칼슘 만들기 입구가 넓은 플라스틱통에 담아 발효시키는데 뚜껑을 꽉 닫지 않는 게 좋아요.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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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각 칼슘은 엽면시비라고 해서 잎에 직접 뿌리면 효과가 더 좋아요. 열매를 튼튼하게 만들어주고 토마토의 경우 여름에 터지는 현상도 막아줍니다. 

특히 늦봄에는 땅속에 물이 부족해서 작물이 칼슘을 흡수하기 어렵다고 해요. 칼슘이 있어야 열매가 잘 맺으니 지금부터 만들어 뒀다가 뿌려주세요. 저는 2주에 한 번씩 분무기로 뿌려줬답니다. 

가장 좋은 웃거름은 겨우내 발효시켜 놓은 소변을 물 줄 때 같이 섞어 주는 겁니다. 재료(하하)를 구하기도 쉽고 만들기도 쉬우니 꼭 해 보세요. (지난 기사 내용 참고)

지지대 세우기

모종이 어느 정도 자라면 지지대를 세워 줍니다. 지지대는 굳이 사지 않고 자연에 있는 것들을 사용해도 좋아요. 

1. 나뭇가지

토마토나 가지처럼 나중에 열매를 맺으면 스스로 서 있는 것이 힘든 작물에는 지지대를 세우잖아요. 처음에는 저도 시중에서 파는 지지대를 사용했는데요.

강풍이 불고 난 다음 날 나가 보니 지지대가 바람에 뽑히면서 같이 묶어 놓았던 가지와 토마토 모종이 뿌리째 뽑혀있었어요. 정말 '이게 머선 129(이게 무슨 일이야)' 였죠.

망연자실 바라보다가 문득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지지대로 사용한 것을 책에서 본 기억이 떠올라 그렇게 해 봤는데요, 결과는 아주 대만족이었어요.

일부러 지지대를 사서 쓰다가 바람에 휘어지거나 부러져 버릴 일도 없고 필요할 때마다 주워오면 되니까 환경 오염도 줄이고 재활용도 하고, 좋더라고요.

그다음 해 텃밭 상자에서는 아예 나뭇가지로만 지지대를 세워줬는데 별문제 없이 잘 자라고 열매도 잘 맺었답니다.

또 지지대에는 작물을 고정하기 위해 끈이나 클립을 사용하는데요. 저는 시장에서 부추나 얼갈이배추 등을 사면 묶어놓는 빨간색 철사 끈(사진)을 모아뒀다가 작물 고정용으로 사용했어요.
 
시장에서 열무나 부추같은 채소를 사면 묶여있는 철사가 들어간 빨간 끈을 재활용하면 좋아요.
▲ 지지대에 작물을 고정시키는 끈 시장에서 열무나 부추같은 채소를 사면 묶여있는 철사가 들어간 빨간 끈을 재활용하면 좋아요.
ⓒ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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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철사가 들어가 있어 작물의 줄기와 어느 정도 여유 공간( 크면서 줄기가 굵어지니까)을 두고 둥글게 휘어 고정했는데요.

철사 때문에 모양잡기가 쉽고 생각보다 튼튼해서 1년 내내 잘 썼어요. 게다가 버려지는 것을 재활용하니까 그것도 뿌듯했답니다.

참, 지지대를 세울 때는 비 온 다음 땅이 부드러울 때 하면 훨씬 수월하니까 참고하세요.

2. 대나무 

텃밭을 시작한 첫해, 옆 밭 어르신은 대나무를 지지대로 쓰시던데요. 대나무를 구하기 쉬운 곳이라면 이 방법도 활용하기 좋죠. (저도 얻어 쓰기도 했고요)

자연농을 하시는 분 중에는 지지대마저도 세우지 않는 것을 추천하기도 해요. 특히 고추의 경우 지지대를 세우지 않으면 열매가 그 무게를 견딜 만큼만 열리는 대신 늦게까지 열리고 튼튼하다고 하네요.

만약 그렇게 할 때 지지대가 아예 없는 것이 걱정된다면 나중에 열매가 생기고 난 다음 무거운 부분에만 Y자 모양의 나뭇가지를 받쳐주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물주기는요

물은 자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아예 안 줄 수는 없잖아요. 점점 날씨가 따뜻해지고 작물이 쑥쑥 자라기 시작하니 갈 때마다 흐뭇한 마음으로 물을 주게 되는데요.

물은 광합성 하는 시간을 피해서 이른 아침이나 해가 적은 오후에 주는 게 더 좋다고 해요. 

만약 주말에만 가서 주중에 물 주러 가기가 어렵다면 페트병에 물을 담아 뚜껑 입구에 물구멍을 몇 개 낸 다음 땅에 꽂아두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이 방법은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름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고요. 지금부터 해 두면 한여름 뙤약볕 물이 부족할 때도 유용하답니다.

또 이렇게 뚜껑을 뚫어 만든 플라스틱병은 물조리개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쌈 채소들은 물을 충분히 주면 좋지만, 고구마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저는 따로 물을 주지 않았습니다. 비가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위에 농사 도사님들이 조언해 주셨거든요.

고구마는 물보다 열매가 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열심히 흙을 북돋아 줬답니다. 

이제 날씨도 좋고 바람도 시원한 5월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들 손잡고 텃밭에 가서 흙도 만지고 바람도 쐬고 벌레도 구경하며 야외 활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가족들과 함께 텃밭으로 즐거운 나들이, 추천합니다!

태그:#웃거름 만들기, #천연지지대활용, #물통꽂이, #도시농부도자연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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