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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아동 차별"이라며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아동을 배제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 나이를 이유로 배제되는 이러한 어린이 금지구역, 노키즈존은 카페나 음식점에만 있는 이야기일까?

2015년부터 서울시는 서울형 주민자치회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전환된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역사회 전체로 확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주민자치에 필요한 권한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자치회 운영에 대한 사항도 스스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각 자치구에서는 주민자치회 운영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동별로 운영세칙을 만들어 주민자치회 운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주민총회는 이러한 주민자치회 활동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하여 해당 동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회의이자 최고의사결정 기구이다. 주민총회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마을 의제를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숙의하고 차기 연도에 실행할 주민자치계획을 결정한다.

그런데 사실 주민총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민 '누구나'는, 진짜로 누구나가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주민총회 참석은 안되고 봉사는 된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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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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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 구립 청소년문화센터에서 일하는 팀장님도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 분이 어느날 주민총회를 준비하는 주민자치회 회의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청소년센터에서 만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주민총회에 참석해 자기가 사는 동네에 대해 같이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의사결정에 참여하면, 주민으로 살아가는 실질적인 경험도 되고 살아있는 민주시민 교육의 기회가 될 것 같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민총회 참석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한 소위 '어른'들은 팀장님의 이런 제안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이어서 나름의 배려라고 어른들이 제안한 것은 주민총회 행사 진행을 지원하는 자원봉사 활동이었다. 주민으로서 어린이, 청소년의 자리는 동등한 자격을 가진 주민총회 테이블이 아니라 어른들이 하는 토론과 투표 진행을 돕는 자원봉사라는 것이다.

팀장님과 대화하며 생각했다. 이는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뭘 알아서 토론하고 투표할 수 있겠냐'는 인식과 함께, '마을 일을 결정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차별적인 시선이 내포돼 인식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이는 카페나 음식점 바깥에 노골적으로 붙어 있는 '노키즈존' 표식처럼, 아예 입장불가는 아니다. 그러나 들어올 수는 있지만 테이블에는 앉지 말라는 말과 이런 결정이 무엇이 다를까?

자치구 조례에 담겨 있지 않은 주민자치회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각 동별로 운영세칙을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다. 주민총회 개최에 관한 부분도 운영세칙에 나와 있을 거라 생각하여 검색을 해보았다. 몇몇 동별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을 비교해 보니 역시 주민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주민의 나이 자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던 주민총회에 나이 제한을 명시하면서, 10세 이상으로 제한한 동도 있었고, 15세 이상으로 제한한 동도 있는 한편 아예 나이규정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는 동도 있었다.

아마도 청소년문화센터 팀장님이 참여하고 있는 주민자치회 운영세칙에는 이러한 나이규정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규정에 없는 사항을 회의에서 결정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민총회 참석을 제한하는 발언과 동료 주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었다면 어땠을까?

성별, 장애 등 이유로 차별해선 안되는 법... 나이 차별 역시 '이유 없는 차별'이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자료사진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자료사진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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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은 특정 소수자 집단에 관한 차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으로 나이,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정체성, 성적지향, 사상,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영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 표현을 금지한다. 주민자치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주민자치회 사업에서 주민총회에 참석하는 주민의 자격을 나이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결국 나이를 이유로 특정한 주민을 배제하겠다는 말과 같다. 10세, 15세 등 아예 구체적인 나이를 규칙에 명시해서 배제하든 혹은 어린이나 청소년은 안 된다는 회의를 해서 배제하든, 이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나이 어린 사람은 주민총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판단은 누구의 기준일까? 오히려 어린이 청소년도 토론과 투표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게 하여 마을총회가 그야말로 주민 모두의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고 노력하지는 않겠다는 어른들의 고백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만약 그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있었다면 그 결정이 차별의 소지가 있으니 다시 방법을 논의해보자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차별은, 이렇게 동료 시민에 대한 관심과 충분한 애씀을 방기한 다수자들이 손쉬운 외면을 선택하면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한편 앞서 2019년 12월 말, 만 19세에서 18세로 선거연령이 하향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또 올해 초 피선거권 연령도 선거연령에 맞춰 만 25세에서 18세로 낮춰졌다. 참정권에 대한 나이제한도 너무나 더디긴 하지만 점차 낮아지고 있다.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멀게는 3.1운동과 4.19 혁명으로부터 현대의 광우병 시위, 촛불혁명의 광장 등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함께 세상을 바꿔온 어린이 청소년이 유독 투표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투표로 세상을 바꾸는 권리인 참정권이 확대되면 될수록 더 다양한 시민주체들의 문제가 정치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동네의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해결하기 위해 토론하고 투표를 해서 결정하는 주민총회도 이와 같다.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동네 문제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함께 결정하면 할수록 문제의 원인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다양해질 것이다. 결국 차별은 차별하는 사람이나 차별받는 사람 모두, 같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드는 일에도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2022 지방선거 정의당 만 18세, 만 19세 청소년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청소년 당원들이 '이제 정치하는 청소년이 옵니다'라고 씌여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위원장(만 19세)과 이재혁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만 18세)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과 경기도의원에 각각 출마한다.
 4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2022 지방선거 정의당 만 18세, 만 19세 청소년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의당 청소년 당원들이 "이제 정치하는 청소년이 옵니다"라고 씌여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노서진 정의당 청소년 위원장(만 19세)과 이재혁 경기도당 청소년위원장(만 18세)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과 경기도의원에 각각 출마한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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