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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인근 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기자회견]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차별과 배제의 대선에 부쳐'가 열리고 있다.
 지난 3월 1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인근 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기자회견]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차별과 배제의 대선에 부쳐"가 열리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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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그 당시 영입인사에 대한 여러 가지 혼란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봉합된 후 소위 '이대남'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발표한 공약이었다.

오래전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악의적인 왜곡과 정부 부처의 목적과 기능에 대한 무지로 여성가족부는 없어져야 한다는 말들이 쉽게 오고 갔다.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거짓 정보는 여성가족부가 과자 죠리퐁이 여성 성기 모양이라는 이유로 판매를 금지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터무니없는 오해는 기사 검색을 한번이라도 해보면 사실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실 관계 확인보다는 무엇이든 이유를 들어 여성가족부를 비난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근거없는 미움 혹은 '뭔가 모르겠지만 그냥 싫어'하는 현상은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여성혐오(Misogyny)에 기반한다. 온라인 특히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에 대한 혐오과 차별의 발화는 일명 '여성가족부 때리기'로 쉽게 환원되어 왔다. 관련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여가부 폐지해야 한다"는 말로 수렴되어왔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가족부가 돈을 주고 페미들을 양성하기 때문에 폐지해야한다는 루머도 돌았다. 여성가족부가 정부 부처로서 존재해야 하는 목적, 실제로 하는 업무에 대해 무지한 채 '여성가족부 폐지'는 안티페미니즘 형태 중에 온라인에서 가장 쉽게 통용되는 문법이었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어떠한 근거나 논리 없이 단 7글자로 공당의 공약으로 발표했다. 소위 '이대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여성가족부를 없애야 한다는 얼토당토 안한 공약 발표는 차별과 배제의 정치가 기승을 부렸던 이번 대통령 선거에 기름을 부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발표한 이후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여가부가 역사적 기능을 이미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라고 발언한다.

'이대남'의 표를 얻기 위한 일종의 선거 전략으로서의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넘어 성차별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또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는 "이 정부가 성인지감수성 예산이라는 것을 30조(원) 썼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 돈이면 그 중 일부만 떼어내도 우리가 이북의 저런 말도 안 되는 저런 핵 위협을 저희가 안전하게 중층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해 성인지예산제도 등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무지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번 대선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의 성평등 의식과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 수준이 얼마나 처참한지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성가족부 폐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15여년 만에 최대의 이슈가 되어 다시 돌아왔다.

성평등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 수난(?)의 역사

여성은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고 있고 이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성평등 실현은 모든 국가의 과제이자 인류가 실현해야 할 보편적 가치이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UN)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결의된 '베이징행동강령'에 성평등 정책 전담기구 필요성이 명시되었고 여성연합은 1996년부터 여성부 신설을 정부에게 요구하는 활동을 펼쳤다.

1998년 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 설치 당시에도 대통령직속여성특별위원회가 조직, 기능, 인력, 예산 등의 측면에서 입법권과 집행권이 부여되지 않아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점을 고려하여 여성연합은 여성부 설치 운동을 지속했다. 2001년 각 정부부처로 분산되어 있던 여성 관련 업무를 총괄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여성부가 신설되었다. 여성부는 여성특별위원회의 업무였던 여성정책 조정업무, 남녀차별 개선업무와 함께 보건복지부에서 성폭력·가정폭력 방치 및 피해자 보호와 성매매(당시 '윤락행위' 방지) 관련 업무를 이관 받았다.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될 당시 여성연합은 "새로 신설될 여성부가 여성정책의 총괄·조정기능 뿐만 아니라, 실질적이고 강력한 집행력을 갖추기 위해서 여성정책 조정업무, 가정폭력·성폭력·성매매 등의 여성인권업무, 여성의 능력개발업무, 차별개선업무와 가정과 직장의 양립지원 조치를 위한 보육업무, 차별개선을 위한 시정권고 및 시정명령권 확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여성능력개발업무 등의 업무가 여성부 이관업무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강력한 집행력을 갖고 여성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을 연계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지자체에도 담당부서 둘 것"을 요구하였다.

이후 여성부는 보건복지부에서 2004년 영·유아 보육업무, 2005년에는 가족정책을 이관 받아 여성가족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인 2007년 11월 여성정책토론회에 참여해 "성평등·가족관련 부처의 존재가 필수적이며, 여성에 대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에 대한 전담부서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가 해야 할 일이 다른 부처의 기능으로 흩어져 있으면 오히려 그 기능을 모아주겠다"며 여성가족부의 존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당선인 신분이 되자 약속과는 다르게 "여성부는 여성권력을 주장하는 사람들만의 부서"라며 폐지를 주장하며 보건복지부로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에 여성연합은 "여성정책전담기구는 국무위원의 위상으로 집행·조정기능을 갖고 추진해야 각 부처와 유기적인 연계가 가능하고, 실질적인 성주류화 정책이 가능해진다. 또한 20개 실국, 3,450명 규모의 조직, 예산 30조원 규모의 보건복지부로 여성가족부가 흡수 통합되면 여성 및 성평등 정책업무는 관심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로 인해 국회 내 여성가족위원회가 폐지되어 입법 활동이 제약될 것이 예상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여성 및 성평등 정책도 후퇴할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존치와 강화를 요구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지 못하고 여성가족부의 업무였던 보육과 가족업무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여성부로 축소하였다. 그러나 2009년 11월 이명박 정부는 여성부가 가족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시 여성부로 업무를 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2010년 보건복지가족부는 보건복지부로 바뀌고 여성부는 가족, 청소년 업무를 이관 받아 여성가족부가 되었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대선에서 여성가족부는 또 다시 폐지될 위기에 처해진다.

반복되는 퇴행과 반복되는 요구

여성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많은 정책들이 오히려 역차별이라고 주장되는 현실, 여성을 대상화하고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문화, 이러한 척박한 한국사회 성평등 인식은 정치권에게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선거 시기에 정치인들은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적극적 조치인 여성할당제를 부정하고 본인이 당선되면 없앤다고 하거나, 여성도 차별 받고 있지만 남성도 차별받고 있다고 하면서 엄연히 존재하는 성차별의 현실을 부정하며 차별을 정당화 하고 혐오하는 세력들의 표심 잡기에 이용해 왔다.

차별과 배제에 편승하여 선거를 치를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적으로 여성유권자를 배제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여성을 지우고, 성평등 정책이나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입장 중 가장 선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선언이다. 2007년 대선 때도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염원하던 여성가족부를 폐지시킬 수 있는 건 이명박"뿐이라며 이명박을 뽑아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2022년은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 공약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번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지난 2007년 대선과 이명박 정부 때 보다 훨씬 더 퇴행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이에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과 국민의힘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이번 6월에 지방선거에 여성, 청년 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등 한국이 퇴행의 길을 가는 동안 EU는 오는 2027년까지 회원국 상장기업의 이사진 3명 중 1명을 여성 이사로 선임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할당제를 공공영역을 넘어 민간영역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논의했다. 그러나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국회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4월 10일 여성가족부장관에 김현숙 당선인 정책특보를 내정하였다. 국민의힘 권선동 원내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1 지방선거 이후인 7∼8월 정부조직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해 이르면 9월에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하고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서는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명확하다고 했다. 다시 한 번 여성가족부 폐지를 못 박은 것이다.

대선이후 현재까지 인수위원회 등에서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여성가족부의 업무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법무부 등으로 분산하거나,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가족부나 미래가족부를 신설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인구가족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인데 기존의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업무를 통합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는 여성가족부의 주요 업무인 가족정책은 유지하고 여성, 권익증진 등 여성 관련 업무만을 없앤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의 업무는 소관 법률에 의해 수립되고 집행된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의 여성, 권익증진 업무와 관련된 소관 법률은 양성평등기본법, 성별영향평가법,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여성, 성평등 업무를 없애려면 이 법을 다 폐지해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느 부처에서든 이 업무를 해야만 한다. 결국은 여성가족부 폐지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고 정부 부처 이름에서 '여성'을 지우겠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1996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수많은 여성들과 여성운동단체는 국가 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전담부처를 설치하라는 요구를 시작으로 이 부처가 없어질 위기에 놓일 때마다 존치와 강화를 요구하며 싸웠다. 여성가족부는 길지 않은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의 20여년 역사에서 2008년 이명박 정부 그리고 2022년 윤석열 정부 두 번이나 폐지의 위기를 맞고 있고, 여성들과 여성운동단체들은 똑같은 대응을 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막기 위해 2008년에도 여성들과 여성운동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기자회견을 하고,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대응하고, 서명운동을 하고, 전국에서 대응 활동을 했다. 2022년도 마찬가지이다. 전국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개인의 서명을 받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집회를 하고, 국제시민사회 목소리를 모아내고, 인수위에 요구하고 있다. 아무리 역사의 진전은 한 걸음 전진하면 한 걸음 후퇴하면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반복되는 이러한 퇴행은 참혹하다.

국가 성평등 정책을 다루는 전담부처가 생긴지 20여 년이 지났다. 그리고 2022년 현재 감염병의 위기,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과 젠더기반 폭력, 기후위기 등으로 여성들의 삶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전면적인 전환이 요구된다. 성장 중심의 사회경제체제를 돌봄 중심 사회로 전환해야한다. 자본의 효율적 축적을 위해 공사영역을 분리하고 모든 인간의 삶과 사회유지의 필수노동인 돌봄을 여성의 무급노동과 저임금·불안정노동으로 착취해온 구조를 해체해야 하고 돌봄의 평등한 분배로 돌봄을 재구조화 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는 물론 타인을 돌볼 수 있도록 노동시간의 단축과 가족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상호 돌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터, 가정, 학교 등에서 발생되는 성차별과 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국가 정책이 필요하고 이를 전담할 수 있는 부처가 존치·강화되어야 한다.

성평등 전담 부처가 필요하고 국가 성평등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20년째 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요구를 하고 싶지 않다. 존재 자체를 유지하라는 요구보다는 강화를 위해 지속가능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 퇴행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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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창립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고 여성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대를 이뤄나가는 전국 7개 지부, 27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여성단체들의 연합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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