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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전 YTN 앵커
 변상욱 전 YTN 앵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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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앵커가 YTN의 저녁 종합 뉴스인 <뉴스가 있는 저녁(이하 뉴있저)>에서 지난 22일 하차했다. 변 앵커는 2019년 CBS에서 정년 퇴임한 뒤 <뉴있저>에서 앵커로 활약해 왔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앵커리포트'는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의 하차 시점과 정권 교체기가 맞물리면서 일각에선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변 앵커는 자신의 하차는 건강상의 이유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일각의 분석을 일축했다. <뉴있저> 하차한 소회 및 최근 언론 보도 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25일 전북 전주에서 변 전 앵커와 만났다.

다음은 변 전 앵커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지난 22일 YTN <뉴있저> 앵커에서 하차하셨잖아요. 3년 만인데, 소회가 궁금합니다. 

"온갖 기사, 논평, 댓글들까지 읽어내던 일상을 멈추고 쉼이 찾아오니 좋아요. <뉴있저> 3년의 소회라기보단 쉬지 않고 달려 온 언론 생활 40년을 돌아보게 됩니다. 보도할 권리와 자유를 빼앗긴 작은 언론사에서 종교 담당 기자로 시작해 여기까지 왔어요. 메이저 언론에 몸담아 본 적도 없고 학위도 없어요. 시경 캡, 법조팀장에서 기자 스펙은 끝났고 국회 반장, 특파원, 정치부장, 사회부장 같은 기자로서 내세울 스펙도 마땅히 없습니다. 험로를 헤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몹시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 그래도 '변상욱 기자' 하면 대한민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자 아닌가요?

"저널리즘에서 손가락에 꼽힌단 표현은 지양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누가 특종했고 최고의 기자고 누구는 전설이고 어느 분야의 대가고 이런 표현들이 거북스럽죠. 널리 그물을 펼치면 어느 그물코에 물고기가 걸려들고 어느 그물코엔 대물이 걸리기도 하겠죠. 모든 저널리스트가 그렇게 그물이 되어 세상에 펼쳐져 있는 거라 여겨요. 함께 하기에 가능한 거고 함께 했기에 해내는 거예요. 그날그날 용기를 내고 힘껏 싸우고 함께 버티어내야 하는 것이 저널리즘입니다."

"YTN과 결합, 약속한 3년까지가 맞다고 판단" 

- 지난 22일 마지막 방송을 했는데, 기분은 어떠셨어요?

"방송 준비하고 진행하는 중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서 무덤덤했어요. 종료 임박해서 스튜디오 밖에서 동료들이 꽃다발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게 느껴지니 조금씩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발이 오그라들었죠. 꽃다발 건네받고 뭐라 한마디 또 해야 하나 혹은 그 시간을 어떻게 넘기지 등등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 끝부분에 3년 간의 영상이 나오던데, 어떠셨어요?

"크게 실수한 것들도 많은데 적당히 빼줘 고마웠어요. <뉴있저>는 단계별로 포맷이 바뀌었는데 초기에는 편안한 시사 토크 쪽에 비중을 두었고,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앵커리포트'가 추가되고 전문가들이 패널로 초대되며 시사성이 강해졌어요. 그리고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며 현장성과 탐사, 고발 쪽이 강화됐죠."

- 좀 더 할 생각은 안 하셨어요?

"2주년을 맞으면서 비문증과 변성이 있는 눈부터 힘들어졌고 생방송 중 대응능력도 둔해지는 걸 느꼈어요. 기억력도 꽤 빨리 감퇴하더라고요. 코로나19 팬데믹, 대선을 생각해 3년까지 가자고 마음을 다져 먹었어요."

- 지금이 정권교체기다 보니, 오해가 나오는 것 같아요.

"당연해요. 그리고 퇴진 시기를 정하는데 그런 정치적 고려가 왜 없었겠어요. 이래도 저래도 정치적 해석과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면 몸과 마음을 따르고 약속한 3년까지를 선택하는 게 가장 낫겠다고 생각한 거죠. 본래부터 YTN과의 컬래버를 위해 한시적으로 합류한 것이고 소기의 성과가 있으면 인연은 거기까지라 생각해요. <뉴있저>의 상승세와 제작진의 열의라는 내부적 요인, 몹시 기울어진 언론 지형, 그리고 어느 진영이든 덧씌워진 정치적 이미지로 앵커를 바라보고 앵커가 소비되는 상황. 그런 점들을 고민한 정치적 판단이 3년인 셈이에요."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한 장면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한 장면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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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화학적 결합이 아닌 컬래버라고 생각했나요?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로서 YTN이 보완하려는 탐사나 맥락·해설저널리즘, 편안한 시사 대담, 서사와 인지도가 있는 진행자를 고려한 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변화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거지 화학적 결합을 통한 롱런은 목표로 하지 않았어요."

- 그럼 지금도 기자님 정체성은 CBS인가요?

"저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곳이고 그 정체성을 다듬은 곳이니 그렇다고 보죠. 민중, 민주, 민족, 공존, 연대의 가치를 앞세웠던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남아 있지 않지만 다른 모습의 프로그램이라도 저변에 그런 가치가 흐르고 있는 건 분명하죠. 그런 무겁고 진지한 포맷을 사람들이 반기지 않는 시대니까요."

- 왜 그럴까요?

"사람들이 반기질 않아요. 그런 프로그램은 일단 조회 수 자체가 다르니까 금방 표가 나고 누구를 갖다 콕 꼬집거나 씹거나 반박하거나 짜릿짜릿해야 확 올라가니까 모든 언론에서 (무겁고 진지한 포멧의 프로그램들은) 다 없어지고 있는 거죠. 사람들이 더 좋고 깊이 있는 것엔 내가 더 뭘 지불하더라도 찾아가야 하는데, 그런 훈련이 아직은 좀 덜 됐어요."

- 너무 자극적인 것만 찾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정보범람 시대에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지는 정보로 과부하가 걸리니까, 사람들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정보량을 줄이되 자신의 인식과 배치되지 않는 효율과 안정을 찾아요.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생기는 확증편향의 위험이 그래서 커지고 있죠. 지지와 공감이 많은 곳을 찾는 걸 제어할 수는 없어요. 다만 확증편향대로 움직인다고 해도 좋은 정보를 가려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부분적으로라도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균형을 잡아주는 좋은 플랫폼을 찾는 채널 리터러시가 그래서 필요한 거예요."

"자신의 한계나 프레임까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게 중립"

- 앵커를 하는 동안 정파적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억울하진 않으셨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걸 늘 경계하셨잖아요.

"중립이란 똑바로 올곧게 서는 걸 의미해요. 이것저것 살펴 중간쯤 자리 잡고 앉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는 자신의 관점과 감성으로 진실을 찾고 사실과 진실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봐요. 이런 정치성은 정치 현실 속에서 특정 정파를 추구하는 바와 일치하기도 하고 상치하기도 하는 것이니 비난받는 건 숙명이에요. 저는 그 기준점을 왼쪽으로 더 옮겨놓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진보좌파일 수 있지만 그 속도와 방법에서는 우파고 기회주의적일 수 있어요. 그런 자신의 한계나 자신이 짊어진 프레임까지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게 중립인 것이죠."

- 제 생각에 좌파든 우파든 전혀 문제는 없다고 봐요. 다만 같은 잣대를 대야 하는데 기자가 지지하는 당에 문제가 생기면 축소 보도하고, 지지 안 하면 문제를 키우는 거죠.

"공감해요. 국민 화합이나 사회 통합도 모두를 하나의 생각에 잡아두려는 게 아니에요. 각자의 생각이 자유롭게 자리 잡고 뿌리를 내리고 꽃으로 피어나고 서로 키를 재며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게 통합이죠. 그걸 돕고 활성화시키는 게 언론의 사명입니다."

- '앵커리포트'가 자주 화제였잖아요. 준비하는 것도 힘드셨을 것 같은데.

"주제와 소재를 찾기 위해 사이트를 뒤지고 댓글들을 꼼꼼히 읽다 보면 한나절이 흘러갔어요. 댓글을 읽은 이유는 기자가 접근 못한 현장과 현실의 이야기들이 실려 있기 때문이에요. 독자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기자의 취재가 그걸 어찌 쫓아가겠어요. 뉴스 사이트나 블로그 40~50개를 매일 읽었어요. 다른 데 없는 것, 다른 언론이 지적하지 않은 것들로 앵커 리포트를 만들려니 힘들었고 그래서 성원을 받은 듯하죠."

- CBS에서 '기자수첩' 오래 하셨잖아요. '기자수첩'과 '앵커리포트'의 차이가 있을까요?

"차이는 없어요. '기자수첩'이 확 응축돼서 그냥 '앵커 리포트'로 건너오는 건데, '앵커 리포트'는 그날그날의 이슈를 더 따라가야 되기 때문에 그것만 조금 달라요."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한 장면
 YTN <뉴스가 있는 저녁>의 한 장면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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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에 남는 '앵커 리포트'가 있을까요?

"가장 속을 끓였던 때는 코로나19를 놓고 벌어지는 가짜뉴스와 선동에 대응한 적이었어요. 어떻게 국민의 생명과 안위, 국가적 위기에서 그럴 수 있나 싶죠. 코로나19 허위정보 팩트체크 작업 자체는 오히려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으니 다른 분야 뉴스보다 쉬웠어요. 그러나 분노할 때가 많았죠. 언론에 대한 마지막 남은 신뢰, 기독교에 대한 애정을 끊어버릴 정도였어요."

- 함께 호흡 맞춘 안귀령 앵커가 바로 대선 캠프로 가서 말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저쪽에서 요청하더라도 일정한 텀을 둔 다음에 들어가는 게 맞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남들이 보기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앵커지만 사실은 비정규직으로서 얼마를 근무하든 간에 정규직으로의 신분 상승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나름대로 상당히 보람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사실 속으로는 응원하고 싶어요. 다만 가는 방식이나 절차 등이 그러면, 결국 동료들한테 나름대로 상처를 주는 거죠."

- 언론인들의 정치권 행에 대해 계속 같은 지적이 있어 왔는데, 왜 안 바뀔까요?

"정치권이 인재를 찾고 눈여겨보며 지원, 육성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 필요에 의해 급히 데려다 이용하고 내쳐버리는 시스템, 정확히는 인재 영입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예요. 늘 얘기하지만, 언론을 떠나 관련을 맺던 곳으로 갈 때는 분명 구성원들의 평가표를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 돌아오면 안 되죠."

- 기자님도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지 않나요?

"맨 처음에는 조금씩 조금씩 있었는데 워낙 딱딱 끊으니까 이제는 없어요. 분명한 건 정치권이나 청와대는 언론의 상급 레벨이 아니에요. 그쪽은 그쪽일 뿐이죠. 여기서 열심히 하고 성취해 나가는데 인지도 높아졌으니 정치권으로 진출한다는 생각은 타당하지 않아요. '꼭 이겨서 청와대 대변인 하세요'라는 댓글을 읽고 놀랐어요. 청와대 대변인 가려고 그러냐는 조롱보다 훨씬 더 상처가 되었죠."

- 지금 정권 교체기잖아요. 변 전 앵커께서 보는 현재 언론 상황이 궁금합니다.

"대선 때 양쪽 편으로 나뉘어서 잘한다 응원받은 언론들이 물론 있겠죠. 그러나 결국은 그 응원은 내 편에게 도움이 됐다는 데 따른 응원이지 정말 믿을 만한 언론이라서 응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 일어난 언론을 둘러싼 뜨거운 분위기는 빚잔치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봐요. 이게 지금은 으샤으샤 하지만 그 다음에 거품이 푹 꺼질 날이 더 빨리 오는 거죠. 그래서 과연 회복될 거냐면... 회복되지는 않을 거예요. 회복이 안 되면 대안 언론들로 흩어져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처럼 <가로세로 연구소>를 비롯하여 더 선전·선동하는 언론들이 번성한다면 마땅한 비전이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건... 전두환 독재 정권이 언론을 완전히 말살했을 때 못 견딘 사람들이 민주 언론 운동 협의체를 만들었고 이후 <말>과 <한겨레>가 나왔잖아요? 결국은 못 견딘 시민들이 뭉쳐서 언론 운동을 하고 그 언론 운동에서 새로운 언론이 나올 거예요."

- 그렇게 된다면  확증편향은 어느 정도 사라질까요?

"정보화 사회에서 확증 편향은 인간의 본능이에요. 계속 유지가 될 거예요. 다만 그 확증 편향이 나라의 앞길이나 국민의 어떤 안위를 흔드냐 안 흔드느냐의 문제지 없어지지는 않겠죠."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글쓰기에 관한 이론과 실습을 정리해 책으로 묶을 계획이에요. 기사, 에세이, 논설·논술, 보고서 등 실용적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요. 그 다음은 민중 저항사에 대한 책도 구상해 놓았죠. 역사 속에서 흐릿하게 자취만 남은 곳들 더 늦기 전에 돌아보고 싶네요. 인천 성냥공장에서 서해안을 타고 한반도를 돌아 성남 이주민 저항에서 끝나요. 종종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저널리즘이나 사회 이슈 관련해서 시청자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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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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