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슈퍼리그에 돌입한 <골 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이 뉴페이스들의 등장과 개막전부터 짜릿한 대이변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4월 27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녀>는 슈퍼리그 개막식과 함께 불나방과 구척장신의 첫 대결이 그려졌다.
 
지난 시즌 1~3위팀인 불나방, 국대패밀리, 월드클라쓰가 슈퍼리그에 선착한 가운데, 지난 1차리그 1~3위를 차지한 액셔니스타, 개벤져스, 구척장신이 가세했다. 시즌2에 가세한 신생 3팀(탑걸, 아나콘다, 원더우먼)이 모두 탈락하면서 시즌1부터 참가했던 기존 팀들만이 다시 슈퍼리그를 치르게 됐다.
 
겨울에 진행되어 실내 경기장에서 펼쳐졌던 1차리그와 달리, 봄을 맞이하여 슈퍼리그는 시즌1의 야외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선수들의 향상된 실력과 원할한 인플레이를 고려하여 경기장 사이즈는 기존의 36X20에서 40X22 규모로 확장됐다.
 
슈퍼리그 진행방식은 시즌1과 동일했다. 풀리그로 치러졌던 1차리그와 달리 슈퍼리그는 2개조로 나뉘어 각 조에서 상위 2팀까지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A조 1위와 B조 2위, B조 1위와 A조 2위가 단판승부를 거쳐 승자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종우승팀을 가린다.
 
불나방이 A조, 국대패밀리와 월드클라쓰가 B조에 먼저 편성된 가운데 1차리그의 성적순대로 조별 편성 우선권이 주어졌다. 1위인 이영표 액셔니스타 감독은 "우승팀인 불나방을 잡고 올라가겠다"는 야심을 드러내며 과감하게 A조를 선택했다. 2위인 김병지 개벤져스 감독은 아직 이겨보지 못한 국대패밀리와 월드클라쓰에 도전하겠다며 B조를 선택했다. 자연히 남은 구척장신은 마지막 자리인 A조에 편성됐다.
 
이로서 불나방, 구척장신, 액셔니스타가 A조, 국대패밀리, 월드클라쓰, 개벤져스가 B조에 편성되며 대진표가 완성됐다. 참가 6팀에게는 슈퍼리그 진출팀에게만 허용되는 특별한 황금패치 앰블럼이 부착된다.
 
감독과 멤버 구성에는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불나방은 지난 시즌의 이천수에 이어 1998년 프랑스월드컵 국가대표 출신인 하석주 아주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하석주는 역대 <골때녀> 감독 중 단연 최고령 선배지만 하필 맡은 팀도 최고령팀인 불나방이다보니 왕언니 신효범보다는 2살 동생이었다. 하석주는 감독들과의 첫 만남에서 "내가 감독인데 효범씨를 누나라고 불러야 돼?"라는 뜻밖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후배들을 폭소하게 했다.
 
국대패밀리는 2006 독일월드컵 국가대표 출신 조재진이 맡았다. 지난 시즌까지 국대패밀리를 이끌었던 김병지가 개벤져스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슈퍼리그에 참가하게 되면서 공석인 자리를 물려받았다.

슈퍼리그 직행 3팀 중 오직 월드클라쓰만 기존의 최진철 감독이 자리를 지켰다. 최진철은 1차리그에서 탑걸의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탑걸이 탈락하면서 슈퍼리그에서는 월드클라쓰 감독으로 복귀했다. 이천수가 원더우먼의 탈락에도 불나방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재한 외국인 멤버들로 구성된 월드클라쓰는 시즌1 멤버인 사오리(일본) 옐로디(프랑스), 에바(영국)가 건재한 가운데, 뉴페이스로 라라(스페인), 케시(콜롬비아), 나티(멕시코)가 새롭게 가세했다. 출연자들은 뉴페이스들의 범상치 않은 피지컬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본인이나 그 가족들로 구성된 국대패밀리는 시즌1 멤버인 전미라, 양은지, 박승희를 중심으로 파일럿시즌 멤버였던 김수연(김병지의 아내)가 복귀했고, 새 얼굴로는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출신 곽민정과,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의 친누나 이정은이 깜짝 가세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축수저'로 엄청난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경계대상이 된 이정은은 "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몸을 낮췄지만 "어릴때부터 강인이가 축구하면서 같이 놀았을뿐"이라고 이야기하자 출연자들은 일제히 "그게 축구한 거 아니냐"고 거세게 반발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대망의 개막전은 파일럿과 시즌1 우승팀인 불나방과 1차리그 3위 구척장신의 맞대결이었다. 두 팀은 시즌1 당시 4강전에서 만나 불나방이 구척장신을 3-1로 제압한바 있다. 당시 경기에 지고 눈물을 흘렸던 이현이는 "이번에는 무조건 이길 것"이라며 설욕을 다짐했다. 아이린은 "박선영 언니에게 골먹힌 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너무 아쉽게 골을 먹혔다"며 7개월 만의 재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불나방은 유일하게 시즌1와 비교하여 멤버 변화가 없었다. 박선영-조하나-서동주-신효범-안혜경이 선발로 나섰고 송은영이 벤치를 지켰다. 구척장신은 차서린이 결장하면서 이현이-김진경-송해나-차수민-아이린 5인이 교체멤버 없이 경기를 치러야하는 핸디캡을 안게 됐다.
 
양팀은 초반부터 팽팽한 공방전을 펼쳤다. 전반적으로 불나방이 다소 우세한 경기흐름이었다. 박선영은 '절대자'라는 별명에 걸맞게 중원에서부터 공수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프리롤로 활약하며 출연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박선영이 전반에 날린 두 번의 결정적인 슈팅이 아이린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반격에 나선 구척장신은 역습상황에서 이현이가 중앙으로 내준 공을 김진경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튀어나왔다.
 
전반 막판 열세였던 구척장신이 연이은 세트피스 찬스를 얻어내며 불나방을 압박했다. 코너킥에서 김진경이 살짝 내준 공을 이현이가 리턴패스로 다시 돌아나오는 김진경에게 연결했다. 김진경이 날린 오른발 논스톱 슈팅이 골키퍼 안혜경과 크로스바 사이를 절묘하게 가르며 구척장신의 선제골로 연결됐다. 김진경은 슈퍼리그 1호골의 주인공이 됐다.
 
전반을 0-1로 마친 불나방은 후반들어 공세에 나섰다. 박선영을 중심으로 불나방은 몇 차례의 좋은 공격찬스를 만들어냈지만, 체격조건에서 앞선 구척장신의 두터운 수비와 아이린의 선방에 번번이 막혔다.

다급해진 하석주 감독은 경기 종반 세트피스 찬스에서 골키퍼 안혜경을 빼고 전원 필드플레이어만 5명을 투입하는 파격적인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박선영의 코너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웃되면서 작전은 무산됐다. 종료 직전 불나방의 마지막 공격권에서 박선영의 킥인이 허무하게 빗나가며 경기는 그렇게 구척장신의 슈퍼리그 첫 승리로 마감했다.

파일럿 시즌 최하위(감독 최진철)로 시작하여 시즌1 4위(감독 최용수)-1차리그 3위(감독 백지훈)를 거쳐 슈퍼리그에서는 마침내 철옹성같은 우승팀 불나방까지 무너뜨린 모델팀 구척장신의 놀라운 성장사는 단연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방송 초반만해도 구척장신은 우월한 피지컬에 비하여 자기 몸을 못가누며 허우적거리는 '축알못'의 모습으로 축구보다는 예능 지분을 더 많이 차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할수록 축구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며 구척장신은 어느덧 <골때녀>의 서사 구도와 인기 상승에 있어서 확고한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구멍이었던 이현이는 한혜진에 이은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주득점원으로 성장했고, 아이린은 <골때녀>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슈퍼리그 1호골의 주인공 김진경은 공수를 넘나드는 활동량과 킥 능력을 앞세워 리그에서 가장 기량이 많이 발전한 선수로 꼽히고 있다. 김진경은 "각자가 한 발씩 더 뛰었고 서로를 믿었다. 우리가 지금까지했던 최고의 경기였다"며 불나방전 승리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 파일럿과 시즌1 2연패를 차지했던 불나방은 슈퍼리그 개막전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불나방은 시즌1 당시 조별리그에서 개벤져스에게 승부차기로 한 차례 패배한 적이 있지만 정규시간 경기내 패배와 무득점은 방송 시작 이후 처음이었다. 처음 겪는 패배의 당혹감에 안혜경과 서동주는 눈물까지 흘렸다. 하석주는 "따지고보면 지금 우리가 상대팀에게 모든 게 뒤진다. 볼터치-몸싸움 모든 게 달린다"고 강조하며 불나방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었다.
 
불나방은 출연자들의 연령대가 가장 높다. 수비의 중심인 신효범은 출연자 중 최고령이고 에이스인 박선영도 5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막내인 서동주가 39세인데 상대팀의 최고령자인 이현이와 동갑이다. 다른 팀에 비하면 다른 기존 팀들과 달리 불나방은 시즌1에 비하여 별다른 멤버 보강도 없었다.
 
시즌2 슈퍼리그에 접어들며 경기장 규모가 넓어진 것은 노장팀인 불나방에 체력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다른 팀들이 시즌을 거듭하면서 축구 경험이 늘어나고 멤버보강을 통하여 전력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불나방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장점들이 자연히 반감됐다. 불나방의 다음 상대가 1차리그 1위팀 액셔니스타라는 것을 감안하면 우승팀의 2연패 조기탈락이라는 이변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대단히 높아졌다.
 
한편 다음주에는 시즌1 준우승팀 국대패밀리와 1차리그 준우승팀 개벤져스, 두 2인자들의 맞대결이 예고됐다. 특히 베일에 가려있는 이강인의 누나 이정은의 화려한 '국대급 퍼포먼스'와 이에 맞서는 개벤져스의 '오나우딩요' 오나미의 맞대결을 예고하며 한층 수준높아진 슈퍼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골때녀 슈퍼리그 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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