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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작년 8월에 다녀온 뉴욕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이번 여름, 뉴욕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말]
유리로 된 구겐하임미술관 천장
 유리로 된 구겐하임미술관 천장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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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푸른 생선 뱃속이 이런 모습일까. 구겐하임 미술관 1층에 누워서 천장을 멍하게 보고 있으려면 여러 생각이 든다. 고래 뱃속에서 3일간 있었다는 성경 속 요나 같기도 하고, 요나가 머물렀던 고래뱃속을 생명탄생공간으로 상징화한 모 문학작품의 자궁 안 같기도 하면서 동시에 내 무덤 같기도 하다.

푸른 조명이 굴곡진 안쪽의 로턴다(Rotunda)라 불리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나선형 곡선에 은근히 스며들어 있을 때면, 흡사 6개의 아가미(1층부터 6층)가 자체 발광하는 것도 같다. 물을 들이켰다가 내뱉을 때마다 야광빛 아가미가 꿈틀거리면서 등뼈가 있는 쪽으로 휴, 숨이 차오를 것 같이 뻥 뚫려 있는 중심 공간.

마침 그곳에 긴 스크린이 걸려있고 흑인 뮤지션이 스크린 속에서 전위적인 음악을 장송곡처럼 내보낸다. 창문이 없는 건물에서 유일하게 유리로 만들어진 천장은 햇볕 대신 음울한 그늘이 걸쳐져 있다.
 
구겐하임미술관 1층. 이곳에 사람들이 누워서 천장을 본다.
 구겐하임미술관 1층. 이곳에 사람들이 누워서 천장을 본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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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 미술관 건물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하다. 미술 애호가이면서 부호였던 솔로몬 구겐하임이 수집한 샤갈, 르누아르, 클레의 작품과 칸딘스키, 몬드리안 같은 추상화가들의 작품을 모아 맨 처음 추상 회화 미술관을 개관했다. 그것이 시초였다. 이후 세잔, 드가, 고갱, 고흐 피카소, 마네 등의 작품을 기증받는다.

갈수록 늘어나는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서 1959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지금의 미술관을 설계하고 건축한다.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우아한 굴곡을 감상할 수 있는 머그잔 형상의 건물. 1층부터 6층까지 계단 없이 사방 벽을 타고 올라가면서 우아하게 구조물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승강기를 타고 6층에서부터 내려가면서 감상하기로 했다. 마침 6층에 전시된 약간은 에로틱한 특별전에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는, 상설 전시관인 2층 탄하우저 컬렉션(Thannhauser Collection)에서 그 감정을 비웠다. 그리고는 1층 소파에 허리가 아플 때까지 누워있었다. 전위적인 음악과 어울리는 우중충한 조명(날씨가 흐렸다)을 벗 삼아 묘지 같은 그곳에서 나만의 제를 지냈다.
 
피카소그림이 보이는 구겐하임미술관 2층 탄하우저 컬렉션
 피카소그림이 보이는 구겐하임미술관 2층 탄하우저 컬렉션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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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코 그곳이 우울한 장소라고 말할 수 없다. 구겐하임으로 입장하기 위해서 잠깐 대기했다. 그 시간 동안, 발랄한 아침 공기를 들이켜면서 관람자들을 위해 길거리 상점 주인들이 오픈 준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책받침만한 크기에 인쇄된 아트 상품들과 엽서들 그리고 푸드 트럭 등. 관람을 마치고는 푸드 트럭에서 점보 소시지로 늦은 점심을 먹을 때는 예술 공간과 일상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상의 탈의한 채 조깅하는 사람들과 섞여서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저수지(The Jacqueline Kennedy Onassis Reservoir) 주변을 달릴 때는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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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미술관 앞 긴 대기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앞 긴 대기줄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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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오나시스 저수지는 센트럴 파크의 8분의 1를 차지하는 인공호수이다. 뉴요커들에게 센트럴 파크는 오아시스와 다름이 없다. 공원 주위에도 근사한 뮤지엄들도 여럿이다. 구겐하임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뮤지엄이자 뉴욕의 자랑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이 자리 잡고 있다.

뉴요커들이 애칭으로 '메트(The Met)'라 부르기도 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내가 뉴욕 도착해서 맨 처음 갔던 곳이다. 명성에 걸맞게 팬데믹 시기에도 미술관 주위로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보였다. 30분 정도 기다려서 입장했는데, 웅장한 미술관 건물처럼 전시관 내부도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을 정도로 넓었다.

그리고 역시나 뉴욕의 부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천문학적 가격의 수많은 명화들. 이집트, 그리스·로마 시대의 작품부터 유럽, 아프리카 및 중국과 한국 유물들까지, 시간과 공간을 떠난 작품들이 종일 걸어도 다 보지 못할 정도로 나를 사로잡고 있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메인 홀 계단. 영화 속 장소이기도 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메인 홀 계단. 영화 속 장소이기도 했다.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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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은 '기부'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들의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 시작은 1866년 미국 외교관인 존 제이(John Jay)가 파리에서 연 미국 독립기념일 파티에서부터였다. 그날 그는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건들만한 말을 했다.

"미국이 유럽, 특히 프랑스에 밀리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문화'만 아니면 어느 것 하나 뒤질 게 없지 않습니까. 프랑스가 루브르를 나라의 상징으로 가꾸듯이 우리도 그에 버금가는 멋진 미술관을 설립해 미국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는 문화 교육기관으로서 미술관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의 연설은 파장을 몰고 왔다. 당시 그 행사에 참석한 사업가와 예술인들은 뉴욕 중심가에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경제력에서는 어느 나라보다 앞서가던 그들이지만 문화에서만은 한없이 작아지던 때, 미국의 자존심을 되찾자는 존 제이의 한 마디가 그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지금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내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내부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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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미술관 내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내부
ⓒ 차노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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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봐야할 것들이 더 늘어나는 듯한 요술 공간인 메트로폴리탄. 나는 허기진 사람처럼 보고 또 보며 빈속을 채워나갔다. 19~20세기 조각과 미술, 그리고 이집트 미술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고는 박물관 내 카페로 향했다. 오후 관람을 위해서 정신적인 허기뿐만 아니라 육체의 허기도 채워야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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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차노휘는 소설가이다. 2016년부터 도보 여행을 하면서 ‘길 위의 인생’을 실천하고 있다. 2009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얼굴을 보다〉가 당선되었고 저서로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와 소설 창작론 《소설창작 방법론과 실제》, 여행 에세이 《쉼표가 있는 두 도시 이야기》 와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장편소설 《죽음의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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