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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농사일에 일손 보태는 고양이
 봄날 농사일에 일손 보태는 고양이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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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저렴하게 전세로 나온 시골집을 가족과 상의 없이 충동적으로 계약하곤 남편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했던 일을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처음 시골로 이사와 살던 곳은 비포장 길을 한참 들어가야만 도착할 수 있는 산자락 밑에 있는 오래된 집이었다. 몇 가구뿐인 아주 조용한 마을에서 매일매일 자연이 주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며 매우 만족하며 살았다.   하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주는 건 각종 벌레도 비염을 자극하는 꽃가루도 아닌 뱀이었다.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 현관 앞에서 햇볕을 쬐다가 필자를 보고 스르륵 사라지는 모습을 본 이후론 내 주변에 뱀이 숨어 있을 거란 생각에 시골 생활의 로망이었던 정원 가꾸기를 시작하기 망설여졌다.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에 사는 대가니 좋게좋게 생각"하란 옆집 아저씨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뱀 퇴치에 유용하다는 백반을 뿌리고 나서야 마당에 좋아하는 꽃과 풀을 심었다. 집 밖에선 이따금 뱀을 보긴 했지만, 마당에서 분주히 돌아다녀 그런지 한동안 뱀은 적어도 내 영역 내에서 보이진 않았다.

그러다 여름에 활짝 핀 수레국화 무리를 정리하던 도중 그 안에 숨어 있던 살모사 새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나서부턴 마당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다. 남편은 집주변 풀들을 모두 정리한 뒤 석유를 뿌리고 바위틈을 모두 흙으로 메웠다. 혹시 몰라 시골 잡종개 발발이도 마당에 풀어 키웠다.

하지만 '엄마! 엄마! 뱀이 개구리를 삼키려다가 우리 보고 그냥 뱉고 도망갔어!' 라고 말하며 신이 난 아들들의 모습은 그간의 노력이 별 소용 없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그리고 처음 겪는 겨울에 천장에서 다다다닥 지나가는 쥐의 발소리를 들었을 때, 결국은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마침 그 무렵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상자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려진 고양이 새끼들을 소방관 아저씨가 구조했고, 그중 한 마리가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것이다.

어린 고양이를 보고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낯선 환경에 놓여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어딘가에 숨어 나오질 않던 고양이는 그날 밤 남편의 머리맡에서 함께 잠을 청한 이후로 제 세상인 양 집 안 여기저기 '우다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캣초딩의 일상에 들어섰다.

우리 가족을 알아보는 것이 신기했고, 늘 주인만 쳐다보는 개와 달리 주인, 곧 집사를 귀찮게 하지 않는 도도한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이들 간식은 안 사줘도 고양이 간식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으며, 장난감은 끊이지 않게 배송되었다. 고양이를 위한 삶으로 변화되었다.

봄이 되면서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외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나뭇잎 사이에서 깩깩깩 하고 울어대던 청개구리 소리가 조용해지기 시작했고, 아침마다 창문 앞에서 지저귀는 새들은 조금 더 멀어졌다. 대신 현관 앞엔 이따금 쥐가 누워있었다. 점점 우리 동네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가면서 적어도 집 주변에선 뱀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길고양이가 없던 터라 우리집 고양이는 영역 싸움할 필요 없이 주변 생태계 먹이사슬의 꼭대기를 차지했다. 덕분에 필자는 다시 마음 편하게 마당일을 시작했다. 일하는 동안 주변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노는 모습을 보여주던 고양이는 그 집을 떠나기 전까지 나에겐 보디가드나 마찬가지였다.
 
주사냥을 하고 있는 고양이
 주사냥을 하고 있는 고양이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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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새로 이사한 동네 고양이들의 텃세에 맞고 들어오기 일쑤며, 살아 있는 뱀을 물고 집 안으로 들어와 119를 부르는 불상사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진드기를 남편에게 옮겨 온몸에 두드러기를 잔뜩 나게 하고, 옆집 개에게 다리를 물려 엄청난 병원비를 지출하게 만들어 쓸모없는 놈이라 가끔 구박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때의 공로와 더불어 9년 여의 긴 시간 든 정으로 여전히 우리 부부의 이불 위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허락하는 최상급 대우를 해주고 있다.

나른한 햇볕이 좋은 요즘, 벌레들이 출몰하고 나비들이 날아다니며, 옆집 밭 비닐하우스에서는 쥐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바깥이 궁금한 고양이는 오늘도 마당으로 나가는 문 앞에 앉아 내가 문을 열어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문을 열어주면 따뜻한 디딤석 위에서 몸을 한번 뒹굴고 텃밭을 파 볼일을 본다. 풀잎 하나하나 냄새를 맡고 다니다가 포복자세로 한참을 뭔가 주시한다.

오늘도 목욕시켜야 할지 고민한다. 고양이와의 정겨운 일상이다. 참, 우리집 고양이 이름은 '코코'이다. 고양이에 대한 기대치가 전혀 없었던 남편은 인터넷에서 가장 흔한 고양이 이름 1위를 검색해서 지어 주었다. 지금은 남편에게 없어선 안 될 존재 중 하나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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