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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윤석열 당선인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20일 윤석열 당선인이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다.
ⓒ 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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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 분위기가 뭐 보통이 아닙니다 지금. 굉장히 삼엄하고..."

방송인 유재석씨는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 MC다. 그런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 150화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을 앞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단순히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남에 부담을 느껴서만은 아닐 것이다. 19년 전 MBC <느낌표>가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를 만났을 때 유씨가 "청심환 먹었는데 약효가 다한 모양입니다.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지금 막 떨리고 있다"라며 농담을 던지며 말을 시작했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유퀴즈>의 인기 요인은 유재석·조세호씨가 만드는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게스트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그런데 윤 당선인 출연 분은 유퀴즈답지 않았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유재석 표정'이 뜬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조세호씨 역시 거의 말이 없었다. 특히 이날 '어느 날 갑자기'라는 주제로 묶여서 함께 방송된 다른 세 명의 방송 꼭지와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기에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갑자기 출연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출연계기, 당선인의 하루 등을 물어보면서 서서히 대화를 이어갔지만 이날따라 분위기가 묘했다. 유재석씨가 윤 당선인의 출연에 대해 "한편으로 솔직히 얘기드리면 부담스럽기도 하다"라고 하니 윤 당선인이 "그럼 제가 안 나올 걸 그랬나요"라고 농담을 건넸다. 농담이 오고갔음에도 촬영장 분위기가 조용했다. 심지어 유씨가 "우리만 웃었어요 왜? 우리 스태프들 왜 안 웃으시지?"라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이날 유퀴즈는 윤 당선인의 '식성'에 대해 약 2분가량을 할애했다. "삼시 세 끼 면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좋아한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 맛있지 않습니까 시원하고", "누구나 먹는 이야기하면 분위기가 화기애애...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 아닙니까"등 윤 당선인이 '민초파(민트초코파)'라는 사실과 면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후에는 당선됐음을 실감할 때, 개표방송 시청, 사법시험 9수 시절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더니, 대뜸 검사 생활 시절 '밥총무'(점심 메뉴를 정하는 사람)를 했던 것에 주목했다. 윤 당선인이 식당을 센스 있게 잘 골라서, 대부분 초임 검사가 하는 밥총무를 경력이 쌓였음에도 계속했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민초파', '밥총무', '사시 9수' 등은 기존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취임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이 업무 시간을 빼서 예능에 출연해 대중을 상대로 들려줄 이야기라 하기엔 다소 맥빠지는 소재였다. 

프로그램 특성상 민감한 질문은 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정치를 왜 시작했고,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도는 이야기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날 방송은 후보 시절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온 모습을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윤 당선인이 <유퀴즈> 출연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지, 또 제작진이 윤 당선인의 어떤 면모에 집중하고 싶어 논란을 딛고 편성을 강행한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날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차기 대통령의 포부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저는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한다 (...) 모든 책임도 져야 하고 국민들의 기대도, 비판도 한 몸에 받고... 열심히 하고 거기에 따른 책임과 평가를 받으면 되는 것"이 전부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나라를 이끌 대통령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대했을 시청자들의 입에서 '이럴 거면 왜 출연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퀴즈> 시청자 게시판에는 현재 윤 당선인 출연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하루도 안 돼 1만개가 넘게 달렸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문화예술, 정치에 이용되면 안 돼
     
유퀴즈온더블럭 출연분
 유퀴즈온더블럭 출연분
ⓒ tv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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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을 비판하는 이유는 단순히 윤 당선인 개인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예능 프로그램이나 문화계 행사에까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은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문화예술계를 입맛대로 이용하고, 탄압했던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유퀴즈>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은 거절했다는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청와대에서는 유퀴즈 제작진과 접촉해 문 대통령의 출연 의사를 타진하고 담당 PD와 통화를 했지만, '정치인 출연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맞지 않고, 유재석씨가 정치인 출연은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당초 해당 보도에 "문 대통령 쪽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라고 밝힌 CJ ENM 측은 이후 관련 내용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의 SNS글이 회자되자,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라고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일각에서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대학 후배이며, 사법연수원 1기 선배인 검사 출신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물론 윤 당선인의 출연은 외압과 무관한, 제작진의 순수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평소와는 다른 경직된 분위기에서 윤 당선인의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가득채운 18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CJ ENM의 태도는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나아가 누리꾼들은 '유재석 표정'이 화제가 되자, 유씨가 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를 단순히 '기우'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김대중 대통령은 문화예술 분야 정책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말라'는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도입했다.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밝힌 윤 당선인이 과연 이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국민들의 우려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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