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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편집자말]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다.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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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정부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술을 구입할 수 있는 캐나다에는 주마다 주류를 배포하고 판매하는 정부산하 기업이 있다. 온타리오주에는 LCBO(온타리오 주류 관리 위원회)가 있는데, 최근 LCBO의 온라인 직업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동영상으로 상황 예시를 보며 설명을 읽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었다.

주류 판매와 음주에 관한 규정이 엄격한 캐나다인지라 관련해서 주의해야 할 점과 대처법, 법규 등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주의를 끈 것은 '모두가 접근 가능한 업무현장 만들기'라는 항목이었다.

신선한 깨달음을 안겨주었던 이 항목에는 업무현장에서 장애를 지닌 직원과 손님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모두를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업무환경'이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교육은 시작됐다. 다음은 도입부의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면 청력, 시력, 그 밖의 다른 감각들이 점점 흐릿해지거나 혹은 기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영구적 혹은 일시적 장애를 지닐 가능성이 커진다. 장애가 있는 2백만 온타리오인들은 우리의 고객 혹은 동료가 되기도 한다.

LCBO는 우리의 업무현장이 모두를 아우르며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곳임을 확실히 하고자 한다. 우리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물리적 구조의 매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일하러 나오거나 필요시 협의를 요청하는 데 있어 편안함을 느끼는 작업현장을 창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해서는,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를 환영하는 매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업무현장이란 '공감'에서 비롯됨을 강조했다.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말한다, 공감하기 위해 그 사람과 똑같은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의 감정이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으면 된다, 그의 어려움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이었다.

내가 몰랐던, 생각해보지 못한 '장애'

직업교육 내용 중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을 보여준 두 가지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싶다. 첫 번째는 발음이 불분명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에이다의 이야기. 그녀의 말을 알아듣기 힘들었던 매장 직원 헨리는 고개를 흔들며 귀에 손을 대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만 큰 소리로 반복한다. 이때 에이다의 관점이 이렇게 설명돼 있었다.

"나는 작년에 뇌졸중을 겪었다. 거의 회복됐지만 불행히도 언어능력은 백퍼센트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들이 내가 말을 알아듣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듯 목소리를 높일 때면 좌절감이 든다. 나는 언어장애가 있지 귀가 안 들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이들의 대화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당신은 이 상황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번. 돕기 위해 나선다. 에이다에게 사과하고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한다. 그런 뒤 그녀의 질문을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물어본다.
2번. 그 상황을 피한다. 에이다는 당신이 아닌 헨리에게 물어보고 있다.
3번. 돕기 위해 나선다. 에이다에게 사과하고 그녀의 말을 알아듣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한다. 그런 뒤 그녀의 질문을 적어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일단 2번은 답이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1번 아니면 3번인데, 부끄럽게도 나는 오답을 냈다.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으니 글로 적으면 되겠지, 라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답은 1번. 설명은 이랬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이므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질문을 적어달라는 식의 제안을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로 인해 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게 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이다의 경우, 뇌졸중을 겪은 후 소근육 기능이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서 글씨를 쓸 수 없었고, 종이와 연필을 내밀었을 때 또 한 번 난처해졌다. 에이다에게 직접 대안을 제시하도록 요청하자 그녀는 환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질문을 입력해줄 수 있었다.

그렇다. 눈에 보이는 장애가 있고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다. 도우미 동물, 흰 지팡이, 휠체어, 목발 같은 보조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장애가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장애는 알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장애의 또다른 예로는 정신, 학습, 청력, 언어 장애 등이 있다. 에이다는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경우였다.

그다음으로는 여러 장애의 종류가 제시됐다. 그중 충격으로 다가왔던 건 '일시적 장애'와 '상황에 따른 장애'에 관한 설명이었다.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부러진 팔은 대부분의 경우 치유가 될 것이므로 이는 '일시적 장애'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른팔로 아기를 안고 매장에 들어선 손님의 경우는 어떨까? 아무리 보아도 그는 우리가 흔히 아는 장애인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그는 왼팔만으로 무거운 맥주 상자를 들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아기를 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없다. 이처럼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제약 역시 '장애'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를 '상황에 따른 장애'라고 했다.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일정 기간 깁스를 하고 있는 사람도, 아기를 안고 있어서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는 사람도 일시적 혹은 상황에 따른 장애를 지닌 것이라고 여긴다면, 그건 다름 아닌 '장애'라는 개념의 확장일 터였다. 그렇다면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크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장애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논할 때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곤 한다. 자주 이야기되지만 비장애인 입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시적 장애'와 '상황에 따른 장애'도 장애라고 한다면, 다시 말해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제약 혹은 불편함으로 장애를 해석한다면 어떨까?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성큼 가깝게 다가올 듯하다.

다음은 장애를 지닌 직원 조셉의 이야기였다. 조셉은 차 사고를 당한 이후로 줄곧 머리를 빨리 움직일 때마다 어지러움을 느낀다.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정신을 바로잡으려면 몇 초가 걸리고 한다.

그는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서 직장의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직장 상사인 마리아는 조셉이 딴생각에 팔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늘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데도, 그는 상관없다는 듯 행동한다. 수습 기간이 끝나는 다음 주에 그를 해고할 생각이다.

LCBO직업교육서에서는 조셉에게 뇌진탕이 나아지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마리아에게 터놓고 이야기할 것을 권고한다. 어떤 사건이 있었으며 그 사건이 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마리아에게 말한 뒤 가능한 합의점을 논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아에게 제시한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은 이렇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 것은 잘한 일이라고 조셉을 안심시킬 것, 그런 뒤 인사팀과 연락해 그가 일시적 장애에서 회복돼 업무능력이 되돌아올 때까지 그를 위한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낼 것임을 알려줄 것.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다"
 
LCBO는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LCBO의 문화라고 했다.
 LCBO는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LCBO의 문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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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BO는 장애를 수용하는 것이 LCBO의 문화라고 했다. LCBO는 직원 모두를 포괄하는 공평한 문화를 만드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영구 장애든 일시적 장애든 직원들이 자신의 장애에 대한 노사 간 합의점을 찾도록 요구하는 데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관리자들에게는 장애를 지닌 직원들에게 합의점을 제시하고 인사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합의점에는 업무시간 변경, 보조장치나 인체공학적 설계의 작업기기 제공 등이 포함된다).

비단 LCBO뿐 아니라, 캐나다는 '장애인의 천국'이란 별칭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장애인에 대한 정책이 많고, 인권 의식이 높은 나라다. 버스는 100퍼센트 저상버스이고, 그 버스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탈 때 기사는 당연하다는 듯 내려와 도와준다. 그 과정에 승객들은 불평 한마디 없다. 아이들도 장애인 친구와 한 교실에서 생활하며 친숙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구비되어 있는 장애인 전용 테이블과 화장실, 상가 앞마다 설치된 경사로와 출입 버튼 혹은 자동문,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는 아무리 자리가 없어도 절대 주차하지 않는 사람들, 생활비와 교육비, 저축비, 가족들의 돌봄 비용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재정 혜택들... 아직도 열거하지 못한 것들이 꽤나 많이 있다.

그래서일 것이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유난히 장애인이 많다고 느꼈던 건. 한국에 비해 장애인이 많은 게 아니었다. 장애인이 바깥 활동을 하는 데 따르는 불편함을 최대한 줄이고자 노력하는 정부와 장애인에 대한 세심한 접근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시민들이 있었을 뿐이다.

장애인 역시 비장애인과 마찬가지의 권리를 누려야 할 시민의 한 사람임을, 비장애인보다 소수라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현실이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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