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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3일 오전 폭소클럽(폭탄주 소탕클럽) 회장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기자실에서 '한나라당은 폭탄주를 끊으라'며 폭탄주 잔을 망치로 깨트리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최연희 의원의 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개인에게 모든 문제가 국한된 것은 아니"라며 "사건의 발단은 폭탄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2006년 3월 3일 오전 폭소클럽(폭탄주 소탕클럽) 회장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기자실에서 "한나라당은 폭탄주를 끊으라"며 폭탄주 잔을 망치로 깨트리고 있다. 그는 같은 당 최연희 의원의 기자 성추행 사건에 대해 "개인에게 모든 문제가 국한된 것은 아니"라며 "사건의 발단은 폭탄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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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성추행) 사건의 발단은 폭탄주였다."

박진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이었던 2006년 3월 3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동료 의원의 기자 성추행 사건을 두고 가해자보다 '폭탄주 탓'을 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기자회견장에 맥주잔을 가져와 망치로 깨트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해당 의원) 개인에게 모든 문제가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폭탄주를 돌리고 거나하게 취한 상태에서 2차까지 자리가 이어졌고 그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후보자는 "최 의원은 공인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사건의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서는 잘못된 음주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나라당에서 삐뚤어진 폭탄주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최연희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라며 "폭탄주는 사람의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파괴한다"라고 덧붙였다.
 
2006년 3월 3일 오전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기자실에서 '한나라당은 폭탄주를 끊으라'며 폭탄주 잔을 망치로 깨트렸다. 김성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깨진 폭탄주 잔을 치우고 있는 것을 바로 뒤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던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난감한듯 쳐다보고 있다.
 2006년 3월 3일 오전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 기자실에서 "한나라당은 폭탄주를 끊으라"며 폭탄주 잔을 망치로 깨트렸다. 김성완 한나라당 부대변인이 깨진 폭탄주 잔을 치우고 있는 것을 바로 뒤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던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난감한듯 쳐다보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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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에 당시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박 후보자가 맥주잔을 깬 바로 다음 기자회견을 예정하고 있던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박진 의원이 술문화가 문제라며 망치로 폭탄주를 박살내는 퍼포먼스를 하셨다"라며 "술이 문제라는데 그럴 수도 있지만 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람이지 술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폭탄주를 탓하기 전에 정치인들이 바른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취중이었다며 술을 핑계로 범죄행위를 두둔하면서 (중략) 저열한 성평등 의식의 바닥을 드러낸 국회의원들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국회의원이었던 진수희 의원도 "급기야 술잔을 깨는 퍼포먼스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며 "불이익이나 고통, 사회적 냉대에도 불구하고 다른 여성들에게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피해 여성이 엄연히 지금 우리 옆에 있다"고 질타했다.

판사, 검사,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거쳐 국회의원이 된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2월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한 기자를 성추행했다. 당시 최 의원은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다.

1심(서울지법 형사합의26부, 황현주 부장판사)은 최 전 의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2심(서울고법 형사9부, 고의영 부장판사)은 이를 벌금 500만 원으로 감형하고 그마저도 선고를 유예했다. 이후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선고유예가 확정됐으며 이에 따라 최 전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다.

2심 선고유예 당시 한국여기자협회는 "성범죄 문제에 대한 대처에 진일보했던 우리 사회의 합의를 거꾸로 되돌리는 횡포에 가까운 판결"이라며 "친고죄를 핑계로 형의 선고를 유예한 이번 판결은 법의 취지를 거스를 뿐더러 피해자의 용서를 사법부가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 등 6개 여성단체도 "무죄 선고나 다름없다"며 "사법부가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 측은 당시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사건을 과도한 음주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으며 당시 한나라당 내 도덕 불감증과 무사안일한 정신 상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하는 취지였다"라며 "다만 이러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후보자는 성추행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은 근절돼야 하며 이를 위한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라며 "앞으로 외교부장관으로 취임하게 될 경우 성비위에 대해 일관된 무관용 원칙하에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박진, #최연희, #성추행, #외교부장관, #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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