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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는 아무 옷이나 입어도 몸에 잘 어울린다는 자신감 하나로 옷을 입어왔다. 굳이 거울 앞에 다가서지 않아도 자신의 모습을 믿었기 때문이다.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믿음이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인에서 풀려나는 순간, 나이에 관한 모든 것을 인정하고 승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남을 먼저 걱정했던 오십 대 이전과는 달리, 자신을 먼저 챙기고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누구나 세월 가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 간다"라는 말이 있지만, 현실 앞에 무감각해지고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십 대를 살아가면서 이전에 미쳐 생각해 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내가 사는 캐나다의 맥도널드에는 시니어 할인 제도가 있다. 55세 나이가 되면서부터 맥도널드에서 커피 할인 혜택을 받는 경험을 했다. 오십 대라는 이른 나이에 맥도널드에서 처음으로 시니어라는 꼬리표를 달아 주는 간접 경험을 했다. 

골프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나이를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와 상관 없이 시니어에게 적용되는 요금 할인 혜택을 주었다. 아직은 적응력이 부족한 걸까. 시니어 할인 혜택을 받고도 고마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왠지 유쾌하지 않은 마음은 씁쓸함으로 깊어만 갔다.

가끔은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멈추어 설 때가 있다. 무심히 그냥 지나치기엔 무엇인가 잃어버린 느낌이 들 때 풍경 앞에 서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만족도는 기대 이하이다. 만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순간 망설여진다.

"포샵을 할까." 망설임 끝에 결국 사진 전체를 삭제 해버리는 일이 종종 생겨난다. 

오십 대는 이미 인생의 반을 살아온, 중년과 장년의 중간 정도에 머문 나이이다. 오십 년 이상을 살고도 아직까지도 세상이 알쏭달쏭하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가늠할 수가 없는 상황이 가끔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익숙했던 경험마저 무시하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따라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알 수 없는 온갖 것들로 가득하다. 젊은 날엔 그나마 패기로 살았다지만 남은 수십 년의 세월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 앞서가는 의욕만으로는 현실의 행동을 품어내질 못했다. 살아온 오십 년의 세월을 보태어 다시 시작하는 나이로 살기엔 턱 없이 많은 것이 부족하다.

오십 대들은 배고프고 불운한 격동의 시절을 보냈다.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운명에 떠밀려 지금까지 왔다. 자식에게만큼은 더 이상 가난의 대물림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세월을 묵묵히 보내온 것이 지금 오십 대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오십이 되면서 여유를 가져 보려 했지만, 그런 감정마저도 사치스러워 보였다. 자신만이 내세울만한 뚜렷한 색이 없다. 모든 것을 형체 없는 색깔로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오십 대의 진실은 무엇일까. 이전의 삶에 대한 보상을 원하는 것은 혹시 아닐까. 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끝이 보일 때 비로소 인생 전부의 진정한 진실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brunch book(삶의 숲으로 가자에도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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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Daum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매일 아침 성당으로 출근을 합니다.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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