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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생 지음, 서원오 옮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 소설 바람 목소리 김창생 지음, 서원오 옮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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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생(金蒼生) 작가의 장편소설 <바람 목소리>(서원오 옮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출판, 일본에서는 2020년, '바람의 소리 風の聲'로 출간)는 제주 4.3 사건의 살육광풍을 피해 목숨을 걸고 일본으로 떠난 쌍둥이 자매 설아와 동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주 4.3 사건과 이를 피해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재일동포들의 삶의 여정을 기본 토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본어로 쓰여진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돼 나올 수 있던 것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아래 시민모임 봄) 서원오 사무국장이 직접 번역을 맡고, 기획해 시민모임 봄의 사업으로 추진해서다.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1948년 그리고 현재라는 시간, 제주도와 오사카 이카이노의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소설은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던 타국 땅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의 삶이 담겨 있는 오사카 이카이노 조선시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작가는 제주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살육의 기억까지 때로는 힘있게, 때로는 담담하게 말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 극우단체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재일조선인을 향한 혐오발언 집회까지 나지막이 꺼내어 펼쳐놓고 있다.

소설 속에는 1951년 오사카 이카이노에서 태어나고 자란 뒤 귀국해 제주도에서 살았던 작가의 삶이 녹아 있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조선 국적을 가진 채 일본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재일조선인들의 현실이 녹아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서 극이 전환되듯, 소설은 제주와 오사카를 오가며 여러 사건과 이야기를 눈 앞에 펼쳐놓는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자행된 대규모 학살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인 만큼, 가슴 아픈 이야기에 차마 다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채 숨을 내쉬어야 했다.

책을 읽을 때면, 드라마를 보듯이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장면을 구성하는 내게 제주 4.3 사건 이야기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가하면 소설 속 오사카 이카이노 조선인 동네의 풍경은 뭔가 퍽 정겹다. 어린시절 뛰놀던 골목 어귀가 생각나게 하는 풍경들과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살아 숨을 쉬고 있다.

오사카 이카이노. 일제강점기에 제방공사를 위해 조선인들이 동원돼 마을이 형성됐다. 제주 4.3 사건을 계기로 수많은 조선인들의 피난처가 된 곳이자 제주 도민들의 '디아스포라'였다. 일본 내 재일동포의 최대 밀집지역이지만, '돼지를 치는 곳'이란 뜻의 지명 '이카이노'는 1973년 홀연히 사라져 지금은 이코쿠구 속 코리안타운으로 남아있다.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는 끝없는 차별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조선학교를 지키기 위한 4.24 사건을 비롯, JR승차권 할인 적용 투쟁, 치마저고리 습격사건, 교토조선학교 습격사건 등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무수한 차별에 대항해 자신들의 권리를 하나씩 획득, 일본 사회를 변화시켜 나갔다. 하지만 조선학교만을 제외한 고교무상화 정책, 조선학교 유치원에 대한 무상화 제외 조치 등 아직도 일본에서는 재일조선인들을 향한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 

요즘에서야 재일조선인,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존재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은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아픈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내용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재일조선인과 제주 4.3 사건 등에 알게 되길 바라본다.
 
▲ 바람 목소리 홍보 영상
ⓒ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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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김창생 지음, 서원오 옮김,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231쪽 , 1만6천 원.
- 본인 블로그에도 게재돼 있습니다.


바람 목소리

김창생 (지은이), 서원오 (옮긴이), 봄(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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