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시즌 첫 영남 라이벌전에서 홈런쇼를 펼치며 승리를 챙겼다.

래리 서튼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2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8-2로 승리했다. 영남 라이벌전으로 펼쳐진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따낸 롯데는 이날 KIA타이거즈에게 4-5로 패한 4위 키움 히어로즈와의 승차를 반 경기로 좁혔다(9승8패).

롯데는 외국인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찰리 반즈가 7이닝6피안타 무사사구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4번째 승리를 챙겼고 시즌 첫 등판한 서준원이 2이닝2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타선에서는 2회 백정현으로부터 3점 홈런을 터트린 DJ피터스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2번부터 6번까지 5명의 타자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5회 초대형 장외홈런을 터트린 한동희는 홈런 부문 단독 1위로 등극했다.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4회 말 롯데 한동희가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기뻐하고 있다.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2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4회 말 롯데 한동희가 우측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서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에서 점점 벌어진 강백호와의 격차

대부분의 스포츠가 그런 것처럼 야구에서도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것을 대단히 좋아한다. '철인' 고 최동원과 '무등산폭격기' 선동열은 대학시절부터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져 1987년 15이닝 완투대결이라는 '전설의 라이벌전'을 연출했다. '양신' 양준혁과 '바람의 아들' 이종범(LG 트윈스 2군감독)은 포지션도, 나이도, 플레이스타일도 달랐지만 입단연도가 같다는 이유로 이종범이 일본에 진출할 때까지 팽팽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80년대에 최동원과 선동열, 90년대에 양준혁과 이종범이 있었다면 2010년대 중·후반에도 야구팬들의 관심을 모을 만한 라이벌이 등장했다. 바로 고척 돔구장 개장 홈런을 터트렸던 서울고의 '괴물' 강백호와 그 강백호에게도 뒤지지 않는 힘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던 경남고의 한동희가 그 주인공이었다. 실제로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동희는 롯데에 1차지명으로, 강백호는 2차1라운드 전체1순위로 KT 위즈에 입단했다.

당시 야구팬들은 강백호와 한동희가 치열한 신인왕 경쟁을 벌일 거라 전망했지만 두 고교라이벌이 프로에서 만난 후 첫 대결은 의외로 시시하게 끝났다. 강백호가 역대 고졸타자 최다홈런기록(29개)을 세우며 타율 .290 29홈런84타점으로 대활약한 것과 달리 한동희는 루키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232 4홈런25타점에 그친 것이다. 그렇게 한동희는 신인왕은커녕 팀 내에서도 확실한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강백호는 2년 차 시즌 수비 도중 사직 야구장의 철그물에 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한 달 넘게 결장했고 그 후유증으로 홈런 수도 13개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강백호는 116경기에서 타율 .336 출루율 .416 장타율 .495를 기록하며 더욱 무서운 타자로 성장했다. 반면에 한동희는 시즌 중반부터 외국인 선수 제이콥 윌슨에게 3루 자리를 내주며 타율 .203 2홈런9타점으로 오히려 루키 시즌보다 더욱 부진한 성적을 올렸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던 한동희는 2020년 비로소 롯데의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했다. 135경기에 출전한 한동희는 타율 .278 17홈런67타점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해 타율 .330 23홈런89타점95득점을 기록한 강백호는 생애 첫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획득했고 이제 강백호와 한동희를 '라이벌'로 불러주는 야구팬조차 거의 남지 않았다.

'거인군단' 3번으로 활약하는 홈런 1위 거포

한동희는 작년 시즌에도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17홈런69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타선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같은 나이 대에 강백호라는 '넘사벽' 비교대상이 있을 뿐 대학 4학년 학생의 나이에 프로 1군무대에서 시즌 17홈런을 때려낸 셈이니 한동희의 성장속도는 결코 느리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동희는 '부산의 차세대 거포', 이대호의 후계자'라는 높은 기대치 때문에 항상 성장이 느리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실제로 작년 시즌까지 한동희는 주로 하위타선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년 시즌이 끝나고 FA자격을 얻은 간판타자 손아섭(NC다이노스)이 팀을 떠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롯데 역사상 최고의 타자 이대호도 올 시즌을 마친 후 은퇴를 예고했다. 이대호가 왕관을 내려 놓는 시즌에 입단 당시부터 이대호의 후계자로 불렸던 한동희가 중심타선에서 활약하면서 롯데의 간판타자 자리를 이어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한동희는 올 시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무게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챈 모양이다. 올 시즌 롯데가 치른 17경기에 모두 출전한 한동희는 타율 .413 5홈런13타점12득점OPS(출루율+장타율) 1.187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완벽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개막전에서 7번 타자로 출전했던 한동희는 5번으로 타순이 올라왔다가 지난 16일 KT전부터는 6경기 연속 붙박이로 3번 타순에 고정되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의 주중 3연전에서 14타수7안타를 기록하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낸 한동희는 22일 삼성과의 영남 라이벌전 첫 경기에서도 멀티히트를 작렬했다. 그리고 2안타 중 하나는 작년에 14승을 기록했던 삼성의 선발 백정현으로부터 뽑아낸 시즌 5호 홈런이자 라이온즈파크의 관중석을 넘기는 장외홈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홈런 공동 1위였던 한동희는 이 홈런으로 LG의 김현수(4개)를 제치고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현재 롯데는 한동희와 이대호(.375), 전준우(.328)까지 중심타선 3명이 모두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안치홍(.279), 정훈(.254) 등도 타격감만 살아나면 충분히 3할을 넘나드는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좋은 타자들이다. '국가대표 1루수' 강백호가 부상으로 아직 복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동희가 드디어 프로 입단 5년 만에 자신이 왜 입단 당시 '강백호의 라이벌'로 불렸는지 야구팬들에게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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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 홈런 단독 1위 롯데 3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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