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베트남 호치민시.
 베트남 호치민시.
ⓒ 이나영

관련사진보기

 
내가 살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한국 아이들에게, 제일 여행 가고 싶은 나라가 어디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프랑스나 미국 같은 멀고 큰 나라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답이 달라졌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간절하고 또렷하게 말한다.
 
"한국이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세 번째 봄이 지나가고 있다. 오미크론 확진자들이 급증하여 한동안 뒤숭숭하던 이 도시의 분위기도 점차 안정이 되어가고 거리에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이곳에 살고 있는 교민들 마음에도 설렘의 기운이 깃들고 있다.

2020년 3월,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전면 중단된 지 2년이 지나고야 비로소 지난 3월 15일부터 외국인 관광이 전면 재개되었다. 베트남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은 백신접종확인서와 72시간 이내의 PCR 음성검사지 또는 24시간 이내의 신속 항원검사 증명서만 있으면 격리가 면제된다.

베트남 호치민에서의 팬데믹 3년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전면 중단된 지 2년이 지나고야 비로소 지난 3월 15일부터 외국인 관광이 전면 재개되었다.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전면 중단된 지 2년이 지나고야 비로소 지난 3월 15일부터 외국인 관광이 전면 재개되었다.
ⓒ 이나영

관련사진보기

 
작년까지만 해도 특별한 업무상의 이유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의 '특별출입국'만 방문이 허가되었기 때문에 한국 가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다. 무리를 해서 한국에 가더라도(심지어 베트남에 돌아와서도) 1~2주 정도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한국 방문은 먼 과거의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랬던 것이 지난 18일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소식 이후 이곳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인들의 부모님들이 오랜만에 방문하신다 하고, 호치민의 여러 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월 중순경부터 한국에 가기 위해 비행기를 예약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랜만의 고국 방문을 계획하며 들고 갈 선물을 준비하고, 한국에 가서 할 일들, 오랜만에 만날 지인들을 생각하며 들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 2019년 이후로 한 번도 한국에 가지 못했다. 언제쯤 휴가를 내어 한국에 다녀올지를 생각해보니 이곳에서의 몇 달 전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유흥업소들의 영업이 중단되었고, 30명 이상의 단체모임이 금지되었다. 학교가 문을 닫고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작업장과 회사들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를 했다. 그러다 외출 금지까지 시행될 때는 마트 앞에 한두 시간 줄을 서서 생필품을 사놓기도 했다. 친구들과 우유와 달걀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정보를 주고받던 때도 있었다.
 
봉쇄가 곧 풀릴 거라고 했다가도 다시 연장이 되었다. 코로나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져 한없이 막막하기만 하던 어느 날, 드디어 외출이 허가되었다. 몇 달만에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마실 수 있게 된 날, 테이크아웃 컵에 담긴 라테 한 잔이 얼마나 특별하게 느껴지던지...
 
나와 식구들이 줄줄이 코로나 확진이 될 때마다 적절한 치료나 약을 탈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도 무리였다.
 나와 식구들이 줄줄이 코로나 확진이 될 때마다 적절한 치료나 약을 탈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도 무리였다.
ⓒ 이나영

관련사진보기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기간 집에 갇히기도 했다. 베란다에서 텅 빈 거리를 바라보며 언제 집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언제 한국에 갈지 계획을 하고 있다니 그저 감개무량한 심정이다.

해외에서 겪는 코로나는 좀 더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백신주사를 맞을 때마다 혹시 모를 열에 대비한 해열제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와 식구들이 줄줄이 코로나 확진이 될 때마다 적절한 치료나 약을 탈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도 무리였다.

코로나 확진 후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해 중증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방법을 찾다가 어쩔 수 없이 거액의 비용을 감수하고 에어엠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급하게 들어가는 경우를 가까이에서 보기도 했다.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경험하는 팬데믹 시대는, 불안감을 더 치솟게 하는 일이었다.

엄마표 김치찌개 한 끼만 먹을 수 있다면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활주로.
 인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활주로.
ⓒ 최은경

관련사진보기

 
영국 등 해외  많은 나라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해제되었다는 소식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고위험 지역을 제외하고는 마스크 착용을 해제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내가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할 때쯤이면 정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인천공항을 나설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철없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저 두려운 존재였던 코로나는 인류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남기고 우리 삶에 스며들어와 감기나 독감처럼 함께 살아가는 질병의 한 형태로 남는 분위기이다. 가고 싶은 곳에 가지 못했고, 만나고 싶은 이들을 만나지 못하게 했고, 사회 분위기를 송두리째 공포로 몰아넣고 불안에 떨게 했던 시간이 긴 여운을 남긴 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는 것 같다.
 
3년 만에 한국에 가면 무엇이 달라졌고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동안 무탈하게 잘 지내준 나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엄마표 김치찌개로 밥 한 끼만 먹으면 지난 3년간의 모든 어려웠던 일이 눈 녹듯 사라질 것 같은 심정이다. 기다려라, 한국.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귀기울여 듣고 깊이 읽으며 선명하게 기록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