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부산행>의 속편으로 알려진 영화 <반도>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 여름에 용기 있게 개봉해 전국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선전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반도>는 화려한 볼거리와 스타배우들의 캐스팅으로 충분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부족한 개연성과 아쉬운 좀비의 묘사, <부산행> 세계관과의 연결 부족 등 아쉬운 지점도 적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아쉬움 속에서도 서상훈 대위를 연기한 배우 구교환의 발견은 <반도>를 통해 건진 최대수확으로 꼽힌다. <반도>전까지 주로 독립영화 위주로 활동하던 구교환은 <반도> 이후 <킹덤:아신전>,< D.P >,<모가디슈>에 차례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면서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배우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모범택시>,<사냥의 시간>에 출연했던 배우 이제훈은 공개적으로 구교환과 함께 연기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

<반도>의 구교환 외에도 <타짜>의 김윤석, <써니>의 천우희, <건축학개론>의 조정석처럼 영화에서는 종종 주인공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내뿜으며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배우들이 있다.

지난 2010년 <스타더스트>로 주목 받았던 할리우드의 제작자 겸 감독 매튜 본의 신작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이하 <킥 애스>) 역시 서브 주인공으로 나온 여성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의 존재감을 집어삼켰던 대표적인 영화였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은 평범한 영웅이 등장하는 유쾌한 히어로 영화다.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은 평범한 영웅이 등장하는 유쾌한 히어로 영화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세상을 놀라게 했던 당찬 매력의 배우

성형외과 의사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4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클로이 모레츠는 배우를 꿈꾸며 연기학교에 다닌 오빠의 연기연습을 도와주다가 연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2004년 CBS드라마 <가디언>으로 데뷔한 모레츠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조·단역으로 연기경력을 쌓았다. 그리고 2009년 영화 <500일의 썸머>에서 연애에 서툰 톰(조셉 고든 레빗 분)에게 연애조언을 해주는 귀여운 소녀 레이첼을 연기하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역시 모레츠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 작품은 2010년에 개봉한 <킥 애스>였다. 모레츠는 <킥 애스>에서 복수심에 불탄 아버지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슈퍼 히어로 훈련을 받는 '힛걸' 민디 맥크래디를 연기했다. 3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킥 애스>는 세계적으로 9600만 달러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모레츠는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며 일약 세계적인 10대 스타로 떠올랐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모레츠는 <킥 애스> 이후 <렛 미 인>과 <휴고>, <다크 섀도우> 등 여러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하며 달라진 위상을 실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이가 어렸던 모레츠는 곧바로 힛걸의 이미지를 탈피하기엔 연기경험이 부족했다. 결정적으로 2013년에 개봉한 모레츠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힛걸이 출연하는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이 세계적으로 6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으로 부진한 것이 뼈 아팠다.

배우로서는 여전히 성장기에 있는 20대 중반의 젊은 배우지만 모레츠는 10대 시절부터 여러 가지 사회이슈에 대해 본인의 생각과 소신을 밝히는 '소셜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민주당에 입당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선거캠프에서 홍보대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모레츠는 지난 2016년 3월 tvN의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공인으로써 정치적인 스탠스를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로이 모레츠는 지금까지 총 3차례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9차 내한의 톰 크루즈나 5차 내한의 휴 잭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모레츠의 나이와 경력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횟수가 아니다. 특히 2015년 신발 브랜드 홍보 차 방한했을 때는 <섹션TV 연예통신> 같은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 SNL코리아 >와 <우리 결혼했어요> 등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한국팬들과 교감했다. 커리어에 비해 모레츠의 국내 인지도가 유난히 높은 이유다.

리얼하면서도 만화적인 <킥애스>의 액션
 
 클로이 모레츠는 '힛걸' 연기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다.

클로이 모레츠는 '힛걸' 연기를 통해 일약 세계적인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킥 애스>는 <시빌 워>, <원티드>, <킹스맨> 등 영화로도 크게 히트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마블코믹스의 스토리작가 마크 밀러의 그래픽노블 원작을 매튜 본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왜 아무도 영웅이 되려 하지 않지?"라는 물음을 가진 평범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영웅이 되는 이야기로 영화 속 주인공 킥 애스는 여느 슈퍼 히어로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다. 

<킥 애스>의 주인공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슈퍼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하고 인터넷으로 주문한 초록색 쫄쫄이를 입고 거리로 나서는 고등학생 데이브 리주스키(애런 존슨 분)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화려한 액션과 함께 악당들을 해치우는 역할은 주로 킥 애스가 아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빅 대디(니콜라스 케이지 분)에게 전문 히어로교육을 받은 '힛걸' 민디(클로이 모레츠 분)가 도맡는다.

실제로 힛걸은 킥 애스가 케이티(린지 폰세카 분)의 전 남자친구에게 찾아갔다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리고 킥 애스와 빅 대디가 프랭크(마크 스트롱 분) 일당에게 붙잡혔을 때 멋지게 등장해 현란한 액션들을 선보였다. 물론 힛걸은 1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무면허 운전은 물론이고 표정 한 번 바뀌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킥 애스>의 세계관에서는 힛걸이 저지르는 각종 불법과 범죄행위은 모두 용납된다. 

아무리 만화가 원작이고 히어로 조기교육(?)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초능력이 없는 10대 소녀가 어둠 속에서 수십 명의 악당들을 일당백으로 무찌른다는 설정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매튜 본 감독은 창고에서 벌이는 액션 장면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미국 SWAT(특수 화기 전술조)이 실제 전투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섬광 등을 영화 소품으로 구상해 '크립토나이트', '로빈의 복수' 같은 기상천외한 액션 장면들을 연출했다.

B급 감성의 액션연출과 영상미를 구현하는 것에 능해 영화팬들로부터 '리틀 타란티노'로 불리기도 했던 매튜 본 감독은 <킥 애스: 영웅의 탄생> 이후 엑스맨의 프리퀄 첫 작품 <엑스맨: 퍼스트클래스>를 연출해 능력을 인정 받았다. 2015년에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로 4억 달러가 넘는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감독이 된 그는 작년에 개봉한 <킹스맨:퍼스트 에이전트>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제작비 1억 달러, 흥행성적 1억2500만 달러).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인공 아닌 조력자로
 
 90년대와 200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니콜라스 케이지는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딸을 영웅으로 키운 조력자로 나온다.

90년대와 200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니콜라스 케이지는 <킥 애스: 영웅의 탄생>에서 딸을 영웅으로 키운 조력자로 나온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1996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이자 <더 록>과 <콘 에어>, <페이스 오프>,<내셔널 트레저> 등 수 많은 흥행작들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를 수 놓았던 최고의 배우였다. 킥 애스 역의 애런 존슨과 힛걸을 연기한  클로이 모레츠가 아무리 할리우드에서 떠오르는 신예스타였다 해도 <킥 애스> 개봉 당시만 해도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름값에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니콜라스 케이지는 <킥 애스>에서 젊은 배우들에게 주인공을 양보하고 기꺼이 조연을 자처했다. 악당 프랭크 다미코에 대한 원한으로 어린 딸에게 히어로 교육을 시키는 비정한 아버지 '빅 대디' 데이먼 맥크레디를 연기한 케이지는 등장하자마자 훈련이랍시고 딸의 가슴에 총을 쏜다. 그리고 딸의 성장을 지켜본 빅 대디는 민디에게 마지막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숨을 거둔다(속편에서는 짐 캐리가 니콜라스 케이지의 역할을 담당한다).

아버지 프랭크 다미코에게 사사건건 무시 당하는 후계자 크리스는 아버지가 킥 애스를 찾아내는데 어려움을 겪자 스스로 '레드 미스트'라는 새로운 슈퍼히어로를 창조해내며 킥 애스를 유인하는데 성공한다. <킥 애스>에서 크리스 다미코를 연기했던 크리스토퍼 민츠-프래지는 속편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닉네임을 더욱 살벌하게 바꾸고 킥 애스에게 대항하는 최종보스로 출연한다.

내심 킥애스와 힛걸의 러브라인을 기대한 관객들도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철저한 '전략적 제휴관계'로 나온다. 대신 <킥 애스>의 주인공 데이브에게는 케이티라는 예쁜 여자친구가 등장한다. 약간은 허영심이 있는 데이브의 여자친구 케이티를 연기했던 린지 폰세카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번의 시즌이 방영된 드라마 <니키타>에서 알렉스를 연기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마블이 제작한 드라마 <에이전트 카터>에도 출연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킥애스: 영웅의 탄생 매튜 본 감독 클로이 모레츠 애런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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