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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이 높거나 낮다고 하면 뭐라도 좋아졌거나 나빠졌다는 소리겠거니 생각하고, 국제유가가 급등했다고 하면 기름값이 오르겠거니 생각하는 정도가 내 눈높이 경제 상식이다.

하지만 그 하찮은 수준에서 조금 벗어나 부동산버블이니, 기준금리를 높이니 낮추니,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들어는 봤다' 정도일 뿐이다. 그런 것들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짐작해보는 건 대략난감, 불가능한 일이다. 뭐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그것을 나와 연관 지어 생각할 줄 모르니 괜히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니 이 나이가 되도록 집 한 채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집이 없다'는 말은 단순히 재산이 있다, 없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모양새가 어찌 될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가 그리고 싶은 대로 삶의 모양새를 한번 그려보면 어떨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여성 1인 가구로 살기엔 일반 주택보다 아파트가 안전하겠지. 그럼 아파트. 자식이 없으니 학군 같은 건 필요 없지만 그런 걸 너무 감안하지 않으면 나중에 집값이 오를 행운 같은 건 기대도 못 하겠지. 그럼 너무 외곽은 아닌 곳으로. 괜찮은 위치의 안전한 아파트를 찾아보면... 아, 엄청 비싸다. 꿈도 못 꾸겠어. 그런데 난 왜 '아파트'를 찾고 있지? 그건 내가 원하는 모양새의 집이 아닌데….' 

이러다보면 어느 순간 '읭?' 하며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의 상태가 되곤 한다. 이런 생각의 흐름에서 선택의 이유가 되는 것은 '안전'이나 '손해 보지 않을 집값' 같은 것들이다. 그 어디에도 나무가 많고, 산책할 곳이 가깝고, 나중에 가게로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고, 텃밭용으로 조그마한 마당도 있으면 좋겠다는, 내가 정말 원하는 조건들은 거론도 안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조건과 내 경제 사정에 맞추어 소도시의 작은 집은 찾아볼 생각을 못한다. 왜? 혼자서 터전으로 삼기엔 안전이 걱정되고, 나중에 돈이 안 되고, 먹고 사는 것이 문제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눈치챘겠지만 그럼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가 안전 확보와 손해 보지 않을 집값이 기준이 되고 그러면 또 내가 원하는 조건은 허공에 사라진다.
  
어떤 책은 밑줄을 긋고 어떤 책은 포스트잇을 붙인다.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이다.
▲ <단단한 경제학 공부> 어떤 책은 밑줄을 긋고 어떤 책은 포스트잇을 붙인다. 밑줄을 많이 그은 책이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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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학자 야스토미 아유미는 <단단한 경제학 공부>에서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자유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양새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이 자기 스스로 살아가는 힘으로 행동한다면 '이건가, 저건가' 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그런 선택이 생기는 것은 인격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은 자신이 살아가는 힘과 모순되는 무언가가 내재되어 있는 것을 시사하며 이때, 인간은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 <단단한 경제학 공부> 232쪽 
 
내 안의 '갈등'은 '내가 살아가는 힘'과 상관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고, 또한 사회생활에서 주입 당한 것이거나 사회적 관계 안에서 얻어 들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내 삶의 가치와 상관없는 것일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간혹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일 앞에서 '돈'이 가장 우선 되고, '나답지 않은 선택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선택지밖에 없다는 듯 현실적 이유만 고려해 나아갈 때가 있다. 이런 모든 흔들림이 내가 스스로 만든 족쇄는 아닌가, 그나마 이제껏 쌓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곳에 발을 디디는 것이 무서워"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 묻는다. 

<단단한 경제학 공부>는 현대 경제학에서 미심쩍은 지점들을 살피며 그 사고의 틀이 어디가 어떻게 뒤틀어져 있는지를 상세하게 논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학문이라는 것은 생명을 긍정하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혜의 체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선택의 자유'나 '글로벌화', '무경계화'라고 명명되어 떠다니는 개념들이 내 삶과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가늠할 수 없어 '불안'을 안고 사는 이들에게 그 불안에 근거가 없다는 것과 그러므로 자신의 감각을 믿고 잘 살기 위한 경제학을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책을 읽으며 제대로 '잘' 살기 위해, 제대로 '잘' 선택하기 위해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것에 관해 생각했고, 그 '자유롭게'에서 진짜 '자유'의 개념을 생각해 봤다. 떠밀리듯 선택하는 나의 '괴로움'이, 우리가 살며 느끼는 '살기 힘듦'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작가의 생각을 따라 살펴보며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모양새를 상상해 보는 것조차 내가 어떤 테두리 안에서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한 번 점검하게 된다.

'선택의 자유'와 '공동체'라는 말은 환상이다. 선택의 자유가 넓은 것은 하등 필요 없다. '허영' 같은 거짓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기만'에 빠지지 않고 완벽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단한 경제학 공부 - ‘선택의 자유’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야스토미 아유미 (지은이), 박동섭 (옮긴이), 유유(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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