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후 단 93초 만에 수많은 홈팬들을 놀라게 한 첫 골이 터졌으니 한 달 뒤 파리에서 열리는 결승전이 눈에 아른거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겨우 1골 차로 이긴 것에 만족해야 했다. 무려 7골이나 나온 보기 드문 빅 게임, 다음 주 마드리드에서 열릴 두 번째 게임까지 합산 점수를 따져야 하기에 맨체스터 시티로서는 결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결정적인 추가 골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 때문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FC(잉글랜드)가 우리 시각으로 27일(수) 오전 4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첫 게임에서 핵심 미드필더 케빈 데 브라위너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를 4-3으로 이겼다.

케빈 데 브라위너의 '93초' 헤더 골

관중석을 가득 메운 맨체스터 시티 FC 홈팬들은 게임 시작 후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93초 만에 케빈 데 브라위너의 다이빙 헤더 골이 터졌기 때문이다. 오른쪽 측면에서 리야드 마레즈가 드리블로 휘젓다가 올려준 왼발 얼리 크로스 궤적을 믿고 빈 곳으로 빠져들어가며 몸을 날린 케빈 데 브라위너의 움직임이 놀라웠다.

이른 첫 골의 기쁨이 가라앉기도 전에 맨체스터 시티 FC 구성원들은 한 골을 더 달아나며 파리로 날아가는 티켓을 손에 쥔 듯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11분, 골잡이 가브리엘 제주스가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다비드 알라바를 따돌리고 침착하게 오른발 골을 터뜨렸다. 케빈 데 브라위너의 왼쪽 측면 기습 크로스가 적중한 것이다.

맨시티의 유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케빈 데 브라위너가 단 11분 만에 1득점 1도움 기록을 찍어내며 절정의 기량을 자랑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압박하는 홈 팀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레알 마드리드 CF 수비수들이 정신을 못 차렸고, 맨시티는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 중심에 케빈 데 브라위너가 우뚝 서 있었다. 26분, 케빈 데 브라위너는 과감한 두 번의 발끝 터치로 레알 마드리드 골문 앞 공간을 활짝 열어주었고 리야드 마레즈가 오른쪽 대각선 슛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왼발잡이 마레즈는 오른발로 골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옆그물에 걸린 공을 바라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3분 뒤에도 케빈 데 브라위너의 감각적인 오른발 공간 패스가 빛나며 필 포든에게 결정적인 추가골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포든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쿠르투아가 지키는 레알 마드리드 골문 오른쪽 기둥을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30분도 안 되어 4-0까지 달아날 수 있었던 홈 팀의 일방적인 기세는 여기서 멈추고 레알 마드리드 CF의 실속있는 축구가 열세 속에서도 빛나기 시작했다.

카림 벤제마, 또 레알 마드리드를 일으켰다

일방적으로 밀리는 위기를 겨우 모면한 레알 마드리드 CF는 주장 완장을 찬 골잡이 카림 벤제마 덕분에 다시 일어났다. 33분에 페를랑 멘디의 왼쪽 얼리 크로스를 받은 카림 벤제마가 골문 앞으로 달려가며 기막힌 왼발 발리슛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발리 슛 타이밍, 벤제마의 왼발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에데르송이 지키는 맨시티 골문 오른쪽 기둥을 스치며 빨려들어갔다.

하프 타임 후 다시 시작된 후반전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는 더 멀리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또 얻어냈다. 47분, 리야드 마레즈가 빠른 드리블로 상대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와 혼자서 맞서는 절호의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그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왼쪽 기둥을 때리고 나왔다. 마레즈에게 골 운이 지독하게 안 들어온 날이었다. 기둥에 맞은 이 공은 곧바로 필 포든 앞으로 굴러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추가골이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골 라인을 지키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카르바할이 그것까지 걷어냈다.

필 포든은 이 아쉬움을 지우듯 53분에 헤더 추가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페르난지뉴가 놀라운 가로채기 후 드리블-크로스 실력을 보여준 덕분이었다. 가운데 미드필더가 측면 풀백 역할까지 폭넓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페르난지뉴가 분명히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2골 차로 달아난 맨시티는 이번에도 그 기쁨을 넉넉히 누리지 못했다. 단 2분 만에 바로 그 측면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희망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더 놀라운 드리블-마무리 능력을 반짝반짝 뽐냈기 때문이다. 오른쪽 풀백으로 변신한 맨시티의 페르난지뉴를 재치있는 속임 동작으로 따돌린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중앙선 아래쪽부터 빠른 드리블을 시작하더니 곧이어 홈 팀 골문 앞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슛까지 완벽하게 굴려넣었다. 현대 축구에서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가를 잘 말해주는 순간이었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첫 게임이 펠레 스코어(3-2) 그대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마무리까지 뜨거웠다. 74분에 맨시티 베르나르두 실바의 반 박자 빠른 왼발 추가골이 터졌다. 바로 앞에서 드리블하던 진첸코가 크게 넘어졌을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스트반 코바치(루마니아) 주심을 쳐다봤지만 볼 소유권이 그대로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이어지자 어드밴티지 룰이 적용된 것이다. 이 순간 베르나르두 실바의 임기응변 능력이 돋보인 셈이다.

2-4 완패의 위기에 내몰린 레알 마드리드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80분, 토니 크로스의 오른발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골문 앞에서 프리킥 크로스를 막기 위해 솟구친 맨시티 수비수 라포르테가 오른발을 휘둘러 핸드 볼 반칙을 저질렀다. 이 중요한 기회를 카림 벤제마가 놓치지 않고 11미터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엄청난 중압감이 자신에게 몰렸지만 벤제마는 놀랍게도 오른발 인사이드 파넨카 킥으로 맨시티 골키퍼 에데르송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은 것이다. 이렇게 7골이나 나온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첫 마당이 끝났다.

이제 두 팀은 어린이날 오전 4시 장소를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옮겨서 5월 29일 파리에서 열리는 결승전까지 가는 길을 찾는다.

2021-2022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st 결과
(4월 27일 오전 4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맨체스터 시티 FC 4-3 레알 마드리드 CF [득점 : 케빈 데 브라위너(93초,도움-리야드 마레즈), 가브리엘 제주스(11분,도움-케빈 데 브라위너), 필 포든(53분,도움-페르난지뉴), 베르나르두 실바(74분,도움-올렉산드르 진첸코) / 카림 벤제마(33분,도움-페를랑 멘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55분), 카림 벤제마(82분,PK)]

맨체스터 시티 FC 선수들
FW : 필 포든, 가브리엘 제주스(83분↔라힘 스털링), 리야드 마레즈
MF : 베르나르두 실바, 로드리, 케빈 데 브라위너
DF : 올렉산드르 진첸코, 아이메릭 라포르테, 후벵 디아스, 존 스톤스(36분↔페르난지뉴)
GK : 에데르송


레알 마드리드 CF 선수들
FW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88분↔마르코스 아센시오), 카림 벤제마, 호드리구(70분↔에두아르도 카마빙가)
MF : 루카 모드리치(79분↔다니 세바요스), 토니 크로스, 페데리코 발베르데
DF : 페를랑 멘디, 다비드 알라바(46분↔나초), 에데르 밀리탕, 다니 카르바할
GK : 티보 쿠르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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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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