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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혐오정치는 인종 및 국적, 성별정체성 및 성적지향, 장애, 거주환경, 고용형태 및 직업 등과 같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차별과 혐오를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 기반한 혐오정치는 이주/난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홈리스 등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건강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건강은 이제 질병에 대한 치료와 통제의 범주를 벗어났으며 병리적 관점에서 의학적 개입으로만 완성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건강권이 침해받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다가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전국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소수자 또는 약자가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사회 속에서 공존하고 공생하기 위해 우리의 평등한 건강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를 연속기고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다.[편집자말]
척수성근위축증 환자치료제 급여적용 확대와 유지기준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7일 출범했다. 이들은 보험 급여적용 기준이 “인간의 생명을 예산과 효율의 잣대로 판단하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민낯”이라고 비판하며 기준 확대를 요구했다. 관련해서 심평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심평원을 점거하였다.
▲ 척수성근위축증환자(SMA) 치료제 급여적용요구 기자회견 척수성근위축증 환자치료제 급여적용 확대와 유지기준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7일 출범했다. 이들은 보험 급여적용 기준이 “인간의 생명을 예산과 효율의 잣대로 판단하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민낯”이라고 비판하며 기준 확대를 요구했다. 관련해서 심평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심평원을 점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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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며 일상 속 실천방역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허나, 그 '일상'으로 장애인은 돌아갈 수 없다. 지난 3월 17일 광주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40대 중증장애여성이 병상을 찾지 못해 집에서 머물다 상태가 악화돼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월 12일 확진 판정을 받은 그는 14일 보건소에 입원과 치료제를 요청하였으나 병상이 없으며, 집중관리군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는 의원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 대면 진료도 받을 수 없었고 결국 17일 새벽 상태가 악화되어 응급실로 이송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20년 넘게 지낸 정신장애인이었다. 그 이후 팬데믹은 항상 집단거주시설에서 시작되었다. 2년이 지나가고 일상 회복을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똑같은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월 15일 이종성 의원실이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2020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인 치명률이 3.7%에 달한다. 4월 27일 기준 전체인구의 치명률은 0.13%이다. 여전히 장애인에게 코로나는 재난이다.

전문가들이 알지 못하는 불평등한 일상

장애계는 코로나 초창기부터 장애인을 고위험군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허나, 의학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20배에 다다르는 치명률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여전히 모른다. 통계조차 제대로 취합하지 않고, 실태조사나 분석조차 하지 않았으니 모를 수밖에 없다. 장애당사자가 겪은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전문가'들은 모른다.

코로나 관련 정보가 시·청각, 발달 등 다양한 장애유형에 맞추어 제공되지 않으니 접근조차 쉽지 않다. 긴급 돌봄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아 코로나에 확진되어도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일상생활 유지가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계획했던 방문 예방접종이 시행되지 않아 와상·중증장애인들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었다. 긴급분산조치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장애인주거시설은 코호트 격리 속에서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 비대면 진료는 전화 진료가 불가능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대책조차 없었다. 자가진단키트는 구하거나 이용하기조차 어려웠고, PCR 검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대한 이동지원조차 안 되어 홀로 PCR 검사를 받으러 가다가 길거리에서 사망한 일까지 발생하였다.

문제점을 더 언급하려면 얼마든지 언급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기존의 불평등한 문제들이 코로나19로 심화되었을 뿐이다. 평소 장애인 검진 수검률은 60%대에 불과하다. 장애인은 열악한 건강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었고,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공급의 실패로 인한 장애인의 의료공백

우리나라에는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있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된 지 4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종합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이 법은 어떠한 실효성도 없다. 이 법이 통과될 당시에 시민사회도 많이 주목했다. 바로 장애인주치의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만성 질환이 많아지면서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새로운 의료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시민사회는 이 장애인 주치의제도의 성공이 전국민 주치의제도로 이어질 것을 꿈꿨다. 하지만 지금 장애인 주치의제도는 대상인 중증장애인의 0.1%만이 이용하는 '유령 제도'로 전락해버렸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실패의 원인을 장애인의 이용률 부족에서 찾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건강권위원회는 이 사업이 실패한 진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신청 운동을 진행했다. 2021년 4월부터 6월까지 장애인 주치의 신청 운동을 진행한 결과, 70%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상담을 거부한 기관이 전체 문의기관 89개소 중 62개소에 다다랐다. 대다수의 장애인 주치의가 장애인 진료를 거부했다.

이유는 너무나 익숙했다. '2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다. 굳이 이곳을 고집할 필요가 있겠냐. 해당 장애 유형은 우리가 진료하지 않는다' 등등.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겪어온 의료 차별을 또 한 번 경험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했다. 우리는 장애인 의료공백의 문제가 의료공급의 문제임을 확인했다.

장애인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어린 자녀에 이어 부부도 확진되어 14일간 어떠한 지원도 없이 집에서 방치됨
▲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조직실장.  어린 자녀에 이어 부부도 확진되어 14일간 어떠한 지원도 없이 집에서 방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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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역사는 선별의 역사다. 국가는 살릴 생명과 그렇지 않아도 될 생명을 선별했고, 의료는 그 선별의 도구였다. 시장의 권력이 커지면서 이제 의료는 돈이 되는 생명과 그렇지 않는 생명을 선별한다. 국가는 단종, 산전검사, 낙태시술 등으로 장애인의 재생산에 개입해왔고, 시설은 약물 중심의 화학적 구속으로 장애인을 통제해왔다. 모든 장애인 의료 정책의 중심에는 장애의 예방과 제거, 혹은 재활만이 있었다. 장애인의 삶의 질은 항상 경제의 논리 앞에서 포기되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전장연은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장애인 보건의료정책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1. 중진료권에 따른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구강진료센터 설치

현재 권역별로 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설치되고 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지역별로 장애인의 보건의료 및 복지 요구도를 확인하고, 맞춤형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연계하는 장애인 건강권법의 장애인 보건의료전달체계 내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허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수의료를 공급하기에도 급급하며, 지역의 의료자원을 발굴하고 장애친화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관계망을 엮어낼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에 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중진료권 단위로 공공병원부터 우선 지정해나가야 하며, 권역별 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지역별 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도 마찬가지다.

2. 공공병원의 장애친화 건강검진센터 의무 지정 및 편의시설 설치 비의무 대상 의료기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비 지원사업 신설

병·의원의 접근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편의시설 설치 비의무대상인 의원의 경우 2018년도 기준 설치율이 6.3%에 불과하다. 모든 곳이 의무 대상인 병원의 설치율도 83.6%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의료기관 편의시설 지원 제도는 장애친화 건강검진사업이 유일하다. 적어도 공공의료기관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하여 편의시설과 장애맞춤형 검진기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비의무 대상인 의원을 대상으로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비 지원사업을 진행해 편의시설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는 비의무 대상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3. 장애인진료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원 설립

장애인주치의사업의 실패는 시장 원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간의료에서 장애인 건강권은 보장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우리는 이제 일차의료에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 세종시가 직접 설치한 세종시립의원, 기초자치단체에서 설치한 성동재활의원 등의 사례들이 있다. 공공의원은 장애인만이 아닌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취약계층도 함께 이용하는 의료 기반이 될 것이다.

4. 중앙·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민주적인 거버넌스 구축

현재 장애인은 그 어떤 보건의료 거버넌스에도 참여할 수 없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책은 물론,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사업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경우, 설치부터 운영까지 지역 장애인단체, 장애 당사자 등의 참여를 통해 운영에 관한 사항들을 논의해나가야 한다. 전국 최초 주민발의 조례로 만들어진 성남시의료원의 시민위원회 사례가 있다. 이런 거버넌스의 경험을 토대로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결정해나가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강권위원회의 구호는 "건강해야 평등하다"다. 이때 '건강'은 고정된 상태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건강'은 체력 혹은 정상과 같은 단어로 쓰인다. 이 '건강'은 생산성을 원하는 국가권력과 질병을 병리화해온 의료권력에 의해 규정된 개념이다. 전장연은 항상 개념과 기준 자체를 바꾸는 투쟁을 해왔다. 건강에 대한 개념도 당사자적 입장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의 기준을 다시 당사자에게 되찾아오는 과정이 바로 건강권이다. 지금까지는 이 기준 자체를 의료공급자 중심의 의료권력에 박탈당해왔다. 이제는 이 의료권력으로부터 우리의 기준을 되찾을 때다.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가 박탈해온 역량이 필요한 이에게 맞추어 제공될 수 있도록 기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보건의료운동은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취지에서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왔다. 생물학적 요인보다 사회적 결정 요인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주며, 의료 자체도 사회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는 이 사회적 결정 요인을 그럼 누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빠져있다. 보건의료계는 지금까지 당사자성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왔다. 전문가들은 당사자들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환자 입장만을 우선한다며 가르쳐왔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가 겪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건강권위원회는 "건강해야 평등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구호는 건강의 문제를 겪는 당사자가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들이 평등한 것을 넘어 당사자가 스스로 건강을 해석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평등한 사회라는 뜻이다. 이번 지방선거 대응 연대체는 의료취약계층으로 여겨져 온 이들이 지녀야 할 역량을 박탈해온 의료권력에 저항하고 의료권력의 기준을 바꾸는 투쟁에 나서는 그 시작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강권위원회 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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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는 시민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건강권 시민운동단체입니다. '건강'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임을 선언하며 2003년 4월 출범했습니다. www.konkang21.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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