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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라는 이름의 변천사

석모도의 본래 이름은 돌머루였다. 돌(바위)모퉁이란 뜻이다. 그게 돌 석(石)자 석모루섬으로 불리다가 언제부턴가는 자리 석(席)자로 바뀌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전해지는 이야기가 없다.

이 섬은 본래 3개의 작은 섬으로 나뉘어 있었다. 북쪽의 송가도, 중간의 매음도, 남서쪽 어류정도다. 조선시대부터 시작한 간척사업으로 커다란 하나가 됐다. 사람들은 간척지를 농지로 일구었다. 척박한 어촌은 바다를 메워 스스로 살길을 찾은 거다. 지금은 섬이지만 농민이 더 많다.

돌이 많다지만 실제로 섬에는 물이 더 많다. 무척 커다란 저수지가 두 개다. 삼산과 하리저수지다. 송개평야를 비롯한 논과 밭에 물을 댄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쌀은 흔한 고시히카리종이지만 그 맛은 각별하다. 밥을 해 놓으면 윤기가 잘잘 흐른다. 해양성 기후 특유의 온도 차, 마그네슘을 가득 품은 토양, 청정 지하수, 4계절 섬을 관통하는 해풍과 무엇보다 농부들의 노고가 함께 빚어낸 걸작이다. 다소 비싸지만 없어 못 판다.
 
해수 온천탕이다. 강화군이 만들어 위탁영업한다. 온천수론 드물게 60도가 넘는다. 아토피 등에 효험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 출처 : 강화군 홈페이지).
▲ 강화석모도미네랄온천 해수 온천탕이다. 강화군이 만들어 위탁영업한다. 온천수론 드물게 60도가 넘는다. 아토피 등에 효험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 출처 : 강화군 홈페이지).
ⓒ 강화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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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과 청정 지하수 말고도 물은 또 있다. 해양 심층 온천수다. 온천수라는 이름답게 뜨겁다. 뜨거워도 보통 뜨거운 게 아니다. 보통 25도 이상이면 온천으로 인정하는데 여기 물은 60도가 훨씬 넘는다. 따로 데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식혀 써야 한다. 물이 맑아 별도의 정화나 소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미네랄과 마그네슘 등 사람 몸에 좋은 성분이 많아 학계에서도 인정하는 특급 온천수다. 특히 아이들의 아토피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강화군은 지난 2017년 온천주기 내에 온천탕을 개설했다. 온천수를 활용한 관광개발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민간의 투자가 저조했다. 모두 '다리 놓인 후'로 미뤘기 때문이다. 전례를 찾기 힘든 '공공 목욕탕'은 그렇게 탄생했다.

특히 낙조 때의 온천탕은 환상이다. 지금은 코로나로 많이 줄었지만 연간 2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우뚝 섰다. 다리가 놓인 지금은 민간개발도 활성화돼 온천자구 주위에 20여 곳의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석모도 보문사가 기도발 좋은 이유

섬은 남쪽의 해명산으로부터 시작해 북쪽의 상봉산과 성주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로 이어진다. 그 가운데 낙가산이 있다. 관음보살께서 머무르셨다는 인도의 보타낙가산에서 딴 이름이다. 그 산자락 아래 보문사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때 지어진 천년 고찰이다. 인도의 본산처럼 관음보살님을 모시고 있다. 대웅전 뒤편으로 이어진 계단을 타고 오르다 보면 산 중턱에서 거대한 관음보살상을 뵐 수 있다.

그 길은 수월치 않다. 모두 419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절에서는 그 계단 길을 '소원을 들어주는 길'이라 명명했다. 사람들은 호기롭게 출발하지만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숨이 턱에 찰 즈음에야 보살님 앞에 설 수 있다. 거대한 암벽을 쪼아 새긴 석불은 친근하다. 뭉툭한 코에 각진 얼굴이 어디선가 많이 뵌 분 같다. 행여 보살님 햇볕에 탈세라 머리 위엔 양산처럼 바위 하나가 삐죽 튀어나와 있다. 사람들은 그걸 눈썹바위라 부른다.
 
석모도 낙가산 중턱엔 읹한 모습의 관음상이 거대한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3대 해수관음상이다(사진 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 해수관음상  석모도 낙가산 중턱엔 읹한 모습의 관음상이 거대한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3대 해수관음상이다(사진 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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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석불 또한 물과 밀접하다. 바닷가에 계시니 그 이름부터 '해수관음'이시다. 단전 가까이 두 손을 모아 작은 병 하나를 들고 계신다. 정병이라는 거다. 중생들의 번뇌와 모든 악귀를 씻어주는 성수(聖水)를 담고 있다. 당신보다 어리석은 중생을 더 헤아리는 자비 넘치는 모습이시다. 그래서 이곳은 양양 낙산사, 금산 보리암과 함께 국내 3대 해상관음성지로 손꼽힌다. 그만큼 기도발이 세다는 거다. 웬만한 소원은 다 들어 주신다.

관음상 앞에서 마음까지 씻고 내려와 남쪽으로 조금만 향하면 민머루 해변이 나온다. 이 섬에 딱 하나 있는 해수욕장이다. 모래사장의 폭은 50m, 길이는 대략 1km 남짓하다. 아담하다. 바다는 완만하고 평탄하다. 아이들 물놀이에 제격이다. 밀물 때 물이 나가면 갯벌이 1km 이상 이어진다. 그곳엔 온갖 해조류들이 바글바글 모여 산다. 가히 생태의 보고다. 민머루의 바닷물은 바다생물들의 생명수다.

이 해변의 또 다른 명물은 갈매기다. 이곳 갈매기들은 유독 인간친화적이다. 사람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날아다닌다. 피서철이 아닐 땐 사람보다 갈매기가 더 많아 보인다. 사람들은 새우과자를 들고 흔들며 갈매기를 유혹한다. 마음에 드는 먹잇감이 나타나면 녀석들은 그걸 들고 있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는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여유 넘치는 몸짓으로 과자 조각을 채 간다. 자기들끼리 다툼하지도 않는다. 평화로운 공존의 전형을 몸소 보여준다.

지켜 줘야 사는 생명
 
석모도와 강화본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 2017년 개통 돼 석모도 역시 섬 아닌 섬이 되었다(사진 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 석모대교 석모도와 강화본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 2017년 개통 돼 석모도 역시 섬 아닌 섬이 되었다(사진 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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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석모도와 강화도는 '석모대교'로 한 몸이 됐다. 본도는 훨씬 이전부터 2개의 다리로 육지와 이어진 '섬 아닌 섬'이었으니 석모도 역시 그렇게 운명이 바뀌었다. 그리되면서 난개발, 환경오염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골프장 하나가 새로 개장했고 그 주변으로 크고 작은 리조트 단지가 들어섰거나 새로 지어지고 있었다. 우려할 정도까진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개인적으론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더 파헤치고 새로 세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 섬엔 물이 많다. 섬이니 바닷물이야 온 사방에 넘실댄다. 내륙엔 맑은 민물도 차고 넘친다. 펄펄 끓는 온천수도 펑펑 솟는다. 심지어 산중의 관음보살님 손에도 성수가 들려 있다. 모든 물은 곧 생명이다. 물이 많은 석모도는 생명의 섬인 셈이다. 모든 생명은 강하지만 인간의 욕망까지 이겨내진 못한다. 생명은 지켜주는 것이다. 지켜주기 위해선 그릇된 인간의 욕망부터 접어야 한다. 거기까지만 했으면 하고 바라는 건 그런 차원에서다.

아무리 그래도 석모도 여행은 당신의 버킷 리스트에 담아두어야 한다. 가보지 않으면 분명 후회할 터다. 지켜주자면서?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것과 그건 다르다. 사람과 자연은 하나다. 너무 지나치지 않으면 자연은 언제나 넉넉하게 우릴 반겨 맞아준다. 서로에게 예를 갖추고 상처를 주지 않으려 몸가짐을 조심하면 된다. 그건 여행이라기보다 차라리 순례에 가깝다. 모든 살아있는 것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스스로를 새로이 거듭나게 하는 생명의 순례다.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 작지만 알차다. 밀물 때면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가 서식하는 갯벌이 1km이상 이어진다(사진 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 민머루 해변 석모도 유일의 해수욕장. 작지만 알차다. 밀물 때면 다양한 종류의 해조류가 서식하는 갯벌이 1km이상 이어진다(사진 출처 : 강화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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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건한 길은 낙가산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흘리는 땀은 속세의 때다. 그걸 모두 벗겨낸 후 관음보살님께 경건하게 예를 갖추면 자비의 성수 세례를 받을 수 있다. 민머루 해변을 찾아 하늘과 갯벌을 채운 생명들과 교감하며 공존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가 깊다. 저녁 무렵 뜨거운 노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붉은 낙조를 바라보는 건 훌륭한 마무리다. 그건 새 생명을 불어넣는 것과 같다.

그래 그러니 올여름엔 석모도로 가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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