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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편집자말]
몇 년 전 어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이가 드니 꽃이 눈에 들어와.'

꽃은 피어나도 곧 져버린다는 생각에 별로 좋아하지 않고, 관심도 없던 나도 그랬다. 언제부터인지 길가에 피어 있는 단아하고 고운 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시선이 가는 꽃이나 식물을 보면 사진을 찍어놓고 인터넷이나 식물 이름을 알려주는 어플을 뒤져 이름을 찾아본다.
 
일일초
 일일초
ⓒ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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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길가에 피어 있는 꽃이 눈에 들어와 사진으로 검색을 했다. 평소 흔하게 보아왔던 꽃이지만 막상 이름을 모르고 있었는데 '일일초'라고 한다. 1년 중 3개월 이상 거의 매일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일일초(日日草)' 또는 매일초(每日草)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꽃말은 '즐거운 추억,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하더니, 그저 길가에 피어 있는 하얀 꽃이었던 아이가 '일일초'로 내 마음에 분명하게 새겨진다.

다가가면 생기는 관심과 애정
 
방울토마토 키우기
 방울토마토 키우기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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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계는 바닷가 모래사장의 모래알 개수만큼이나 크고 넓어, 알아가려고 하면 끝도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도 길가의 꽃을, 남의 집 담장에 길게 자란 화초를 그저 모양이나 색감만 보며 감탄하는 것보다 이름을 알아보고 어떻게 키우면 잘 자라는지 찾아보면 좀 더 그 세계에 적극적으로 다가설 수 있게 된다. 관심과 애정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요즘은 '토마토 키우기'가 주 관심사이다. 토마토 씨앗을 사다 베란다의 널따란 화분에 뿌려놓고 매일 물을 주었더니 '제크와 콩나무'에 나오는 콩나무 만큼이나 쑥쑥 길게길게 자랐다. 감당이 안 될 만큼 키가 자라고 줄기들이 서로 엉켜서 베란다가 어지러워질 정도가 되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다.

나의 토마토는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정리를 좀 해주고 꽃으로 양분이 잘 모여 열매가 열릴 수 있도록 잎사귀들을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길다란 막대를 가져와 지지대를 세우고 줄기들을 정리해 잘 고정시켜 주었다. 노란색 꽃이 피어난 자리에 열매가 열릴 거라고 하는데 과연 몇 개나 달릴지 기다리는 즐거움을 누리는 중이다.

환경에 크게 민감하지 않고, 어디에 놓아두던 알아서 쑥쑥 잘 자라기에 매일 토마토를 바라보는 일이 기쁨이었다. 씨앗에서 싹이 나고, 줄기가 길게 자라며 화분을 덮을 만큼 무성해지는 모습은 경이롭기도 했다. '조용하면서도 즐거운 영향력'을 내게 선물해주었달까.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 키우는지 찾아보고,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하면서 토마토와 좀 더 친해졌다. 건강에 좋은 것은 알아도 마트에 갈 때마다 토마토를 적극적으로 사서 먹을 만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요즘은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보면 '와, 참 잘 키웠다'라고 생각하며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사소하지만 작지 않은 의미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무심한 타인일 뿐이었던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취향을 가졌고 어릴 때 어떻게 자라왔는지, 요즘의 주 관심사는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당연하게도 의미부여가 되면서 친밀감이 생긴다.

알면 알수록 가깝게 느껴지고 좀 더 알고 싶어지는 단계가 되면 호감이나 우정, 혹은 애정이라는 관계로 발전이 된다. 그렇게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일들이 삶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얼마전 집 앞 카페에 나갔다가 마침 거기에 커피를 마시러 들른, 오랜만에 만난 이웃과 잠시 대화를 했다. 아는 지인이 겹쳐 지나다니며 인사를 하는 정도의 관계이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는 아닌데, 그날따라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대화의 주제가 깊이 흘러갔다. 최근에 읽은 소설 속 이야기를 하다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 그리고 나이듦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날의 어떤 기운이 우리를 그런 편안한 대화로 이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즐겁고 따뜻했다. 나이도 생활 반경도 달라 가볍게 눈인사만 나누던 사이였던 사람이 매우 다르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경험이었다.

코로나와 함께 하는 세 번째 봄을 지나고 있다. 즐거운 일, 의미 있는 것들을 애써 찾아보아야 하는 암울한 시대를 건너왔다. 이런 시간을 통과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화분 속 새로 피어나는 작은 잎사귀, 햇살을 받아 건강하게 빛나는 자연의 빛깔, 마음을 열어 내어보일 수 있는 좋은 사람과의 따뜻한 시간처럼 작고 사소한 것들이다. 막막하고 길기만 했던 코로나의 시대를 건너면서 사소하지만 작지 않은 의미들을 찾아내는 하루를 산다는 것이 내게는 중요했음을 믿는다.

누구에게나 어떤 존재와 가까와지기 위한 과정이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그 과정을 천천히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관심을 갖고, 이름과 성격을 알아가고, 잘 키워내고 싶어 좀 더 애쓰고 물과 햇빛의 양을 조절하는 그런 일들에 마음을 쏟는 일...

그런 과정들을 내 삶과 관계에 적용시켜보면,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을 갖는 모든 일과 사람들에게 마음이 기울어지고 긍정적인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건강한 믿음이 생긴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writeurmind


시민기자 그룹 '워킹맘의 부캐'는 일과 육아에서 한 발 떨어져 나를 돌보는 엄마들의 부캐(부캐릭터)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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