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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모습.
 지난 4월 1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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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서 시장 가야 할 일이 자꾸 생긴다. 봄에는 봄나물도 많이 나오고 특별한 음식들이 많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켠다. 봄이 오면 활동량이 많아지니, 면역력을 키워줘야 한다. 봄이 되면 몸이 피곤하고 나른해진다. 부족한 영양분을 공급해 달라는 신호다.

새 봄이 오면 새 반찬이 밥상에 올라와야 기분도 산뜻하고 밥맛도 좋다. 그런 이유에서 시장을 자주 가게 된다. 그런데 시장 물가가 예전과 다르다. 예전엔 만 원 한 장만 가지고 가도 나물 두세 가지를 사고 찌개 재료까지 사서 한 끼는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어림없는 소리다. 정말 물가가 올랐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여러 가지 찬거리를 사는 게 망설여진다. 

우리 집은 부부만 살기 때문에 찬거리를 한꺼번에 많이 사지는 않는다. 그러나 적게 사도 예전에 샀던 가격에는 살 수가 없다. 나는 꽈리고추 조림을 좋아한다. 보통 꽈리고추 3천 원어치만 사도 혼자 몇 번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 내가 가는 곳에선 3천 원짜리는 아예 팔지도 않는다. 그 양을 보통 5천 원 정도 주고 사야 한다. 물론 다른 부식도 올랐다. 아직 오르지 않은 부식도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월급 빼고 다 올랐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과도 주로 물가 얘기를 한다. 이웃은 집에서 견과류 강정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판매한다. 그 친구도 "형님 견과류도 많이 올라 판매를 못할 것 같아요. 물가가 오르니 시장 가는 게 두렵네요"라는 말을 한다. 다른 주부들도 가족들 식사 때문에 마트에 가야 하는데, 장 보는 게 걱정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생선 가게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고깃집에 가면 고깃값도 올랐다. 오르지 않는 물가가 없는 것 같다. 실제 올 1월 외식물가가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생선회(9.4%), 소고기(8.0%) 등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분식인 김밥(7.7%), 햄버거(7.6%), 라면(7.0%), 짜장면(6.9%)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오른 것이다. 

관련 보도를 살펴보니, 재료비와 최저 임금 인상 등 생산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물가 오름세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옥수수와 콩, 밀등 곡물 가격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2년이 넘는 동안 코로나로 마음이 지쳤는데, 장보기까지 두려워지니 우울한 기분마저 든다.

물가가 오르는 원인 중 하나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거론되기도 한다. 지난 2월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긴장 상태다. 러시아는 밀 수출이 1위 국가이며,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이라 한다. 밀뿐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 지대'라고 한다. 비옥한 평야를 가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등 많은 곡물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이 곡물 생산이 전쟁으로 중단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천연가스와 석유도 물가를 오르게 하는 요인 중에 하나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곡물을 확보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씨를 뿌리고 농사를 지어야 할 사람들이 전쟁에 나가 있으니, 이 현실을 어쩌란 말인지...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세계인 모두가 똑같을 것 같다.

있을 때는 귀한 줄 모르고 살았던 마음, 이제야 알 것 같다. 모든 것은 눈앞에 없을 때 소중함을 안다. 우리 세대는 근검절약이 습관이 되어 낭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존에 필요한 물품마저 아낄 수는 없지 않은가. 

이 또한 끝이 있겠지만 

외식비도 많이 올랐다. 장사를 하는 분들 입장에서 올리지 않으며 안 되는 상황인 듯하다.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해하는데, 그래도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어서 우리집도 가끔 하던 외식도 피하려 한다.

얼마전 있었던 일이다. 삼시세끼 집밥만 차려야 하는 나는 가끔은 힘겨워 동네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순대를 사다가 남편 점심에 내놓는다. 그런데 순대도 3000원 하던 것이 4000원으로 올랐다.

그 옆 포장마차에서 간식으로 찐 옥수수를 사는데 3개에 3000원 하던 것이 3500원이라고 한다. 안 오르는 것이 없다. "옥수수 올랐네요?" 하고 물으니 "더 올리려다 조금만 올렸네요" 한다. 할 말이 없다. 이건 아주 작은 예에 불과하다.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근검절약하면서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장 바라는 건, 러시아와 우크라니아 전쟁이 어서 멈추는 일이다. 

티브이 뉴스를 볼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나라 잃고 집도 잃고 가족까지 잃고 피난 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전쟁은 비극이며 불행이다. 차마 지켜보기 힘든 슬픈 일이다. 

어서 빨리 전쟁이 멈추고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하고 또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지금보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더 걱정된다. 

언젠가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고통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어보련다. 세계가 다 같이 겪는 고통이기에 다른 해법도 나오지 않을까. 그동안 너무 많은 풍요를 누려왔던 건 아닌지 뒤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사는 것은 견디는 일이라 했다. 견디다 보면 다른 길이 보이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시장,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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