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고등학교가 우승한 가운데 2022 신세계·이마트배가 막을 내렸다.

북일고등학교가 우승한 가운데 2022 신세계·이마트배가 막을 내렸다. ⓒ 박장식

 
활짝 핀 벚꽃처럼 웃는 올해의 첫 고교야구 우승팀은 북일고등학교였다. 북일고등학교는 11일 오후 6시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열린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장충고등학교를 8대 3의 스코어로 누르고 우승의 금자탑 위에서 환호했다.

봄이 깊어지는 만큼 선수들의 기량도 올라왔다. 결승전은 프로야구 경기장에서 펼쳐졌다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다고 생각될 정도의 명경기였다. 장충고등학교가 한 점씩 한 점씩 선취점을 냈지만, 북일고가 4회 맹타선을 휘두르며 다섯 점을 내는 등 역전을 기록한 뒤 리드를 유지해 승리에 기여했다.

오래간만의 우승기 차지 앞에 고무된 북일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문학구장을 찾아 친구의 우승 도전에 열띤 응원을 펼쳤다. 파도타기 응원을 펼치는 한편, 한화 이글스와 깊은 연관이 있는 북일고등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듯한 '최강북일' 응원, 그리고 학부모들의 절실한 응원까지 겹쳐져 우승 열기를 더 했다.

야구는 '중간'부터 이기면 된다, 북일고가 그랬다

결전지 문학에 선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프로야구 못지 않은 '식전 행사'가 펼쳐졌다. 고교 선수들을 위한 덕아웃 투어를 시작으로 인터뷰실에서의 양 팀 감독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경기 시작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맡았다. 정 부회장은 경기 시작 기념사에 이어 시구하며 봄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초반 경기는 북일고등학교에 불리했다. 2회 장충고 유비의 적시타로 한 점, 3회에는 선두 타자 정준영이 안타로 나간 사이 김동주가 타점을 올리며 한 점을 올렸다. 4회에도 한 점을 올린 충암고는 북일고를 3-0의 스코어로 압박했다.

경기가 뒤집힌 것은 4회말이었다. 북일고가 다섯 점의 다량 득점을 터뜨리며 역전을 이어간 것. 이승현의 좌중간 2루타가 시작이었다. 이어 김채운이 번트로 출루, 가예찬이 내야 안타까지 쳐내며 한 점을 따라갔다. 드디어 막혔던 혈이 풀린 북일고 선수들은 경기를 차근차근 따라가기 시작했다.
 
 북일고의 마운드를 4.1이닝 무실점, 4이닝 퍼펙트로 책임진 최준호 선수.

북일고의 마운드를 4.1이닝 무실점, 4이닝 퍼펙트로 책임진 최준호 선수. ⓒ 박장식

 
이어 장충고가 1사를 올리며 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이진용이 번트로 안타를 만들며 만루 상황을 이어갔다. 리드오프 김지환이 플라이로 물러나며 북일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나 싶었지만, 김채운이 홈으로 쇄도하며 한 점을 더 따라갔다. 이어 김종우의 안타, 김민준의 2루타까지 나오며 북일고는 한 이닝 다섯 점을 올렸다.

경기가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북일고는 5회에도 맹타를 휘두르며 장충고를 계속해서 찍어누르 듯했다. 이진용이 쳐낸 깨끗한 2루타에 한 점이 더 올라갔고, 김지환이 연이어 쳐낸 2루타가 북일고의 두 점을 더 만들어냈다. 야구는 중간부터 웃으면 된다는 말을 북일고가 만들어낸 순간이었다.

스코어는 8-3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북일고는 5회부터 등판한 최준호가 완벽투를 펼치며 장충고의 타선을 급격히 식혔다. 특히 최준호는 6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못하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며 상대의 기를 꺾었다. 

선배들이 풀지 못했던, 우승의 한 드디어 풀었다

6회부터 8회까지, 삼진을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땅볼은 물론 플라이까지 유도해내며 3이닝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최준호는 마지막 이닝에 들어섰다. 북일고 역시 6회와 7회에는 삼자범퇴로 물러났지만 8회에서는 또 다시 득점 기회를 잡는 등 장충고를 압박했다.

9회. 최준호는 여전히 마운드를 지켰다. 두 명의 타자를 플라이 타구로 돌려보낸 최준호는 마지막 타자를 상대했다. 어쩌면 고교야구에는 9회 2아웃부터의 대역전극이 존재했기에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대 타자를 상대로 원 볼 투스트라이크 아웃 상황까지 끌고 간 최준호는 마지막 결정구를 던졌다.
 
 2022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우승한 북일고등학교 선수들이 기쁨을 낙누고 있다.

2022 신세계·이마트배에서 우승한 북일고등학교 선수들이 기쁨을 낙누고 있다. ⓒ 박장식

 
스윙, 삼진 아웃. 최준호 선수가 상대의 마지막 타자를 돌려세우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최준호 선수 역시 '안방마님' 이승현 선수와 함께 마운드 가까이에서 기쁨을 나눴다. 동시에 선배들이 해내지 못했던 우승을 목말라해왔던 북일고 선수들도 자신들의 기쁨을 마음껏 풀었다.

물을 뿌리고, 마운드 위에 모두 모여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눈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응원을 펼쳐준 친구들과 부모님, 선배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2년 전에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 명의 선수도 지명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던 북일고가, 2022년의 첫 고교야구 대회 우승기를 들어올린 학교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이어진 시상식 역시 시끌벅적하게 진행되었다. 한국시리즈 못지 않은 분위기에서 진행된 시상식에서는 최우수선수상에 북일고 김지환 선수가 오르고, 우수투수상에는 북일고 장우진 등이 올라 상장을 받아들었다. 북일고의 8년 만의 부활은 새로이 시작하는 대회의 축복 속에서 모두의 축하 속에 마무리되었다.

"친구들, 동문들의 '최강북일' 응원 덕에... 북일이 돌아왔어요"

북일고등학교 이상군 감독에게는 이번이 세 번째 우승이다. 이 감독은 고교 선수시절 북일고의 1980년 봉황대기 우승 멤버로 자리했고, 프로 시절이었던 1999년 한화 이글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을 함께했다. 그리고 2022년 고교야구 감독으로서 북일고의 우승 사령탑이 되어 제자이자 선수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 감독은 "선수들 미팅 때 오늘은 일곱 번째, 보너스 경기이니 즐기라고 했다. 긴장 풀어주려고 한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선수들이 정말 즐긴 덕분에 우승했다"며 웃었다. 이어 감독으로서 첫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우승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고생도 많았다"며 웃었다.

이어 이상군 감독은 "고교야구는 기본기가 중요하니 충실히 준비했고, 인성도 강조를 했다. 그 덕분에 선수들이 잘 해줘서 이긴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칭찬할 선수를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는 "빼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모두 잘 했다. 모두가 수훈선수"라며 웃었다.
 
 북일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친구들'의 모습.

북일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친구들'의 모습. ⓒ 박장식

 
이날 우승의 순간을 가장 먼저 마운드 위에서 맞이한 최준호 선수도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행복하다"며 웃었다. "동료들과 함께 우승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부모님, 그리고 지도자 분들께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특히 "친구들이 '최강북일'이라고 응원해주고, 파이팅 넘치게 응원한 것도 너무 고맙고 행복했다"며 벅찬 듯 말했다.

우승 순간을 함께한 마지막 투수로 뛴 것에 대해 "마지막 공을 던진 순간 이제 됐다 싶었다. 이제 북일이 돌아왔다 싶었다"며, "야구장에서 즐기자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를 임한 덕분에 우승한 것 같다"고 말한 최준호 선수는 "앞으로도 프로 가면 팬 분들께 사랑받고 싶는 선수로 남고 싶다"면서 웃음지으며 각오도 전했다.

이날 3안타 맹공을 퍼부은 문현빈 선수의 소감도 마찬가지. "지난 충암고와의 경기에서 중요한 상황 홈런을 쳐서 그때부터 부담감을 던 것 같다"는 문현빈 선수는, "그래서 오늘 더 편하고 즐겁게 시합한 것 같다"며 벅차 했다.

동료 선수들에게 주장으로서 했던 이야기도 물었다. 문현빈 선수는 "뒤에 있는 이름보다 앞에 붙은 '북일'이라는 이름을 생각하자고 말했다"며 말했다. 응원에 대해서도 문현빈 선수는 고마움을 전했다. "학교 동문들과 친구들이 없었으면 우승도 못했을 것 같다"며, "교가 부르고, '최강북일'을 외칠 때 너무 좋더라"고 웃었다.

문현빈 선수는 "남은 대회에서도 이번 대회 때 우리처럼 하나가 되어서 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남은 3학년 기간 잘 해서 청소년 국가대표도 뽑히고, 프로 지명도 잘 되고 싶다. 프로 지명이 된다면 선배 박찬혁(키움) 형처럼 모범적인 선수가 되어 신인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11일 고등학교의 우승을 마지막으로 선수들은 다시 주말리그 체제에 들어간다. 황금사자기, 청룡기 등 굵직한 대회들도 적지 않게 남았다. 첫 우승기는 북일고의 것이 되었지만, 남은 기간 북일고와 장충고를 비롯해 다른 학교들이 도전할 대권도 눈길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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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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