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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의 부속섬 석모도에 자리한 보문사는 서해안 최대의 관음성지로 유명하다.
▲ 보문사에서 바라 본 낙조 강화의 부속섬 석모도에 자리한 보문사는 서해안 최대의 관음성지로 유명하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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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계속되는 학업의 스트레스와 취업의 부담감에 짓눌려 지긋지긋한 이 장소에서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난한 대학생의 신분이라 주머니의 사정은 여의치 않았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아 비교적 근거리에 가볍게 다녀올 장소를 찾고 싶었다.

그런 곳이 어딜까 살펴보던 중 강화도 바로 옆에 위치한 등이 새우처럼 휘어져 있는 석모도가 바로 눈에 띄었다. 서울과 멀지 않으면서 섬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하는 환경이 정말 맘에 들었다.      

그 당시 대중교통으로 석모도까지 가는 건 역시 녹록지 않았다. 신촌에서 강화읍, 그리고 외포리까지 2번에 걸쳐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 섬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주변을 돌아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석모도는 본섬과 다리가 이어지면서 누구나 편하게 차로 오갈 수 있다.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민머루 해수욕장
 
석모도에 자리한 민머루해수욕장은 넓은 갯벌이 자리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찾는 주요 명소 중 하나다.
▲ 민머루해수욕장 석모도에 자리한 민머루해수욕장은 넓은 갯벌이 자리해 가족단위 여행객들이 찾는 주요 명소 중 하나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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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차를 이용해 떠나는 여행이라 환승의 경로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가는 길은 더욱 편안했고, 시간은 절약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생각의 사유도 그만큼 절약되는 기분이 그리 좋진 않았다. 마을버스 안에서 마을 주민들이 옹기종기 수다를 떠는 정겨운 장면과 마을마다 버스가 서면서 보이는 다양한 풍경도 이젠 무심하게 지나친다.

물론 그만큼 더 많은 것들을 보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어느덧 2017년 완공된 석모대교를 지나 다시 석모도로 입도(入島)했다. 수많은 추억이 있는 섬이지만 석모도 하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져 있는 민머루 해수욕장을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동해안의 한 도시에서 살아왔던 나로서 처음 본 갯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진흙밭이 펼쳐지며 그 아래에는 조개와 꽃게 등 수많은 해양생물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석모도의 대표 격인 민머루 해수욕장은 갯벌체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서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이며 장화를 신고 동심으로 돌아가 진흙놀이를 저마다 즐기고 있었다. 굳이 바다로 들어가는 것보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전망 좋은 곳에 자리한 카페 또는 바지락 칼국수 집에서 광활한 갯벌을 만끽하는 방법도 좋을 듯하다.      
 
보문사는 최근 사세확장으로 인하여 와불전과 오백나한이 새롭게 들어섰다.
▲ 오백나한과 사리탑 보문사는 최근 사세확장으로 인하여 와불전과 오백나한이 새롭게 들어섰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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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나라의 섬들은 산지가 대부분이라 급경사가 많고, 깎아지른 절벽으로 인해 기암괴석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유독 강화도의 섬들은 평야가 넓게 퍼져있다. 거기서 자라는 쌀과 농작물이 강화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강화의 갯벌 덕분에 바닷물이 점점 밀려나면서 평야를 만들었지만, 옥토를 만든 건 자연이 아닌 인간의 역할이 크다고 하겠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간척 작업은 두 개로 갈라져 있던 석모도를 하나로 만들었으며, 강화 본섬과 따로 떨어져 있던 마니산도 어느새 한 몸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화의 갯벌은 여전히 매우 넓다. 해산물과 농산물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풍부한 강화도였기에 수많은 역사와 문화의 발자취를 우리에게 남겨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평화롭고 아름다운 섬에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석모도 여기저기서 온천수가 솟아나기 시작하고, 각종 매스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허름한 목욕탕 시설이었지만 석모도가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대규모 시설확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바닷가에 자리를 잡고 미네랄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석모도 미네랄 온천이 보문사 근방에 오픈했다. 수도권에서 접근하기 쉽고, 특히 바다를 바라보며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평일에는 하루 1000명 주말에는 하루 1400명이 모이는 석모도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보문사의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석모도가 배를 타고 바닷길을 건너가야 하는 섬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았던 건 관음성지라고 불리는 천년고찰 보문사의 존재 덕분이기도 하다. 동해의 양양 낙산사와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해상 관음기도도량으로 유명하고, 신비한 석굴법당은 물론 보문사 꼭대기의 마애 관세음보살이 석각으로 새겨져 있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절을 찾고 있다.     
 
자연암반 안에 석실을 조성해서 석가모니불, 미륵불, 나한 등의 불상을 배치해 놓았다. 기도도량으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다.
▲ 보문사 석실 자연암반 안에 석실을 조성해서 석가모니불, 미륵불, 나한 등의 불상을 배치해 놓았다. 기도도량으로 유명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고 있다.
ⓒ 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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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벌써 만차가 되었고,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상점가와 호객행위들로 인해 진땀을 뺐다. 산 중턱에 위치한 보문사는 만만치 않은 오르막길로 인해 접근성도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필자의 추억이 묻어 있는 장소라 기억을 한번 더듬어 보면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과연 보문사가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다.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넓은 터가 나오고, 바다를 굽이 보는 위치에 보문사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건물의 배치는 비슷했지만 그 사이 새롭게 추가된 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와불을 모셔 놓은 와불전과 오백 명의 나한들이 사리탑을 중심으로 배치되어 있는 구역이 인상적이다.

중심 건물인 극락보전은 곱게 단청을 새로 칠했고, 보문사의 명물인 석실은 여전히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절을 대표하는 문화재는 대웅전에서 15분 동안 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등장하는 마애관세음보살 석각이다.

낙가산 중턱 서해를 바라보는 절경에 자리 잡은 이 석각은 1928년 배선주 주지스님이 표훈사의 스님과 더불어 새긴 것으로, 눈썹바위가 마치 지붕처럼 돌출되어 이 석각을 보호하는 듯하다. 역사가 깊진 않지만 이 불상의 존재 덕분에 보문사가 관음성지로 자리 잡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1920년대 보문사와 표훈사의 스님이 조성한 마애관세음보살 석각은 눈썹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 오르면 서해안이 한눈에 아른거린다.
▲ 마애관세음보살 석각 1920년대 보문사와 표훈사의 스님이 조성한 마애관세음보살 석각은 눈썹바위 아래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 오르면 서해안이 한눈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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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의 사세가 10년 동안 많이 달라졌어도 여기서 바라보는 서해 바다의 풍경은 그대로다. 수백 년 전에도 선조들은 보문사에 올라가 이런 광경을 똑같이 쳐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해가 어느덧 자기 일을 마치고 지평선을 넘어가고 있었다.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낙조를 감상해 본다. 오늘도 자연은 변함없이 제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저마다 추억이 존재하는 강화 석모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1권(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 절찬리 판매 중 입니다. 경기도 각 도시의 여행, 문화, 역사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권은 5월 중순 출판 예정입니다. 강연, 기고 문의 ugz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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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멀고도 가까운 경기도>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경인방송 <책과 사람들>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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