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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페인 사람들은 지난 10일 성지주일부터 17일 부활대축일까지 일주일 동안 성주간(聖週間, 세마나 산타 Semana Santa) 휴가를 보냈다. 시골 마을의 상점들은 이 때 분주히 일했으므로 이번 목요일까지 늦은 휴가를 보내느라 많이 닫혀있다.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의 분위기로 돌아간 듯했다. 지난 2년간 쌓인 한을 풀기라도 하는듯 많이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세마나산타, 즉 성주간과 부활대축일은 가톨릭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에 가톨릭과 관련한 문화, 전통, 기념일 심지어 공휴일까지 생활 전반에 자리한 스페인에서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그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올해는 모두 정상화되었다. 
 
코르도바의 세마나산타 행렬을 보려고 모인 인파
▲ 스페인 성주간 행렬 인파 코르도바의 세마나산타 행렬을 보려고 모인 인파
ⓒ 고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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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의미를 찾거나 기리지 않는 이들도 제법 있지만 스페인에선 가톨릭과 관련한 사회 문화적인 요소가 일상에서 배제될 수 없다. 짧게는 동네 구역을, 길게는 자신의 성당부터 구시가지의 대성당까지 일대의 무리가 악단의 웅장한 음악과 함께 예수의 수난과 고통이 그대로 느껴지는 성상을 지고 가는데 아니 듣고 아니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행렬 
 
성주간 포스터를 길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2022 코르도바 세마나산타 성주간 포스터를 길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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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스페인의 코르도바에서는 일주일간 39곳의 성당 신자단체가 참여해 예수의 수난과 죽음, 성모 마리아의 고통과 슬픔을 묵상할 수 있는 성상(聖像)을 모신 가마 70개가 메스키타-대성당에 들렀다 오는 행렬이 있었다. 코로나 이전과 비슷한 규모였다. 
  
성만찬 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 코르도바 메스키타 대성당 성만찬 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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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행렬의 구성은 성상을 실은 빠소(Paso 가마)와 그를 지고 가는 꼬스딸레로(Costalero 가마꾼), 고깔과 망토를 쓴 채 초나 십자가를 들고 속죄하는 나싸레노(Nazareno), 행렬을 준비하는 신자단체이자 속죄를 위한 고행 행렬에 동참하는 꼬프라디아(Cofradia), 침묵 속에서 참회의 경건함을 극대화시키는 악단으로 이루어진다. 

가마는 보통 2종류로,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재현하거나 성모의 슬픔을 표현한 성상으로 장식된다. 각 성당에서 성상을 지고 나와 대성당에 들렀다 돌아오는데 일주일간 통상 오후 4~5시에 시작해 새벽 2~3시경에 끝난다. 이 때 대성당 근처나 행렬이 지나는 길은 경찰에 의해 진입이 통제되고 넘치는 방문객들로 통행이 마비되곤 한다. 

성상의 크기는 작게는 2미터에서 크게는 5미터가 넘고 무게는 최대 2톤에 달하는 것도 있다. 성상의 제작 시기는 17세기부터 최근 것까지 다양한데 보통 뛰어난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로 각 성당의 보물로 여겨진다. 지난 수요일엔 비가 와서 성상의 보존을 위해 행렬이 취소되었다. 그러자 1년 동안 행렬을 위해 연습하고 준비해온 이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메스키타로 향하는 가마
▲ 세마나산타 행렬 메스키타로 향하는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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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을 태운 가마를 메는 사람은 꼬스딸레로라 부르는데 가마의 규모에 따라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명의 사람들이 지푸라기 같은 것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허리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가마 속에 들어가 어깨에 메고 행렬한다. 어찌나 무거운지 아무리 함께해도 5분마다 서서 가마를 내렸다 멨다 한다. 그러니 그냥 걸으면 왕복 1시간도 거뜬한 거리를 7~8시간씩 행렬하는 것이다. 
 
머리는 가리고 허리를 동여 메고 메스키타로 향하는 가마꾼들
▲ 세마나산타 행렬 가마꾼 머리는 가리고 허리를 동여 메고 메스키타로 향하는 가마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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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까지 급료를 받는 전문 꼬스딸레로들도 있었으나 현재는 성당 단체의 멤버들이 하고, 많은 경우 그들은 할아버지나 아버지를 따라 집안의 전통처럼 가마를 메왔다. 종종 여성들이 메는 빠소도 볼 수 있다. 이들은 길게는 6개월 전부터 동네 공터에서 가마 무게만큼의 돌을 얹어 눈을 가리고 연습을 하기도 한다. 장식을 돋보이기 위해 천으로 덮인 가마 속에 촘촘히 서있노라면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까파따스(Capataz)는 가마꾼들의 지휘자로 가마를 들어 올리거나 방향을 바꿀 때마다 신호를 주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리드한다. 이들은 믿음의 표현이자 일종의 속죄를 위한 고행, 고난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로 참가하며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혹은 신앙 행위라기보다 가족의 전통을 따른다는 의미로 참가하는 이들도 있다. 
 
▲ 세마나산타 행렬 가마 들어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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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싸레노는 직역하면 예수의 일생 중 가장 중요한 지역인 나자렛 사람이라는 뜻이다. 16세기부터 성주간 행렬에서 높고 뾰족한 고깔 두건과 망토를 쓰고 행진하는 이들을 의미하는데 얼굴을 가린 것은 회개의 표현이며 자신을 낮추기 위함이다. 역할은 크게 3종류로 큰 초를 들거나 십자가, 휘장(깃발)을 든 이들로 나뉜다.
 
나싸레노들이 고깔을 쓰고 행렬 중인데 한 아이가 촛농을 받고 있다.
▲ 세마나산타 행렬 나싸레노들이 고깔을 쓰고 행렬 중인데 한 아이가 촛농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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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맨발로 7~8시간씩 행렬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예수의 수난을 재현하면서 개인적으로 속죄를 위한 고행을 하는 것이다. 나싸레노들은 소속된 성당 단체 혹은 기념하는 주제에 따라 옷과 고깔 색, 문장 등을 달리한다. 동네 아이들은 이들의 초에서 촛농을 받아 큰 공을 만들기도 한다. 올해는 지난 2년간 모으지 못한 몫까지 받으려는지 다들 열심이었다.

꼬프라디아는 성당의 신자 단체라 할 수 있는데 가마가 있는 성당마다 있으며 가마 장식과 관리 및 행렬 전반에 대한 준비와 진행, 비용을 마련한다. 가마꾼 꼬스딸레로나 고깔을 쓴 나싸레노 역시 이 단체의 일원이다.

이 역할 외의 사람들이 속죄를 위한 고행을 위해 행렬을 따를 때 남성은 수트 정장을 차려입고 여성은 고통과 죽음을 상징하는 색깔인 검은 정장에 만띠야 (Mantilla)라 불리는 검은 얇은 천을 머리와 어깨에 덮는다. 올해 달라진 점은 검정 마스크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만띠야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여인들
▲ 세마나산타 행렬을 따르는 이들 만띠야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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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마나산타 행렬 가마의 길을 여는 성당 단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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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의 또다른 구성인 악단은 크게 2종류로 예수 관련 성상 뒤에는 관악기 중심, 성모 마리아의 가마 뒤에는 나머지 완성된 악단이 따르는데 많게는 100명 이상이다. 이들은 대성당 안에 들어가지 않지만 길거리 행렬 중에 수난의 고통과 참회를 위한 경건함을 최대화하기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에는 다들 2년치 힘을 주어 연주하는지 가까이 지나갈때면 그 소리의 진동이 심장까지 쿵쾅거리게 했다. 때때로 한 여성 혹은 남성이 가마의 성상을 향해 플라멩코와 닮은 듯한 노래 사에따(Saeta)를 부른다. 반주와 마이크 없이 부르기에 강하면서 힘이 있지만 그 애절한 감정에 먹먹해져서 거리의 모두가 더욱 깊은 침묵 속에 잠겼다. 코로나도 그렇게 잠잠해졌으면 좋으련만. 
 
▲ 세마나산타 행렬의 악단 1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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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코르도바의 유일한 한국인 공인 가이드. 신랑의 고향이자 삶터인 이곳 코르도바의 매력에 퐁당. 코르도바와 한국을 잇는 다리 역할의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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