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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 등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 등이 지난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로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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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민주주의가 너무 지나치다."

미국 관리를 만나 이렇게 말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그는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면 다음달 새로 들어설 정부의 외교부장관이 된다.

13일 윤석열 당선자로부터 새 정부 첫 외교부장관으로 내정된 박진 후보자. 미국의 기밀문서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의 서울발 외교전문을 보면, 박 후보자는 지난 2008년 6월 18일 서울 모처에서 제임스 쉰 미 국방부 동아태차관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당시 3선 의원이던 박 후보자는 쉰 차관보에게 "현 정치 상황은 엄청난 위기"라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매우 조심스럽게 다뤄야지, 그렇지 않으면 소요가 향후 5년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가 잦아들고 이명박 정부가 겨우 숨을 돌리던 시기였다.

이어 그는 "(광우병) 시위가 한국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도전을 던졌다"며 "한국의 민주화 운동은 맹렬한 속도로 진보했고, 이제 사람들은 대규모 시위가 정부와 소통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은 너무 많은 민주주의(Too much democracy)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네트워크와 정보 공유가 시위에 기름을 부었고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허둥댔다"며 "포털 사이트 '아고라'와 인터넷방송 '아프리카'같은 사이트에서는 유저들이 헛소문도 공유했다"며 시위의 원인을 엉뚱하게도 인터넷에게 돌렸다.

박 후보자는 특히 이런 흐름을 '기술적인 도시 게릴라들의 시민 불복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당 국회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중진급 국회의원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놓고 국민 갈등이 첨예화 돼 있는 가운데 상대국의 관리를 만난 것도 문제지만, 민주주의에 대해 이런 인식을 가진 인사가 외교부 장관으로 적절하냐"며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별렀다.

교수, 외교관, 4선 국회의원 거친 '한미동맹 신봉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귀국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귀국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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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박진 후보자는 서울 법대, 미 하버드대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등을 마친 뒤 뉴캐슬대 조교수를 지냈으며, 1977년에는 외무고시 제11회로 합격해 외교관 활동을 하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거쳐 정치권에 뛰어든다. 이명박 정부 때 '김정일 사후 북한붕괴론'을 주장했던 천영우 외교부 제1차관이 외무고시 동기다.

2002년부터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했으며 잠시 정치권을 떠났다가 지난 2020년 지역구를 강남구을로 바꿔 국회에 재입성한다.

국회 외교통일안보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정치권에서 내로라하는 '미국통'이다. 2008년에는 한미의원 외교협회 단장을 맡아 당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독대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재단 고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하면서 윤 당선자의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 외교부장관에 지목된 것도 '무너진 한미동맹의 재건'을 중요시하고 있는 윤 당선자와 뜻이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에서 무너져 내린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한미동맹을 자유와 민주, 시장경제, 법치, 인권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이달초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이끌고 출국하면서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너진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다" - "멀쩡한 맹장 수술하겠다는 얘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오른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보좌관을 면담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인 국민의힘 박진 의원(오른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보좌관을 면담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는 윤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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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한미동맹 붕괴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즉 한미동맹은 무너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외교안보전문가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미동맹은 이미 잘 되고 있는데, 그런 소리는 멀쩡한 맹장을 수술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외교는 연속성과 기본 바탕 위에서 흘러가는 것이지 이런 식으로 급변침하다가는 탈난다, 그 예가 2008년 쇠고기 개방이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가 내거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즉 미국의 싱크탱크들로부터 벌써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라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부터 하라"는 보고서가 올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종전협정 체결'은 자연스레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말뿐인 종전선언과 정치 행위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할 수 있겠냐", "섣부른 종전선언은 오히려 북핵을 기정사실화하고 미군 철수론을 촉발시키며, 한미동맹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방미 후 코로나에 확진돼 자가격리중인 박 후보자는 12일 기자들에 보낸 입장문에서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 국정과제, 현안에 대한 입장과 외교 비전에 대해 진정성 있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하는 한 외교부 고위 간부는 박 후보자에 대해 "외교관 출신일 뿐만 아니라 국회 외통위원장을 역임한 중량감 있는 장관 후보"라며 "중차대한 현안이 많은 외교 업무를 잘 지도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그:#박진, #외교부장관, #촛불시위, #위키리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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