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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이 두 음절을 쓰기 전부터 설레는데요. 배우 공유 때문이라지요. 공개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배우 공유를 좋아합니다(영화 <부산행> 보던 날은 거의 쓰러질 뻔했다죠). 본명 공지철에서 개명한 공유는, 정말이지 신의 한 수입니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싶은 오빠가 되었어요.

수다가 길었습니다. 이번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쓰기의 공유' 기능입니다. 쓴 글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방법이지요. 저는 쓰고 나누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다 썼다면 블로그나 브런치 등 불특정다수가 볼 수 있는 SNS에 내 글을 오픈하던지, 혹은 글쓰기 모임이나 수업을 통해 보여주던지 하는 일을 독려합니다. '적극 권장'이라고 단어를 고쳐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러는 데는 여러 목적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설득되기를 바라며 공유기능에 대해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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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플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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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노출한다'는 의식이 글을 성장하게 합니다.

이건 마무리 짓는 힘과 연관해 생각해 볼 문제인데요. 여러분, 혹시 혼자 끼적이다가 '에라이' 하고 덮어버린 글, 있지 않나요? 미처 마침표조차 찍지 못하고 말이죠(노트북은 덮으면 그만이라는 기능이 있는 듯합니다). 어찌 알 수 있냐면, 저에게도 그런 날이 있으니까요.

초고 쓸 때면 꼿꼿이 세워진 노트북 상반신을 반으로 뚝, 접어버리는 날이 생깁니다. 초고는 매일 한 꼭지씩 혼자 쓰고, 모으고를 반복해 만든 글 덩어리입니다. 책 한 권 만한 덩치가 될 때까지 (보통) 홀로 작업하죠. 때문에 나만 압니다. 쓰다 말아도 아무도 모르고요. 누구도 뭐라 하지 않고요. 속 편합니다. 실은 아찔한 일이지만요.

그러다 보니 쉽게 덮는 날이 쌓여갑니다. 나밖에 모르는데요 뭘. 오직 나랑 타협하면 그만인 일인 걸요 뭘. 도망 가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그러다보면 마무리하는 힘이 생기지 않습니다. 한 편의 글은 맺음으로써 완성됩니다.

반복해 도망가기만 한다면 닫는 방법을 잃게 됩니다. 대신 그날 쓰던 주제글은 무조건 그날, 그 자리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쓰는 날에 큰 힘이 되거든요. 중간쯤 쓰다 도망가지 않고 어쨌거나 마감질 하는 힘! 그 힘을 키우려면 끝을 봐야하겠죠?

그래서 공유하라고 합니다. 노출하라고요. 혼자 가지고 있지 말고, 우리에게도 좀 나눠주라고요. 적당히 중간에 멈추는 선에서 타협하지 말고, 어떻게든 마무리 짓다보면 저작품 하나 완성입니다. 작은 성취감은 덤입니다.

둘째 독자가 있다는 생각이 나를 작가로 여기게 합니다.

혼자 쓰고 혼자 보고 혼자 덮던 사람이 있습니다. 1인 화자와 독자를 도맡아 했던 거죠. 남자친구한테 차인 날, 상사한테 꾸지람 듣던 날, 할머니 돌아가신 날. 그렇게 쓰고 싶던 모든 날에 끼적이고 닫기를 반복합니다. 분명 나를 독자로 여기며 쓴 글도 물론 해소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썼으니 글도 늘었겠고요. 감정 전환도 꽤 했겠죠. 다만, 거기서 멈출지 모릅니다.

나에서 그쳤던 독자가 타인으로 확장되면 글이 껑충 큽니다. 이것도 의식인데요. 달리 말해 읽는 이를 의식하는 작가의 공손함일 겁니다. 나를 잃어가며 남을 의식하는 건 원하지 않아요.

단지 여러분을 드러내되 '이왕이면' 하는 마음가짐은 절대 환영입니다. 내 글이 어떻게 읽힐까, 누군가 불쾌할 법한 문장은 없나, 독자를 할퀴는 단어는, 읽는 리듬이나 템포는, 지루함은. 이런 의식인 거예요. 어엿한 작가 마인드 아닌가요?

셋째 한 번이라도 더 고쳐봅니다. 앞서 이야기한, 글은 고칠수록 나아진다는 말 기억하시지요. 공유 기능을 빌려 내 글을 노출하고, 그래서 독자가 생기면요. 혼자 쓰고 읽을 때보다 한 번은 더 보게 되요. 우리 가슴 깊숙한 뿌리엔 배려심이 있습니다(동의할 수 없다면 적어도 체면, 시선 의식은 있을 거라는 말엔 끄덕이시겠죠).

저는 SNS 게시 전에 어떻게 하냐면요. 우선 발행 전 몇 번이고 반복해 읽습니다. 읽다 막히는 문장은 뭐가 잘못 됐나 싶어 입으로 말해보기도 하고요. 겨우겨우 이제 됐다, 싶으면 발행하기를 누릅니다. 그리고 잽싸게 또 읽어요. 누가 읽기 전에 말이에요. 그럼 또 어색함이 보여요. 수정 버튼을 클릭해 날렵하게 고칩니다. PC로 쓴 거면 핸드폰 앱으로 한 번 더 읽어 보고요. 필요하면 고치고, 다시 봅니다.

몇 시간 뒤에 또 봅니다. 퇴고는 묵힌 뒤 하라는 조언이 있어요. 스티븐 킹 선배랑 또, 음. 여러 선배한테 책에서 들은 건데요. 일정 시간이 흐른 뒤 보면 느낌이 달라요. 막 썼을 때와 달리 엉성하게 보일 때가 많죠. 그래도 이만하면 됐다, 싶으면 정말 된 겁니다. '한 번'이라도 더 고쳐본다, 대신 '수십 번' 고치게 됩니다로 바꾸어야 할까 봐요. 세상에 작품을 내놓는 듯한 감성이 쌓여 내 글이 자랍니다.

"한국이 서양 트렌드를 받아들이며 성장해 왔다면, 다음은 반드시 글이다. 써야 한다. 글은 모든 것의 토대이기 때문이다."

글이 품은 잠재 가능성을 듣습니다. 알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작가로 먹고 살기가 험난하지만) 바른 판단이었다는 방증에 입가가 씰룩쌜룩합니다. 써서 나누어 주세요. 혼자 꽁꽁 싸매고 있지 말고, 여러분 글을 공유해 주세요. 나눔이 꼭 물질이어야 할 필는 없어요. 어쩌면 물질 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 가치가 여러분 글에 담겨 있을지도요.

태그:#글쓰기, #공유,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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