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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제주도 내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손가락이 잘려나갔다. 3년 동안 6건의 사고가 발생해 12개의 손가락이 골절되거나 절단되었다. 사고의 기인물은 2017년부터 조례에 의거해 제주도 내 학교 급식실에 설치된 파쇄식 음식물 감량기인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책 마련은 멀기만 하다.

교육감은 진작에 사죄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어째서 계속되는 사고를 막을 수 없는 것인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의 최성용 교육선전국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제주도내 학교 급식실 음식물 감량기 사고 현황
 제주도내 학교 급식실 음식물 감량기 사고 현황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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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설치된 감량기와 시간에 쫓기는 노동자

2016년 11월 9일 개정된 '제주도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아래 제주도 음식물류폐기물 조례) 제14조에 따르면 제주도내 음식물류 폐기물 다량배출사업자(급식실 포함)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자체 처리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거나, 폐기물처리업자 또는 폐기물처리신고자에게 위탁처리 하여야 한다. 하지만 학교 급식실은 음식물 감량기의 의무설치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위탁처리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제주도는 음식물 감량기 보급 확대를 위해 2017년 1월부터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 보조사업'을 추진했고, 5억 원의 지원금을 들여 학교 급식실에 음식물 감량기 175대를 설치했다. 그 중 발효 건조방식은 20개교, 미생물 액상 방식은 41개교, 나머지 114개교에는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한 파쇄기 건조방식 감량기가 설치되었다. 보조금을 지원받아 구입한 음식물 감량기는 5년간 사용해야 한다.

"급식실 자체가 전쟁터거든요. 급식노동자 배치 기준이 너무 높아요. 공공기관 같은 경우는 노동자 1인당 식수인원이 60명인데 학교 급식실 같은 경우는 100명이 넘습니다. 절대적으로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하게 현장에서 일을 처리해야 하니 업무 강도는 높아요. 음식물 감량기로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2인 1조가 아니라 한 명이 가서 처리했어요. 음식물 감량기 자체에도 안전 센서처럼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멈춤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었죠. 또 음식물 감량기같은 경우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인증 대상 기계도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급하게, 안전 문제가 충분히 인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음식물 감량기가 조례에 의해서 학교에 설치된 겁니다."(최성용 선전국장)

음식물 감량기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학교 급식 노동자의 1인당 식수인원은 평균 93명으로 거의 100명에 육박한다. 이는 제주도 뿐만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학교 급식실 인력공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업무 개선을 위해 들여온 감량기에서 잔반이 감량기에 붙어 손으로 작업해야 하는 등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사고 방지 위한 근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음식물 감량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파쇄식 감량기는 철거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고요. 인력 배치기준 또한 낮출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 급식실 인력 충원도 필요하고요. 아울러 지금 급식실에서 음식물 감량기로 감량된 음식물은 자원화 되지도 않고, 폐기물로 나오는 양 자체만 줄이는 방식이거든요. 지금까지의 정책이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식 중심이었다면, 음식물 쓰레기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해요."(최성용 선전국장)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조합원들
 조례 개정을 요구하는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조합원들
ⓒ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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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교육청도, 제주도청도 굼뜨게 움직이는 와중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가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이석문 교육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소송 제기는 교육감과 교육청에 경각심을 심어주고 사고 예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함이고, 또 사고 당사자에게 장애가 남았기 때문이었다.

2020년 제주도 교육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석문 교육감은 반복된 감량기 사고는 기계 문제일 가능성을 언급하며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런데 민사소송이 진행되니 원고의 과실률을 높이기 위해 기계 오작동이 아닌 노동자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해당 사건에 대해 지난 3월초 제주지방법원 민사2단독은 교육감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 양측 합의로 화해 권고 결정을 내렸다. - 편집자 말).

"음식물 감량기 설치 이전에는 보통 가정집에서 하는 것처럼 음식물 쓰레기통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서 학교 밖에 두면 음식물 쓰레기차가 와서 수거해 가는 방식이었어요. 어쨌든 감량기는 급식실과 아주 가까운 곳에 지어져 있다는 차이가 있죠. 예전에 음식물 쓰레기를 통에 담아 처리할 때는 차가 이동할 수 있는 곳까지 가지고 가야 해서 비탈길이나 이런 데에서 넘어져서 사고 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 현장 의견을 들어보면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 빼고는 나아진 것도 있지 않냐'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최성용 선전국장)

기계를 사용하게 되는 것은 현장의 노동자인데, 그들의 목소리는 왜 설치 과정에서부터 반영되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살피게 되는 것일까.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강한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데 있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조례에 의해서 도청이 예산 지원하면서 음식물 감량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급식실에 일하는 노동자들과 이런저런 우려 지점들을 사전에 협의하고 소통했다면, 음식물 감량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해 보거나 아예 미생물식 감량기로 초기부터 다 설치했겠죠. 근데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어요. 교육청이나 이런 데서는 실제 급식실에서 조리 업무를 하는, 음식물 감량기를 실제 사용하는 조리사나 조리실무사의 의견을 잘 듣지는 않거든요."

학교라고 다 안전한가요

2018년 7월 취임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은 공약 중 하나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을 제시했다. 이후 2020년 1월 16일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학교 급식실, 청소, 시설관리 노동자도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 받으면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해야 했다. 하지만 제주도교육청은 2020년 6월까지 코로나19를 핑계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으며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때는 이미 4건의 손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한 이후였다.

2021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음식물 감량기 사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교육청의 대처는 기계 버튼에 테이프를 붙이는 식의 미봉책에 그쳤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아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앞으로 음식물 감량기와 관련해서는 조례 개정을 위한 활동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사고가 난 음식물 감량기가 학교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되겠죠. 사고를 당한 당사자의 트라우마도 있고요. 사고가 발생해도 다른 사람들은 일을 계속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작업 중지권 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의제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학교 같은 경우는 급식, 시설, 청소 직무 종사자를 현업으로, 나머지 종사자는 비현업으로 구분해서 비현업 직종은 산업안전의 영역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어요. 과학 분과 같은 경우는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직종들은 산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누구나 다 산재에 노출되어 있거든요. 학교라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구분에 의해서 제외되는 것들을 이제 좀 바꿔야 되는 거죠."(최성용 선전국장)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시윤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4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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