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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호숫가나 강변, 개울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가지가 잘 휘어지고 부드러워서 광주리나 바구니, 채반, 옷상자 등으로 만들어 썼으며 칫솔 대신으로도 이용해왔다.

버드나무 가지를 한자로 양지(楊枝)라고 하며 여기에 치아가 결합되어 오늘날의 '양치질'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 시험 도중에 다친 다리를 버드나무 껍질로 싸매었다는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천연의 진통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은 세상을 두루 살펴 고통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부처다. 탱화에는 관세음이 버들가지를 들고 있거나 꽃병에 꽂아 두고 있는 그림이 많다. 전자가 양류(楊柳)관음도이고 후자는 수월관음도로서 버들가지가 꽃병의 물을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이렇게 만들어진 감로수를 중생에게 뿌려 병을 치료한다는 믿음을 표현한 것이다.

버드나무는 이집트의 파피루스 기록에도 나올 정도로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왔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임산부가 통증을 느낄 때 버들잎을 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 2천년 넘게 민간요법으로 전승되던 버들잎의 성분은,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의 합성을 성공시킨 독일 바이엘사를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만들었다.

19세기 유럽은 버드나무 추출물을 정제하여 살리실산(Salicylic Acid)으로 이름 짓고 진통과 해열, 류마티즘의 치료제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쓴맛이 강할 뿐 아니라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따랐다. 1899년 바이엘의 연구원이었던 펠릭스 호프만(Felix Hoffman)은 류머티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살리실산의 부작용을 없앤 알약을 처음으로 세상에 내놨다. 아스피린의 시작이다. 
 
버드나무잎을 갉아먹고 있는 성충.
▲ 버들잎벌레. 버드나무잎을 갉아먹고 있는 성충.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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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목산천에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4월이면, 버드나무는 잎보다 먼저 노랑색 꽃을 피워 배고픈 곤충들을 먹여 살린다. 버드나무를 찾는 여러 곤충을 살펴보자. 첫번째는 각종 식물의 잎을 먹기에 잎벌레라고 부르는 녀석들이다. 특히나 어린 버드나무를 좋아해서 묘목을 심으면 눈에 확연히 띌 정도로 잎벌레들이 날아든다. 신기하게도 식재 후 1년을 넘기면 그 많던 잎벌레는 자취를 감추고 평형을 되찾는다.

버들잎벌레는 부화한 지 20여 일이 지나면 번데기로 탈바꿈하는데 거꾸로 세워 놓은 아카데미상 오스카 트로피를 떠오르게 한다. 청람색 광택이 눈에 띄는 버들꼬마잎벌레도 흔하게 접할 수 있으며 사시나무잎벌레도 날아든다. 잎벌레가 득시글대면 무당벌레 무리와 벌 종류, 일부 노린재 같은 천적이 찾아든다. 특히 남생이무당벌레는 유충과 성충이 모두 잎벌레를 잡아먹고 산다. 버드나무 가지에 주황색 알을 무더기로 낳으므로 세심하게 살펴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다.
 
버들잎벌레 번데기의 체액을 빨아 먹는 중에 무당벌레 유충이 다리를 물었다.
▲ 우리갈색주둥이노린재. 버들잎벌레 번데기의 체액을 빨아 먹는 중에 무당벌레 유충이 다리를 물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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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갈색주둥이노린재도 한 몫 한다. 뾰족한 주둥이를 사냥감의 몸에 꽂아넣고 소화액을 주입하여 내부 장기를 쥬스처럼 녹여서 빨아먹는다. 초접사 사진으로 보면 반으로 쪼개진 빨대처럼 생긴 입틀로 사냥감을 찌른 뒤에, 빨대관을 타고 바늘과 같은 침을 밀어넣어 소화된 영양액을 흡입한다. 의외로 개미는 힘을 쓰지 못한다. 위험을 느끼면 잎벌레 유충은 개미가 기피하는 노랑색 독액을 방울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4월의 버드나무는 곤충의 구황식물

호박벌 여왕도 버드나무를 찾는다.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하기까지 버드나무 꽃이 요긴한 식사거리다. 여왕은 꽃밥과 꿀로 배를 채우고 적당한 보금자리를 찾아 화분을 경단처럼 빚은 뒤에 알을 낳고 밀랍을 바른다. 유충이 깨어나기 위해서는 섭씨 30도 정도가 유지되어야 하므로 여왕벌은 닭처럼 알을 품는다. 여왕 호박벌의 배에는 체온을 알에 전달할 수 있도록 털이 없는 부분이 있다. 

수정된 알에서 호박벌 일벌이 태어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집단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늦여름에 이르면 수정되지 않은 알을 낳아서 생식을 위한 수벌을 키운다. 가을이면 로열 젤리로 키운 새로운 여왕벌들과 수벌이 짝짓기를 하며 겨울이 다가올 무렵이면 신여왕벌만 살아남아 이듬해를 기약한다. 호박벌 신여왕은 땅속으로 들어가 월동하며 이듬해 봄에 한살이를 시작한다. 
 
햇볕을 반사하여 오른쪽 날개는 보라색을 띄고 있다.
▲ 황오색나비. 햇볕을 반사하여 오른쪽 날개는 보라색을 띄고 있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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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오색나비도 빼놓을 수 없다. 멋진 뿔이 달린 애벌레가 버드나무잎을 먹기 때문이다. 황오색나비는 말 그대로 황토색 몸매에 5가지 색이 어우러져 있으며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상이 변한다. 우리나라 나비 중에서 구조색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녀석으로서 햇볕 아래서는 보랏빛이 두드러진다. 본 연재 20화에서 나비의 인편이 구조색을 띄는 원리라고 했다. 기왓장처럼 덮인 인편은 추운 겨울을 날 때 보온재 역할도 겸하며 빗물을 막는 방수층으로서도 작용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오색나비 5종(오색나비, 황오색나비, 왕오색나비, 번개오색나비, 밤오색나비) 중에서 가장 흔한 녀석은 황오색나비와 왕오색나비이며 나머지는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남부지방에는 남방오색나비와 암붉은오색나비와 같은 미접(길잃은 나비로서 동남아에서 기류를 타고 한반도까지 올라온다)이 가끔 출현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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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를 펴냈다. 다음 세대를 위한 화보 도감. daankal@gmail.com. O|O.셋EE오.E팔O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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