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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
 지난 4월 16일, 혜화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는 이어말하기 집회"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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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이 무너진다." 공선옥 작가 소설 속 한 구절이다. 목련은 그저 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 커다란 꽃송이가 툭툭 떨어져 내리는 모습은 가슴 한켠이 내려앉게 만든다. 이번 봄, 목련은 가슴에서 무너졌다.

그간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인터넷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점점 세를 불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는 희미한 규범은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거치며 그마저도 무너졌다. 정치가 앞장서서 여성 혐오를 소환하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폈다. 여성가족부가 불필요하게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더니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행정부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사실상 제도권 정치가, 집권자가 백래시에 가세한 것이다.

기시감이 든다. 2009년 이명박 정권은 지방노동청에 있던 고용평등과를 근로감독과로 통폐합하였다. 대국대과로의 직제개편으로 10명 미만 조직은 모두 통합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여성노동자회를 위시한 여성단체들은 이에 반대 입장을 내고 싸웠다. 하지만 통폐합을 막을 수 없었다.

그 후 여성노동자회는 고용평등과의 부활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한번 없어진 행정체계를 다시 만드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도 지방노동청에는 고용평등과가 없다. 현장과 호흡하며 고용 평등을 고민하고 전담하는 부서가 없는 것이다. 지역에서의 성 평등 노동정책을 고민하고 만들며 실행할 구조가 없다.

이뿐 아니다. 지청은 고용노동부의 수족과 같다. 그런데 지청에 고용평등과가 없으니 고용노동부 중앙에서 여성고용정책과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관련 업무에 대한 지역의 협조를 구하기가 몹시 어려운 구조다. 결국, 지역에서의 성 평등 노동 실현은 매우 난망하여 지체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비교가 안 되게 더 노골적이고 규모가 크다. 한술 더 떠 중앙행정부처를 없애겠단다. 2022년 여가부 예산은 1조 4650억 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24%에 불과하다. 18개 정부 부처 중 가장 적은 예산이다. 성별 불평등과 직결되는 '여성·성 평등' 예산 비중은 7.2%, 1055억 원에 불과하다. 이 중 737억이 경력단절 여성 지원 사업에 투입된다. 이는 무척 적은 예산이다.

이 예산으로 지원되는 전국 158개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는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린다. 최저임금이 월 191만 원인 2022년 새일센터 직업상담사 임금은 200만 원 남짓이다. 새일센터장의 고민은 떠나는 직원을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 있는가이다. 직업상담사들은 경력이 쌓이면 낮은 임금의 새일센터를 떠나 다른 곳으로 취업하기 때문이다.

호봉조차 인정되지 않는 현장에서는 예산 증액을 요구해 보지만, 여성가족부의 예산 증액 요구는 기획재정부에서 원천 차단해 왔다. 이런 새일센터 사업은 지자체가 하는 여성 노동자를 위한 사업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지자체에서 직접 하는 사업은 없고 지역의 새일센터 사업을 지자체 사업으로 내세운다. 새일센터는 일은 많고 처우는 낮다. 정부가 여성을 위한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새일센터 인턴 지원금은 3개월간 80만 원, 상용직 전환 시 6개월 후 기업에 80만 원, 노동자에게 60만 원을 지급하여 총 380만 원이다. 이에 반해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은 최대 월 80만 원씩 1년을 지원하여 총 960만 원, 청년일경험 지원사업은 월 88만 원씩 6개월 총 528만 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3년간 월 75만 원, 총 2700만 원을 지급한다. 현장에서는 새일센터 인턴 지원금 상향을 지속해서 요청해 왔지만, 예산은 계속 동결되어 있다.

여성가족부 예산은 기형적으로 낮다. 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맥을 같이 한다. 여성이 하는 일, 여성을 지원하는 일에는 적은 예산으로도 가능하다는 차별적 인식이 깔려있다. 여성가족부는 예산이 증액되어야 마땅한데도 그간 너무도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어 왔다.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을 해소하기에 현재의 예산과 인력으로는 역부족이다. 예산과 인력을 늘려야 할, 할 일 많은 부처를 오히려 없애겠다고 한다.

성 평등 세상으로의 전진 아닌 퇴행 막기 위한 투쟁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경력단절 여성지원사업은 '경력단절 여성 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에 근거한다. 이 법은 지난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되어 오는 6월 8일 시행된다. 법의 내용이 경력단절 여성 지원에서 재직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경력단절 예방의 핵심은 성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다. 정책 대상도 경력단절 여성에서 전체 여성 노동자로 바뀌었다. 정책을 이전보다 포괄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간 고용노동부는 정책 대상이 겹친다는 이유로 이 법의 전부 개정을 반대해 왔다. 하지만 통계 집계 이래 한 번도 놓친 일 없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의 성별 임금 격차는 '고용노동부가 충분히 역할을 해왔는가'라는 의문을 만든다.

그것마저도 현 정부에서 사회부처가 아닌 경제부처로 바꾸겠다 하지 않는가. 노동을 경제의 부속으로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인권을 고민해야 하는 담당부처가 기업의 권리를 대변하겠다는 상황에서 여성가족부마저 없앤다면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해법이 까마득하다. 그나마 여성가족부로서는 여성의 노동시장 성차별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경력단절 이후 사후약방문 법령을 이제라도 예방 중심으로 선회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의 전부 개정으로 여성가족부가 할 일은 더욱 많아진다.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해소할 정책을 펼 수 있다. 이를 위한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가족부를 없애겠다 하는 것이다.

이런 정책 방향의 배후에는 여성을 한 사람의 시민으로 보지 않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공약집에서부터 노동자로서의 여성은 없고 엄마만이 존재한다. 인수위의 언설이 여성=출산=미래를 연동하는 것은 여성을 지우는 작업이다. 여성을 독립적 존재가 아니라 출산하는 존재, 가족 안의 존재로만 보는 것이다.

독립된 개개인의 시민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이를 펼칠 수 있는 사회 기반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무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고 있다. 이를 방기하고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강화하는 것은 수구 기득권 집단이 가진 이기심과 무지 탓이다.

앞으로 5년, 성 평등 세상으로의 전진이 아닌 퇴행을 막기 위한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목련은 무너져도 새잎은 돋아난다. 지지 않고 지치지 않으며 다음의 봄을 만들어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가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5,6월호 '女性여성女聲' 꼭지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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