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

15일 오전 서울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 극복 방안 토론회' ⓒ 영진위

 
"영화발전기금(영발기금)만으로는 안 된다. 더 적극적인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하나였다. 투자 배급 상영 등 각자 분야의 어려움을 나눴으나 궁극적인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모두가 일치했다.
 
이날 오전 토론회는 '한국영화산업의 위기, 더 이상 시간이 없다'가 주제였다. 이화배(스튜디오에이치엘) 이사의 '영화산업의 수익성 악화와 위기극복방안' 주제 발표 뒤 진행된 토론은 영화계 각 분야가 처해있는 상황을 나누면서 대응 방안을 고민해 보는 자리였다.
 
상영관 쪽은 관객이 줄면서 고사 상태에 처한 극장 상황을 언급하며 지속적인 노력을 언급했다. 김무성 롯데컬쳐윅스 상무는 "주말에 영화관에 가는 흐름이 2년 새 줄어들었다"면서 "영화관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추억을 점검하는 장소가 될 것이나,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사 쪽도 극장에 대해 갖는 우려는 마찬가지였다. 김재민 NEW 영화사업부 대표는 한국영화의 극장 매출이 상당히 떨어진 점을 언급하며 "다양한 형태의 관객을 극장으로 모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올여름부터 많은 영화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 극장이 캠페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여름 시장이 '마지막 기회'
 
조영용 CJ ENM 콘텐츠사업국장은 올해 여름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끝나는 시점에서 여름이 마지막 기회다. 가장 좋은 시장에서 가장 좋은 영화를 개봉했을 때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는지 봐야 다음 영화들이 준비할 것 같다"며 "제작사의 수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 성수기 이후 9~11월 개봉 영화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지난해 여름에는 문체부나 영진위가 <모가디슈> 등을 지원해줬으나, 다음 영화들이 (지원이 없어) 힘들었다면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영화개봉은 12주 전에 결정되는데, 3~4개월 이전에 지원이 결정되지 않으면 개봉이 힘들기에, 지원책이 마련되면 중소제작사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코로나 해결 방안에 대해 제안하는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코로나 해결 방안에 대해 제안하는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 영진위

 
<기생충> 제작자인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2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서 영화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국가 브랜딩과 경제 분야에서 한류 붐을 일으켜 여행, 한우, 소주, 식품, 심지어는 방산까지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생태계가 붕괴위기라면서 넷플릭스 등 OTT에서 상영된<킹덤> <승리호> <오징어게임> < D.P > <지옥> 등을 예로 들며 영화계의 노력이나 실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말했다. "최적의 시간에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이를 타개하면 도약이 가능하다"며 "흥망의 갈림길에 선 지금 가능한 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긴급히 동원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날 영화계 인사들이 밝힌 구조적인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 데 따른 난제들이었다. 제작이 완료됐으나 개봉하지 못한 영화들이 늘어나면서 투자가 위축된 상태다. 투자비를 회수해 재투자하려면 현재 준비된 영화들이 개봉해야 하는데, 최소 1년 6개월~2년이 필요하다. 적체가 해소되려면 최대 4년~5년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선아 영진위 부위원장

15일 오전 서울 중구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선아 영진위 부위원장 ⓒ 영진위

 
돈줄이 막힌 상황에서 새로운 작품 개발과 투자를 원하는 작품들이 기회를 얻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김선아 영진위 부위원장은 "밀린 영화들을 풀어야 해결되는데, 그 기간 동안 중소제작자와 창작자들은 자금회전 등에 쉽지 않다"며 "정책의 측면에서 기획개발비 확장과 창작지원금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영진위 지원책으로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메리크리스마스 본부장인 김동현 영진위원도 "영진위도 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하겠지만 문체부도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공을 넘겼다. 실질적인 재원 마련을 할 수 있는 곳은 정부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영화산업 구조와 안 맞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영화의 산업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화배 이사는 "OTT를 생각하면 복잡해진다"며 "OTT에서 영화가 돈 벌 수 있는 것 아니냐? 기대가 컸었는데, 2시간짜리 영화와는 잘 안 맞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OTT는 주로 시리즈물로 구성되는 데다, 영화처럼 제작 투자 홍보 배급 등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는 게 아니라서 구조가 단순하다"며 "제작자는 돈을 벌 수 있으나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극장을 전제로 해야 영화에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다"며 "극장용 장편영화가 늘어나야 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

15일 오전 서울 중구 LW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산업 위기상황 극복방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 ⓒ 영진위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 담당은 변화된 환경에 따른 영발기금 문제를 지적했다. "최근 2년 사이 시장에 큰 변화가 있는데, 영진위 영발기금은 20년~30년 전과 쓰여왔던 과정이 똑같다"며 "변화하는 시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로 개선을 요구했다.
 
국고 지원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영발기금에만 책임을 지우려는 행태에 대한 불만이었다. 곽신애 대표도 영화계에 대한 국고지원이 지난 20년간 누적 3700억 원에 불과하다며 연 3500억 원을 지원하는 콘텐츠진흥원과 비교했다. 영화계는 연평균 185억 원 정도의 국고 지원을 받은 것이다.
 
객석에서 극장의 스크린독과점 문제를 비판한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상임 이사도 궁극적으로 영발기금의 재원 다변화 필요성을 말하면서 국고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같은 뜻을 나타냈다. "국고지원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다 한국영화가 다 죽을 것이다"라며 위기 극복방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영관 쪽은 코로나19 제한조치가 해제되는 대로 극장으로 돌아오자는 캠페인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인들은 지원책을 속히 마련해 달라며 거듭 부탁했다. 곽신애 대표는 "예전에도 좋은 해결책이 제안됐으나 반영이 안 된 경우 기획재정부나 국회의원들이 몰라서 잘렸다"고 하던데 결정하는 분들이 잘 고려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에 대해 박기용 영진위원장은 "무거운 책임감 느끼게 된다. 말씀해주신 내용들 잘 반영되도록 노력해달라"고 했고, 토론회를 지켜본 문체부 담당 국장은 "어제도 방역당국에 적극 요청해 극장 제한을 풀었다"며 영화인들의 요구를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2부 토론회로 '지속 가능한 한국영화의 미래, 독립예술영화의 현안을 점검한다'를 주제로 독립영화 현장의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영진위 영화산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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