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혁 '파울이라니'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초 2사 1,2루에서 키움 박찬혁이 파울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박찬혁 '파울이라니'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7회초 2사 1,2루에서 키움 박찬혁이 파울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키움이 이틀 연속 한화를 꺾고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28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4안타를 때려내며 3-1로 승리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의 호투에 힘입어 1패 후 연승을 거둔 키움은 이날 NC다이노스에게 5-9로 패하며 3위로 떨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13승 10패).

키움은 총액 40만 달러 짜리 '저가형 외국인 선수' 타일러 애플러가 5.1이닝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챙겼고 문성현, 이승호, 김재웅, 김태훈이 남은 3.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2회에 나온 이성곤과 김태연의 연속실책을 틈타 타자주자 전병우가 홈까지 파고 들며 결승점을 뽑았다. 그리고 키움이 자랑하는 괴물신인 박찬혁은 어느덧 시즌 5호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 부문 공동 2위 자리를 지켰다.

KBO리그 역대 한 명 밖에 없었던 '루키 홈런왕'

사실 KBO리그 초창기만 해도 김건우와 박정현, 조규제(제주고등학교 투수코치), 염종석(동의과학대학교 감독) 등 슈퍼루키들은 타자보다도 투수쪽에 더 많았다. 물론 이순철과 김동수(이상 SBS스포츠 해설위원), 이정훈(두산 베어스 2군 타격코치) 같은 대형야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모두 교타자이거나 공수를 겸비한 만능 선수들이었고 많은 홈런을 때리는 거포 유형은 아니었다.

그러던 1993년 또래들보다 1년 늦게 프로무대에 뛰어든 독특한 타격폼을 가진 루키 한 명이 KBO리그를 뒤흔들었다. 역대 최다 사사구(1380개)와 볼넷(1278개), 최다 고의사구(150개) 기록을 가진 '양신' 양준혁이었다. 양준혁은 루키 시즌 타격왕을 포함해 타격 3관왕을 기록했지만 같은 팀 선배 김성래(한양대 인스트럭터, 28개)에 막혀 홈런 2위(23개)에 만족해야 했다(결국 양준혁은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홈런왕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양준혁이 대학시절부터 아마야구 최고의 타자로 명성을 날린 엘리트 선수였다면 1995년 신인왕 이동수(대구고등학교 타격코치)는 프로 입단 후 3년 동안 1군에서 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한 무명선수였다. 하지만 이동수는 프로 4년 차가 되던 1995년 타율 .288 22홈런 81타점의 성적으로 신인왕에 선정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하지만 이동수는 그해 25홈런을 때린 OB베어스의 김상호에 밀려 홈런 공동 2위에 만족했다.

양준혁과 이동수가 이루지 못한 루키 홈런왕은 이듬해인 1996년 '리틀쿠바' 박재홍(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의해 최초로 탄생했다. 프로 입단과 함께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킨 박재홍은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126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295 30홈런 108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초로 '루키 홈런왕'을 기록했다(공교롭게도 1996년 역시 홈런 2위는 28홈런의 양준혁이었다).

박재홍 이후에도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하고 프로에 도전한 많은 거포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박재홍을 끝으로 아직 신인의 신분으로 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2001년 김태균이 88경기에서 20홈런을 기록했지만 홈런 부문에서는 16위에 불과했고 2018년 역대 고졸루키 최다홈런 신기록(29개)을 세운 '천재타자' 강백호(KT 위즈) 역시 홈런 10걸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12위).

약점도 많지만 파워는 이미 리그 정상급

천안북일고 출신의 우타 외야수 겸 1루수 박찬혁은 고교 2학년 시절에 6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며 이만수 홈런상을 수상한 거포 유망주다. 박찬혁은 연고팀 한화의 1차 지명 후보로 꼽히기도 했지만 한화는 작년 고교야구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졌던 진흥고의 문동주를 선택했고 박찬혁은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키움 소속이라 계약금도 1억 3000만 원에 불과했다.

박찬혁은 빠른 배트스피드와 탄탄한 하체,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을 겸비한 거포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실제 1군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박찬혁은 시범경기에서 15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143(35타수 5안타) 1홈런 1타점으로 프로의 벽을 느끼는 듯했다. 시범경기에서만 12경기에서 6홈런 10타점을 기록한 송찬의(LG트윈스)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하고 각 팀이 22~23경기를 치른 현재 박찬혁은 거액을 받고 입단했던 그 어떤 신인들보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히어로즈 구단 최초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고졸신인이 된 박찬혁은 시즌 개막 후 8번째 경기였던 지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백정현으로부터 프로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후 15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홈런 부문 공동 2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찬혁의 활약은 하위타선을 벗어나 테이블세터로 출전하기 시작한 한화와의 주중 3연전에서 더욱 빛났다. 26일 경기에서 시즌 4호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박찬혁은 25일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박찬혁은 26일 경기에서 1회 한화 선발 장민재를 상대로 좌측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박찬혁은 이날 삼성전에서 결승 투런홈런을 친 LG의 '타격기계' 김현수와 함께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홈런은 5개나 치고 있지만 아직 박찬혁의 시즌 타율은 .250에 머물러 있고 타점도 8개로 썩 많지 않다. 특히 5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무려 34개의 삼진을 당했을 정도로 아직은 타자로서 약점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 리그에서 박찬혁보다 많은 홈런을 치고 있는 타자는 롯데 자이언츠의 한동희(6개) 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박찬혁이 훗날 지금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 극복한다면 훨씬 무서운 타자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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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박찬혁 홈런 공동2위 괴물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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