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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월 14일(현지 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농업기술주립대학교에서 '초당적 혁신법(the Bipartisan Innovation Act)이 제안한 대로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을 의회에 촉구하는 내용'의 연설을 했습니다. (당시 영상 보기 링크, 바이든 연설 종료 시점은 1시간 16분께 https://youtu.be/K0Lri9Ksd8w?t=4595 ).

하지만 한국 언론은 이날 연설 내용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에 더 집중해 보도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해외 이슈를 다루는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첫 인용보도부터 등장한 '치매설'

한국 언론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한 미국 언론 기사는 New York Post <Biden shakes hands with thin air after North Carolina speech>(4월 14일 Jesse O'Neill>입니다. New York Post는 '연설이 끝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악수를 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며 '군중 누구도 인사를 나누기 위해 접근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정치적으로 반대편인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은 이를 '볼품없는 퇴장이라며 SNS에 이를 공유했다'고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치매설을 첫 보도한 머니투데이(4/1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치매설을 첫 보도한 머니투데이(4/15)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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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이를 가장 먼저 인용 보도한 언론은 머니투데이로 <허공에 악수 건네고…바이든 '치매설' 부추긴 이 장면[영상]>(4월 15일 윤세미 기자) 기사입니다. 머니투데이는 New York Post 기사를 번역해 전하며 "이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치매설을 재점화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올해 79세인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은 자주 도마에 올랐"다며 "여러 차례 치매설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는데요. 'New York Post' 보도에는 치매와 관련된 단어는 없었지만, 국내 기사엔 처음부터 '치매설'을 덧붙여 보도했습니다.

머니투데이를 시작으로 4월 15일부터 4월 18일까지 총 33건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언론은 대부분 '치매'라는 단어를 제목에 적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치매설을 부추겼습니다. 기사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는데요. 중앙일보 <허공에 손내밀고 악수…또 치매설 불거진 79세 바이든 [영상]>(4월 15일 이해준 기자)은 'New York Post' 기사에 '영국 더타임스' 보도까지 더해 바이든 대통령의 치매설을 강조했습니다.

중앙일보는 "14일 영국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2일 국영 MBC방송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건망증을 조롱하는 코미디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며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한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양국 관계가 악화돼 사우디아라비아가 바이든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설명을 굳이 기사에 언급한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치매설에 주목한 기사 목록(2022/4/15~17)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치매설에 주목한 기사 목록(2022/4/15~17)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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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보도 이후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치매설을 강화시킬 수 있는 사례를 하나둘 추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안전신문 <허공에 악수 요청하는 바이든…'치매' 논란 다시 불지핀 장면>(4월 15일 이진수 기자)은 "폴란드 바르샤바궁에서 있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푸틴 퇴진' 기자 회견"사례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 손에는 연설 내용이 적힌 큐 카드가 들려 있었"지만 카드에 없는 돌출발언을 이어갔다는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의 비판 발언을 전했습니다.

서울신문 <42년생 바이든 '치매설' 허공에 악수…이름도 '깜빡'>(4월 16일 김유민 기자)은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 오르던 중 발을 헛디딘 상황'을 사진과 함께 보도하고, 장관과 국방부 명칭을 잊은 사건 등도 자세히 전했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나이가 많은 탓에 유독 공식석상에서 넘어지거나, 답변을 잊어먹는 등 건강이상설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며 건강 이상을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치매설 JTBC 메인뉴스에도 등장

바이든 대통령 치매설을 퍼트린 보도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방송 저녁종합뉴스에도 등장했습니다. JTBC <백브리핑/'허공에 악수'>(4월 15일 최종혁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40여 분간 이어진 연설 잘 마친 뒤에 옆에 있던 참모나 주최 측 인사와 악수를 하는가 했는데, 아무도 없"었다며 "허공에다 손을 내"밀었고, "이런 상황이 어리둥절한 듯 한동안 무대를 둘러보는 바이든의 모습"은 '더 이상해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치매설을 보도한 JTBC(4/1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치매설을 보도한 JTBC(4/15)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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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누가 옆에 서있거나 악수를 하기 위해 다가오기라도 했는가 싶어서 영상을 앞뒤로 돌려봐도" 혼자였다며 "치매설이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는데요. 해당 장면을 반복해 방송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손짓에 문제가 있는 듯 방송했습니다. 이어 "지난 대선 당시 경쟁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영상과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 장면을 함께 전했는데요.

JTBC는 "1942년생인 바이든 대통령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라며 "백악관 주치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직무 수행하는데 아무 문제 없다는 소견을 밝혔"지만, "자꾸 이런 장면 노출되면 미국 국민들, 불안해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이며 '대통령 건강=안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미 온라인 매체 IBTimes 팩트체크... '청중을 향한 손짓'

JTBC 주장과 같이 '대통령 건강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보도에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 대통령이라도 말이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손짓을 팩트체크한 International Business Times(4/1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손짓을 팩트체크한 International Business Times(4/15)
ⓒ I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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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Post 보도 다음 날, 미국 온라인뉴스 플랫폼인 International Business Times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손짓을 팩트체크하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IBTimes <Fact check: No, Biden didn't shake hands with thin air; wasn't confused [see full clip]>(4월 15일 Steven Klein)는 'SNS에 바이든 대통령이 허공에 손을 흔드는 장면이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당황했다'고 설명하며 실제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를 정리했습니다. IBTimes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곳에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체 영상을 보면 명확해진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른쪽과 뒤쪽에서 응원하던 청중을 향해 손짓한 것"이고 '왼쪽에 있는 청중을 향할 때는 마이크 스탠드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도 추가했습니다.

IBTimes는 '"바이든 대통령이 허공에 손짓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혼란스러워 보인다'는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IBTimes 인용보도 뒤늦게 등장

IBTimes 보도 이후에도 한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의 '치매설'만 강조하는 기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총 3건의 기사에서 IBTimes 팩트체크 보도가 인용됐는데요.

부산일보 <허공에 대고 손 내미는 바이든 대통령…'치매설' vs '가짜뉴스'>(4월 17일 박정미 기자)와 위키트리 <허공에 악수…'치매설' 제기된 바이든 미국 대통령 (+움짤)>(4월 16일 권미정 기자)는 치매설 관련 보도를 이어가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바이든 대통령의 허공 악수 사건은 해프닝에 불과한 가짜뉴스라고 판단했"으며 "오른쪽 사람들을 가리키는 제스처였을 뿐"이며 "왼쪽에 있던 사람들을 향해 손짓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는 확산된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코노믹리뷰 <허공에 손 흔든 바이든, 정말 치매일까?>(4월 17일 최진홍 기자)는 지속적으로 나왔던 바이든 치매설을 전하면서 이번 '허공 악수'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며 IBTimes를 비롯한 다양한 반박 의견을 전했습니다.

가짜뉴스 확산에 일조한 부끄러운 언론
 
당시 연설을 전체 녹화한 영상 중 화면. 바이든 대통령이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의 청중에게도 손짓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보인다(노란색 원). 이를 팩트체크한 IBTimes는 "바이든 대통령은 오른쪽과 뒤쪽에서 응원하던 청중을 향해 손짓한 것"이라고 했다.
 당시 연설을 전체 녹화한 영상 중 화면. 바이든 대통령이 오른쪽뿐만 아니라 왼쪽의 청중에게도 손짓 제스처를 하는 장면이 보인다(노란색 원). 이를 팩트체크한 IBTimes는 "바이든 대통령은 오른쪽과 뒤쪽에서 응원하던 청중을 향해 손짓한 것"이라고 했다.
ⓒ WFMY News 2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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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바이든, '허공 악수' 해프닝…보수 진영 '치매설' 재점화 시도>(4월 15일 김경희 기자)는 치매설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문제 제기한 언론의 문제도 짚었는데요. "뉴욕 포스트는 지난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대표적인 보수 대중지"라며 "보수 진영에선 그간 간간이 제기돼 온 바이든 대통령 '치매설'을 재점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한국 언론이 '바이든 치매설' 기사를 쓰며 인용한 사람 대부분도 바이든 대통령 소속의 민주당이 아닌 반대파인 공화당 출신 의원들입니다. 하지만 받아쓰기만 할 뿐 발언의 진위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 <'허공 악수' 바이든 치매? 한국언론의 가짜뉴스 전파>(4월 18일 박성우 기자)는 "한국 언론의 이같은 보도는 현장을 왜곡한 수준의 보도"로 일갈하고, "비록 한국 언론이 인용의 형태로 이 사안을 다뤘지만, 원본 영상을 면밀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며 "가짜뉴스 확산에 일조한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가 지도자의 건강 상태는 안보와 직결될 만큼 중요한 사안입니다. 한국 언론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치매'를 연결시키며 악의적으로 보도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도 과거 반성 없이 무책임한 받아쓰기로 일관한 것인데요. 언론은 말로만 '대통령 건강=안보'라 외칠 것이 아니라 기사가 주는 무게감을 느끼고, 사실을 제대로 확인 한 후 신중하게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15일~1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바이든'·'치매'로 검색된 관련 기사 전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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