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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즈음 바람이 전하는 말 중 사람의 마음을 가장 평온하게 하는 것은 조붓한 밭둑길 끝에서 고요히 두 눈을 감고 두 팔을 벌리고 있으면 푸른 청보리 사이를 가르며 내달려 온 바람의 말이 가슴에 꼬옥 안길 때다.

그 순간, 고향의 손결과 숨결, 마음결을 품은 바람의 말은 영혼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마치 엄마를 안았을 때처럼.

청보리의 물결 장관 이룬 2022 청산도슬로걷기축제

정지효 여행작가는 "일 년 중에 산과 바다의 색이 가장 예쁠 때가 4월이다. 싱그러운 봄기운에 엉덩이가 들썩이는 이맘 때, 다도해 푸른 섬 청산도가 손짓을 한다. 봄의 청산도는 쪽빛 바다와 새하얀 구름떼가 잠시 멈춘 듯이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가 펼쳐지는데 특히 제철 맞은 샛노란 유채꽃밭과 초록빛 보리밭이 청산도의 매력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는 아저씨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3일 동안 청산도의 곳곳을 다니며 좋은 분들을 많이 마주쳤다. 경운기 당리 할아버지, 히치 하이커를 구해준 광주 청년들, 슬로시티 사무관 아저씨, 등대교회 목사님과 신도 아주머니들, 해양경계관리 박씨 아저씨, 민박집 내외분 등 정말 많은 분에게 도움을 받고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봄의 청산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한다. 나이대도, 고향도, 나이도, 여행을 떠나온 이유마저도 모두 제각각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디서 출발해서, 어떻게 청산도를 오게 되었는지? 청산도 관광청(축제 상황실)에는 봄의 활기가 가득하다. 밝은 목소리로 축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발랄한 목소리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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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또 사고 왔어요! 기념품 받을 수 있나요?"

수원에서 온 이들은 청산도에서 특산품을 구입하면 축제 굿즈를 증정하는 이벤트에 참여중이었다. 꽃구경을 하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유채꽃 만발한 청산도의 모습을 보고 여행을 결심했다고 한다. 

슬로길을 보고, 트래킹을 좋아하는 친구를 찾아 2박 3일 동안 걸어보자며 경기도에서 떠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도착해서, 슬로길 트래킹을 즐겼다. 1코스에서 5코스에 거쳐 범바위까지 도달했으며,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이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걷는 내내 차 경적 소리 한 번을 못 들었다며, 신기하다며 해맑게 웃는다. 

유채꽃과 바다가 아름다운 길이었고, 진행방향을 가리키는 파란 화살표를 따라 무사히 완주했다고 전했다. 

"그 화살표들, 축제 전에 주민들이 직접 색칠한 거에요."라고 하자, 화살표가 초행자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며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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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사전예약 해두었던 은하수버스투어를 체험했다. 

별이 뜬 밤, 버스를 타고 관광해설사로부터 청산도 얘기를 듣다가, 별이 잘 보이는 곳에 도착하면 그 곳에 매트를 깔고 누워 멍하니 별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들은 "별과 달이 잘 보였어요.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라고 말했다. "함께 탑승한 사람이 즉석 클래식 연주를 선보여서, 음악을 들으며 별을 보는 순간이 가장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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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유채꽃이 만발한 청산도의 낮만 보고 여행을 결심했는데, 별이 가득한 청산도의 밤에 반했던 여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밥상을 촬영하면 이런 기분일까?

방문한 지역의 음식을 먹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눈다. 

그러면 음식 안에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다. 나중에 그곳을 떠올리면 그 맛이, 그 순간이 연상되어 잊혀지지 않는다.     

"점심을 얻어 먹었응께 여기 펜션 하나 지을라 카는디 이름 좀 져봐."        

아저씨는 식사의 마무리로 따뜻한 333 커피(커피3 프림3 설탕3)를 건네며 우리에게 뜻밖의 물음을 줬다. 

"커피를 마시며 펜션이 지어지고 나면 건물 안 큰 창에서 보게 될 탁 트인 바다의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당시에 뭐라고 말씀드린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라며 "반주의 술기운도 올랐겠다. 아마 엄청 단순한 이름을 턱 하니 말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언덕 위의 하얀 집 아류인 바다 위의 하얀 집 같은 거요."(웃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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