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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란 말이 유행하게 된 사진 한장이다. 이 사진을 계기로 녹조라떼란 말이 유행되었고 그것은 4대강사업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 낙동강 녹조라떼 녹조라떼란 말이 유행하게 된 사진 한장이다. 이 사진을 계기로 녹조라떼란 말이 유행되었고 그것은 4대강사업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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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이었다. 그해 여름, 낙동강에서 처음으로 녹조가 목격됐다. 4대강 보가 만들어져 보에 물을 채운 첫 해였다. 환경단체 활동가인 우린 처음 목격한 현상에 많이 놀랐다. 어떻게 강에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그것이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조류의 대량 증식 현상이란 것을 이후에 알게 됐지만, 하여간 그 모습은 '녹차라떼'를 연상시켰다.

그래서 처음엔 녹차라떼로 불렸다. 한 잔 떠놓고 보면, 말 그대로 녹차라떼와 거의 비슷하니 말이다. 그러다 누군가가 이것이 녹조란 현실을 반영하여 '녹조라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일리가 있었다. 녹조라떼란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녹조라떼란 말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것은 2013년부터다. 필자는 예쁜 와인잔에 녹조를 가득 담아서 녹조가 핀 강 가장자리에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뿌렸더니 많은 언론사에서 그 사진을 실었다. "낙동강에 핀 녹조라떼"란 친절한 설명과 함께. 이후로 녹조라떼는 4대강과 나란히 쓰이는 단어가 되었고, 4대강사업의 폐해를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녹조라떼는 독이다

그러다 녹조엔 치명적인 독이 있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16년 방한한 일본의 유명한 조류학자인 다카하시 토루 교수는 녹조의 치명적인 독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카하시 토루 교수는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독극물의 대표선수인 청산가리의 100배나 되는 맹독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어류나 농작물에 전이가 되는 생물농축 사실도 알려주었다. 

녹조가 강물이 녹색으로 변하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우리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반응이란 것이 알려졌고, 이것은 그대로 4대강사업의 폐해를 알리는 결정적인 용어로서 녹조라떼가 다시 조명받게 만들었다.

녹조라떼는 사실상 독이었다. '독조라떼'라 불러야 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그러나 독조라떼는 널리 회자되지는 못했다. 녹조라떼라는 말이 이미 유행의 정점에 있었고 그것을 대체할 만큼 사회적 파급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녹조의 독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탓도 클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 당국에서는 첫째 먹는 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녹조 독은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걸러져 수돗물은 안심하고 마셔도 된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둘째 농작물에 전이되는 생물농축 문제도 농업용수로 이용되는 강물이 수로를 통해 이송하는 중에 다 분해되기 때문에 농작물에 전이가 되기 어렵다는 주장을 용감하게도 해왔기 때문이다.
 
녹조 물로 기른 상추에서 녹조 독이 검출됐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조 독의 생물농축 현상이 밝혀진 것이다.
 녹조 물로 기른 상추에서 녹조 독이 검출됐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조 독의 생물농축 현상이 밝혀진 것이다.
ⓒ 김민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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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6년 후인 2021년 말 상황이 바뀌었다. 녹조 독이 농작물에 축적이 된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기 때문이다.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600ppb 들어있는 낙동강 강물로 농사지은 상추에서 68ppb라는 놀라운 수치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실험이 국가 주도가 아니라 민간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이 만들어낸 결과었다.

2022년 초엔 더 놀라운 결과가 발표되었다. 실험 작물이 아니라 노지에서 농민이 재배한 쌀과 무, 배추에서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밥과 김치 등을 통해서 이를 함께 섭취했을 때 사람 몸에 들어올 수 있는 녹조 독의 양은 프랑스의 생식독성 기준의 20배가 넘는 양이란 사실도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대로 계속 먹게 되면 간과 폐엔 물론 정자와 난자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그동안 환경단체에 의해서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사실로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녹조라떼를 위한 변명

이 무렵 대구환경운동연합 한 운영위원은 녹조라떼란 용어에 대해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녹조라떼라는 용어는 녹차라떼에서 오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에게 친숙하게는 다가갈지언정 녹조가 우리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최소한 '독조라떼'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녹조라떼는 이미 4대강 하면 떠오르는 말이 되었다. 하나의 유명한 사회적 용어가 된 것이다. 시대성마저 담긴 용어가 된 것이다. 이것을 넘어서기란 쉽지 않다. 독조라떼라는 보다 적확한 용어가 있지만 녹조라떼의 상징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래서 "녹조라떼는 사실상 독이었다. 그 독은 농작물을 비롯한 생물에게도 그대로 전이가 된다"는 표현으로 녹조가 실상은 독이었고, 그것은 그대로 농작물에 전이가 돼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알릴 뿐이다.
 
경남의 한 논. 녹조 물이 가득한 논의 모습이다. 이 녹조의 독이 쌀에 그대로 전이가 된다는 것이 부경대의 분석결과 밝혀졌다.
 경남의 한 논. 녹조 물이 가득한 논의 모습이다. 이 녹조의 독이 쌀에 그대로 전이가 된다는 것이 부경대의 분석결과 밝혀졌다.
ⓒ 임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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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녹조 독으로 오염된 농작물이 올해도 그대로 재배될 가능성이 높다. 녹조 독의 생물농축이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녹조가 낙동강에서 발현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녹조가 피지 않도록 하려면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어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흐르는 강에서는 녹조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즉, 낙동강을 재자연화해 줘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재자연화는 아직까지 지지부진이다. 취·양수장 관련 문제도 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기 위해서는 보의 상류에 있는 취수장과 양수장이 보의 수문을 열었을 때도 가동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취수장과 양수장은 낙동강 보의 관리수위에 맞춰 취수구가 설계돼 있어, 수문을 열면 취·양수장이 제대로 작동시킬 수 없다. 애초 설계를 잘못한 것이다. 보를 만들었으면 수문을 열었을 때도 취수장과 양수장이 가동이 되도록 취수구를 저 아래로 깊이 박아놓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취수장과 양수장의 구조개선 사업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이 예산에 드는 돈이 9천억 원 정도라 한다.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국민이 더 이상 녹조 독이 든 농작물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쓰여야 하는 예산이다.

정부의 결단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때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교체기다. 문재인 정부는 지역의 강력한 반대 때문인지, 정책적 결단을 발휘하지 못한 때문인지 이 문제를 풀지 못했다. 공은 윤석열 정부에게로 넘어갔다. 윤석열 정부는 모두 다 알다시피 보수정권이다. 후보시절 본인도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하겠다 공언해왔다. 그래서 걱정이다.
  
원래는 MB에게 바치는 녹조라떼인데, 이제는 윤석열께 바치는 녹조라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 윤석열에 녹조라떼를! 원래는 MB에게 바치는 녹조라떼인데, 이제는 윤석열께 바치는 녹조라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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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야를 떠나, 진보 보수를 떠나 녹조 독은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다. 정략적으로 이 사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직 국민만 보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국민이 안전한 농산물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녹조 독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녹조 현상을 종식시켜야 한다.

그 길은 하루빨리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것이고, 더 먼저 취·양수장의 구조를 시급히 개선하는 일이다. 더 이상 낙동강이 녹조라떼 배양소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민만 보고 간다는 윤석열 정부에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다.


* 올해도 민간 차원의 녹조 독소 조사 사업이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이들의 '4대강 녹조에서 발생하는 독소, 우리 식탁이 위험해요'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다니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에 대해서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저서에 <내성천의 마지막 가을, 눈물이 흐릅니다>(2018, 도서출판 참)이 있습니다.


태그:#녹조라떼, #낙동강, #윤석열, #4대강사업, #이승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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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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