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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경남 사천에서 발생한 벌목 현장. 베어낸 나무 밑둥(왼쪽)과 현장 상황 표시(오른쪽).
 4월 8일 경남 사천에서 발생한 벌목 현장. 베어낸 나무 밑둥(왼쪽)과 현장 상황 표시(오른쪽).
ⓒ 민주노총 경남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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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경남 사천시 '벌목'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를 조사해온 민주노총 경남본부 노동환경개선단은 '위험성 평가 누락'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면서 '고용 구조' 과 '안전작업 수칙 작성'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사천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현장 방문, 사천시 관계자 조사를 벌여온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18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대재해는 지난 8일 오후 2시 15분경 벌목 작업 중 나무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앞 나무에 걸려 반동에 의해서 방향이 틀어지면서 ㅈ(56)씨가 서 있던 쪽으로 나무가 튀어 올라 쓰러지면서 깔리는 사고를 당했고, 병원에 후송되었지만 사망했다.

ㅈ씨는 벌목 작업 시 '안전구역'에 서 있었지만 앞 나뭇가지가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사실상 반동이 생겨 덮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작업은 소나무재선충으로 사천시 녹지공원과가 산림청으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아 벌목 작업을 진행했고, 7명이 참여했다.

과거에도 사천시에서 여러 건의 재해가 발생했다. 민주노총은 사천에서 2019년 8건, 2020년 7건, 2021년 15건 발생했고, 작년 발생 사고(15건) 가운데 '넘어짐'(4건), '추락'(2건), '베임'(2건) 등이라고 밝혔다. '사고성 재해'는 총 10건이었고 이 가운데 8건이 녹지공원과에서 발생했다.

벌목 작업에 대한 '위험성 평가'가 누락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사천시는 2021년 위험성 평가를 실시했지만, 벌목 작업 부분은 제외되어 있었고. 사고 조사 당일까지 사천시청은 누락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민주노총은 "중량물 취급 작업에 대해서는 사전 조사를 통해 위험을 확인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이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해야 하며, 노동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사전 조사 및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했다.

벌목 작업에 대한 '작업지휘자'가 지정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노총은 "중량물 취급 작업시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였을 때 작업 지휘자를 지정하여 계획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작업 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음으로 작업 지휘자를 지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민주노총은 "벌목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피로 및 대피 장소를 정해 두는 등 기본 계획이 있어야 하지만, 확인 결과 작업 수칙(매뉴얼)조차 없었고, 대피로와 대피장소 등은 계획 속에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이 판단하도록 하고 있었다"고 했다.

벌목 신호 방법에 대해, 민주노총은 "사업주는 벌목 작업을 할 때에 일정한 신호 방법을 정하여 노동자에게 주지시키게 되어 있으나 정해진 신호수도 없어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호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벌목 현장 평균 연령 70세 ... 응급체계 '부적정'

벌목 작업을 했던 노동자들은 '기간제(비정규직)'였다. 당시 벌목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약 70세였고, 이번 사고를 당한 ㅈ씨는 기간제로 10여 년 이상의 경력자다.

민주노총은 "위험한 일을 기간제 노동자에게 전가하면서 채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채용된 인원은 1~3개월만에 자진 퇴사를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사고 당일 12명(2개조 각 6명씩)이 작업을 해야 하나 최종 7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채용 시 역할 분담이 없이 일괄 채용하여 '톱사'를 제외하고는 관련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또 현장에서는 '동력 등을 사용하여 와이어로프 등으로 물체를 끌어당기거나 들어 올리는 기계'를 말하는 '원치'가 없었다. 민주노총은 "'윈치'를 사용하여 당기고 있었다면 나무가 반동을 일으켜 재해자를 덮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 발생시 응급체계도 '부적정'이라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재해자(ㅈ씨)가 나무에 깔리는 중대한 응급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장소 등으로 인해 구급대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나무 무게를 고려하여 사고 발생 시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안과 119 구급대가 빠르게 위치를 파악하여 도착할 수 있는 기본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고령인 노동자들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하여 작업 물품 등을 지급해야 하나 그러지 아니하고 수작업만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등 안전관리체계 및 이행 상태 그리고 안전 관리위반 행위로 인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대책과 관련해, 민주노총은 "위험한 업무에 대해서는 채용 절차를 명확히 하여, '톱사'와 '부톱사', '신호수', '잔재물 정리' 등 작업에 따른 경력 등을 고려할 것"과 "기간제 노동자로 구성된 벌목 작업에 대해서 공무직 전환을 통해서 업무의 숙련도와 안전 작업 방법에 지속성을 가지도록 할 것"을 제시했다.

또 민주노총은 "작업 물품에 대해 점검을 하고 안전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도록 할 것", "안전작업 수칙(매뉴얼)을 작성하여 사용할 것", "작업 시작 전 사전 조사를 통하여 작업계획을 수립할 것","작업 계획에 따른 작업지휘자를 배치할 것"을 내놓았다.

또 민주노총은 "작업 시작 전 작업자들에게 안전한 작업 방법 및 작업 계획을 알리고, 일정한 신호 방법을 정하고 작업자들에게 신호 방법에 대해서 교육하고 훈련하며, 신호수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신호 방법 등에 대해서 교육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사천시 모든 직종에 대해서 위험성 평가 등 '안전관리 매뉴얼'과 작업계획서 여부 등을 파악하고, 안전보건관리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고, 응급 상황에 119 구급대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사천 벌목 현장 사망사고는 지난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지자체에서 발생한 첫 사례다.

부산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과는 이번 사고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4월 8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남면 능화마을 뒷산 벌목 작업하다 발생한 중대재해 현장.
 4월 8일 오후 경남 사천시 사남면 능화마을 뒷산 벌목 작업하다 발생한 중대재해 현장.
ⓒ 일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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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대재해,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천시, #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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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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