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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패션
 지속가능한 패션
ⓒ Edward Howel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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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이다. <217 미니멋 프로젝트 – 21일 동안 7가지 미션을 통해 33가지 아이템으로 한 계절(3개월) 동안 실속 있고 다양하게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실천해보는 프로그램>가 한국일보 기사로 나간 것이(4월 20일).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을까? 잘 모르겠다. 프로그램이 계속 잘 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올해부터 신청자가 전무해서 나의 이러한 가치를 알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만 깨닫는 중이다.

3월 말부터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여름옷을 벌써 꺼냈다. 옷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봄 옷과 여름 옷을 거의 같이 입는다. 봄/가을용 긴 바지가 5개, 봄/가을용 스커트가 1개, 여름용 반바지가 3개, 여름용 반팔 티셔츠/셔츠가 5개(1개는 올해 구매)이다. (집에서 입는 용과 운동 용은 제외한 개수) 여름을 나기에는 부족한 개수다.

여름이 오기 전에 부족한 아이템을 잘 채워서 여름이 왔을 때 옷 걱정 없이 계절을 잘 나기 위해 요즘 틈틈이 쇼핑 중이다. 나의 쇼핑 목록 아이템은 반바지 2개(리넨 긴 바지와 갈등했지만 역시 시원함에 있어 반바지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아 반바지로 최종 결정했다)와 반팔 상의 2개다. 그렇게 총 12개의 아이템이라면 올여름을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강의를 할 때마다 한 계절 옷의 개수를 세어봤는지 물어본다. 그러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내 옷장에 나를 위한, 내가 입기 위해 구매한 아이템의 개수를 내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대략적으로 물어본다. 옷, 신발, 가방 다 합해서 몇 개 정도 가지고 있을 것 같냐고.

30 – 50개 사이 / 50 – 70개 사이 / 70 – 90개 사이 / 90 개 이상. 50 – 70개 사이가 가장 많고 30 – 50개 사이랑 70 – 90개 사이가 비슷하다. 90개 이상은 25명 강의할 때 3명 정도 있었다. 개수를 세어 보기 어려운 이유는 아이템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30개만 해도 많은 편인데 50개가 넘어가면 엄두가 안나 그냥 포기하게 된다.

변화는 고정된 패턴을 깨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타일 톡톡 코칭을 받는 분에게 쇼핑 조언을 할 때면 익숙한 아이템을 고르지 말라고 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다. 옷장 부족감은 기존의 아이템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50가지 아이템을 갖고 있다고 쇼핑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옷장 속 아이템을 경우의 수에 대입해보면 50가지 중 상의가 20가지, 하의가 20가지라고 할 때 만들 수 있는 코디의 조합은 400가지다. 마음에 안 드는 것 빼고, 비슷한 코디 빼고 해서 100가지 코디만 남아도 하루에 하나씩 입으면 100일 즉, 3개월(대략 한 계절)이 조금 넘는다. 그래서 이런 논리라면 나에게 어울리는 상의 10가지와 실용적인 하의 10가지만 잘 채워도 한 계절을 옷 걱정 없이 당당하고 멋스럽게 입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1) 옷 개수를 세어볼 것 2) 4사분면 법칙으로 옷을 분류할 것 3) 상의 10가지를 골라 133코디(하나의 상의에 3가지 하의 + 3가지 신발)를 만들어 볼 것. "정리가 어렵다.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개수를 세어 보기엔 옷이 너무 많다." 액션을 취해보지 않고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귀찮고 피곤한 일이지만 나를 위해서나 낭비되는 옷을 위해서나 버려지는 옷(유튜브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옷 쓰레기산을 발견할 수 있다)으로 인한 지구를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덜 사지만 충분하게 입는 것'이다. 매 계절마다 몇 벌의 옷을 사는지(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산 옷을 잘 입는지 여부다) 세어봐도 좋다. 실패한 아이템이 있다면 쇼핑 오답 노트를 작성해봐도 좋겠다.

우리는 너무 많은 옷을 소비해왔다. 그리고 이런 문제 인식을 하지 않는 이상 내가 몇 벌의 옷을 가지고 있는지 세어보지 않고 쇼핑하는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한 계절당 갖고 있으면 좋을 아이템(옷, 신발, 가방 합해서)의 개수가 33개라고 계속 밝혀왔듯이 최대 45가지 아이템을 넘지 않는 것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마지노선이다.

제발 아이템의 개수를 세어보자. 이 작은 행위조차도 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패션은 없다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업로드되었습니다.

* 행복한 옷입기 연구소에서 <나는 단순하게 입기로 했다 - 217 미니멋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태그:#옷낭비, #지속가능한패션, #선순환옷입기, #옷개수, #옷개수세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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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속 악순환 줄이는 옷경영 코치. 건강한 멋과 삶, 옷장/쇼핑/코디 코치 <4계절 옷경영 연구소> [책] 스타일, 인문학을 입다 / 주말엔 옷장 정리 / 기본의 멋 / 문제는 옷습관 / 매일 하나씩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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