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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의 지혜'라고 하면, 순간 당황하면서 '그게 뭐예요?'라고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네, 그 '월경'이 맞습니다. 월경 혹은 생리. 인류의 절반이 공유하는 경험인 동시에, 가까운 사람과도 터놓기 쉽지 않은 가장 사적인 영역. 한국 사회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월경에 대한 이야기를 공론장에 내놓기는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월경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무상 생리대 논의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담론으로 자리잡은 것은 최근의 가장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여성의 주기가 우리의 삶에서 갖는 중요성을 먼저 의식하고, 월경을 터부시하는 낡은 관행에 용기 있게 도전해온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던 일입니다.

월경에 대한 무지와 혐오를 가뿐하게 넘어서고 나면, 비로소 여성의 생애주기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것은 초경으로부터 시작해, 월경과 배란이라는 두 개의 극을 중심으로 40여년간 쉼 없이 순환하며 완경에 도달하는 생명의 고리입니다. 월경을 여성의 삶의 전체 맥락에서 분리해서는, 여성의 삶도 월경 자체도 올바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여성의 몸과 마음은 주기의 질서를 따라 변화하고 성장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불안정함과는 다릅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보며 천체가 불안정하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말 그대로 주기적이고 규칙적인 변화입니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주기에 따른 육체적, 심리적 변화를 예측하고 자신을 보살피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책 <와일드 블러드 – 월경의 각성된 힘>의 저자인 알렉산드라 포프와 샤니 휴고 울리쳐는 이것을 '월경 주기의 마음챙김'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몇 해 전 제가 이 책을 공역자와 함께 펴냈던 것은 주기를 챙긴다는 오래고도 새로운 지혜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였습니다.

지혜로운 주기를 위한 앱은 없을까?

하지만 주기를 시시때때로 점검하고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챙기는 것은 쉽지 않은 '미션'입니다. 주기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월경을 잘 챙기겠다고 마음먹은 이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생리용품과 진통제를 챙겨야 할 때를 지나면 주기는 쉽사리 잊혀집니다.

그러나 월경 주기는 배란과 월경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배란기를 잘 보내지 않으면, 건강한 월경을 갖기도 쉽지 않습니다. 주기 중 20여 일을 월경이 없는 것처럼 살다 보면 PMS(월경전증후군)가 밀린 고지서처럼 날아오기도 합니다. 이런 망각의 반복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월경일이나 가임기를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주기 전반에 걸쳐 몸과 마음을 챙겨주는 앱은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배란과 월경을 모두 아울러 챙기도록 돕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타로블러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앗, 이거 앱 광고 아니야? 낚였나?'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오해를 막기 위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타로블러드>는 무료이고, 광고도 없으며, 인앱결제도 없습니다.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외부로 송출되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공역한 <와일드 블러드-월경의 각성된 힘>의 세밀한 월경 주기 분석을 애플리케이션에 반영한 만큼, 관련 링크는 앱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러나 <와일드 블러드>를 읽지 않으셔도 앱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물론 더 깊은 논의를 바라시는 분은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겠죠.

'블러드'는 알겠는데 '타로'는 또 뭐지?

처음 앱을 구상할 때 가장 고민되었던 것은, 사실상 여성의 마음수행이라고 해야할 주기 챙기기를 엔터테인먼트처럼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청소년기를 맞은 제 딸이나 딸의 친구들도 기꺼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 점에서 타로는 꽤 적합한 콘텐츠입니다. 일단 타로는 흥미롭습니다. 명상과 극적인 갈등이 교차하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들은 많은 분들이 접해 보셨을 겁니다. 또 희로애락의 풍부한 묘사는, 여성이 주기를 거치며 겪는 다양한 내적 경험을 표현하기에 충분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타로와 같은 점술에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타로는 점을 치는 수단이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타로 카드는15세기 중엽 밀라노의 궁정에서 놀이카드로 사용되었습니다. 역사가들에 따르면 타로의 삽화들은 르네상스 시대에 열린 대규모 퍼레이드의 장면들을 그린 것입니다. 사순절 직전에 열린 이 축제에서는 바보 옷차림을 한 남자가 꽃수레 사이를 누비며 춤을 추었습니다. 타로의 첫 번째 카드로 잘 알려진 '바보' 카드의 유래입니다.
 
0번 카드(바보), 13번 카드(죽음), 20번 카드(심판)
▲ 타로 카드의 이미지들 0번 카드(바보), 13번 카드(죽음), 20번 카드(심판)
ⓒ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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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를 카발라나 점성술과 결부시키는 오컬트 전통은(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만) 18세기 이후에 확립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날의 타로 문화를 주도하는 카드 점술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실 타로는 몇 백 년의 시간 동안 이질적인 사상과 미학을 가진 이들의 노력이 켜켜이 쌓이면서 탄생한 집단 창작의 결과물입니다. 수백 년 동안 다양한 판본들이 만들어졌고, 80년대 이후에는 페미니스트들을 위한 타로도 등장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새로운 타로 카드가 창작되고 있고, 그에 걸맞은 새로운 활용의 시도들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타로 스프레드에 따라 두 편의 소설을 창작하기도 한 이탈리아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는 '흩어진 타로 카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우연 밑에 숨겨진 이성'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타로블러드>는 칼비노의 예를 따라 타로를 우리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담은 예술적인 콘텐츠로서 받아들입니다.

점술 말고 지혜

<타로블러드>는 월경 주기의 질서에 따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피고 보살피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주기와 1일차를 한 번 입력하면, 그 뒤에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자동으로 매일 그날에 맞는 석 장의 카드를 펼칩니다. 사용자는 앱을 열어 보는 것만으로 월경 직전과 월경, 배란 전과 배란이라는 주기의 규칙적인 변화에 맞는 카드와 해석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날 하루의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습니다.
  
▲ <타로블러드> 앱의 사용 화면
ⓒ 김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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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운세를 읽으며 하루를 점쳐 보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다만 운세는 같은 시간에 태어난 모든 사람의 운명이 동일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타로블러드>는 여성의 주기가 유기적인 패턴을 반복한다는 자연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월경 주기의 마음챙김에 타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타로의 체계 자체가 주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타로에서 주기는 꼭 여성의 주기인 것만은 아닙니다. 주기란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말합니다. 실상 우리의 삶은 수많은 주기들의 중첩으로 이루어집니다. 들숨과 날숨, 낮과 밤, 계절의 순환에서 생애주기에 이르기까지 주기는 자연의 질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타로의 정수를 담고 있는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아르카나'는 비밀이란 뜻입니다)는 종종 '바보'(0번 카드)라 불리는 순진한 인물의 여행으로 해석됩니다. 바보는 황제(4번 카드)와 연인(6번 카드)과 은둔자(9번 카드)를 만나고, 운명의 수레바퀴(10번 카드)를 따라 죽음(13번 카드)과 악마(15번 카드)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무너지는 탑(16번 카드)에서 뛰어내려 별과 달과 태양의 우주적 신비(17, 18, 19번 카드)와 조우하고 심판과 부활까지 경험합니다(20번 카드). 그리고 도달한 목적지는 세계(21번 카드) 그 자체입니다. 아이처럼 순진했던 바보가 사랑과 죽음과 부활을 거쳐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오는 하나의 주기로 구성되는 것입니다.

막대, 컵, 칼, 동전의 네 종류의 카드로 이루어진 마이너 아르카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에이스(1)에서부터 10까지 배열되고, 여기에 시종, 기사, 여왕, 왕의 카드가 더해져 각각 14장의 카드 네 벌로 구성되는 마이너 아르카나의 목록은 화학의 주기율표를 연상시킵니다. 동일한 패턴이 다르게 변주되는 나선형의 주기를 여기서도 볼 수 있습니다. 오컬트 전통을 따르는 이들이 마이너 아르카나를 연금술의 4원소 순환과 결부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타로블러드> 앱 화면에서 발췌
▲ 타로(마이너 아르카나)의 이미지들 <타로블러드> 앱 화면에서 발췌
ⓒ 김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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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체험하는 위대한 자연 주기

사실 주기의 패턴은 인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것입니다. 타로의 전통에 이러한 인식이 각인된 것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자연의 시간적 질서는 무엇보다 주기로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월경 주기는 몸으로 체험하는 위대한 자연 주기의 한 부분입니다. 타로의 체계와 여성의 주기는 매우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룹니다.

<타로블러드>는 바쁜 현대 여성들이 쉽고 재미있게 주기의 마음챙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타로의 그림들은 삶의 여러 국면에서 만나는 행복과 슬픔, 기쁨과 상처에 대한 다중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자신만의 주기에 따라 주어지는 그림들을 살피고 해석을 읽어나가며 우리의 속마음은 비로소 의식 위로 떠오릅니다. <타로블러드>는 어떤 확정된 미래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타로블러드>가 보여주는 것은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우리 마음의 패턴과 개연성입니다.

당신 안에 숨은 예언자

물론 우리의 마음은 기계적으로 반복되지 않습니다. 주기의 패턴은 훨씬 유연하고 유기적이며 때로는 돌발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카드에 담긴 이야기도 기계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타로 카드가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카드가 실제로 들어맞는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상 타로 카드 하나하나에는 여러 가능성이 담겨 있고 그중 어떤 것이 들어맞는지를 알아채는 것은 당신의 내적 감각입니다.

타로의 메시지는 당신의 본능적인 직관에 의해, 당신의 삶의 전체 맥락 속에 통합되어서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획득하게 됩니다. 타로는 당신 안에 숨은 예언자를 각성시키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저명한 타로 전문가인 레이첼 폴락의 말처럼 타로 카드는 종이 위에 그려 놓은 그림일 뿐입니다. 그러나 타로 카드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조명할 수 있습니다.

아무 도움도 없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직시하고 살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타로블러드>는 거기에 작은 사다리를 놓고자 합니다. 자신만의 주기에 따라 주어지는 그림들을 살피고 해석을 읽어 나가며 우리의 속마음은 비로소 개념적인 표상으로 드러납니다. 그 자리에 보이는 것은 정해진 미래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주기적 질서입니다.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월경 주기를 찬찬히 들여다볼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잠시 짬을 내어, 주기에 따라 주어지는 석 장의 카드를 읽으며 여러분 몸과 마음을 챙겨보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멀티플랫은 새로운 월경 담론과 소통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그동안 월경에 대한 두 권의 책 <와일드 블러드 : 월경의 각성된 힘>(알렉산드라 포프, 샤니 휴고 울리처, 2020)과 <문 블러드 - 월경이 짐이 아니라 힘이 될 수 있다면>(루시 피어스, 2019)를 출간하였습니다.

<타로블러드>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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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을 통해 인문사회 컨텐츠를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전하고자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월경하는 여성을 위한 두 권의 책(<문 블러드>, <와일드 블러드>)과 무료 모바일애플리케이션 <타로블러드>를 출시하였습니다. https://post.naver.com/my.nhn?memberNo=40413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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