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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코로나가 한 차례 우리 가족을 휩쓸고 지나갔다. 친정 부모님과 남편, 아이 그리고 나까지 한 명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촘촘하게도 훑고 지나갔다.

수도권 사는 지인들이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와중이었고, 내가 사는 경북 지역에서도 일일 확진자가 1만명을 갓 넘은 시기였다. 전국적으로 확산세가 거세지는 것을 보면서도 '설마 내가?'라고 했던 생각이 무색하게, 빠르게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 전까지 카톡으로 확진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으레 "가볍게 넘어가시길 바랄게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어떤 이는 감기 증세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무증상으로 넘어간다기에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에 아는 동생네 가족이 모두 확진이 되었는데 그 동생은 코로나를 호되게 앓았다.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자가격리가 끝나갈 무렵 "코로나는 감기니까 금방 나을 거야"라고 하는 사람이 제일 미웠다고 했다. 본인은 정말 죽을 만큼 아팠노라면서.

그 동생을 보며 '많이 아픈 사람들도 있구나' 했는데 내가 바로 그 사람이 될 줄이야. 같은 가족 내에서 같은 바이러스로 걸렸더라도 증상은 정말 천차만별이었다. 남편과 친정 아버지는 목이 좀 아프고 목소리가 안 나오는 정도 외에는 격리 기간이 끝나기 전에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친정 엄마는 코로나가 몸살로 왔는데, 걸리고 첫 이틀은 그냥 감기 같다 하시더니 3, 4일째 되는 날은 거의 앓아 눕다시피 하셨다. 격리가 끝나고 2주가 지나도록 잔기침과 가래가 남았다.

8살 아이는 고열로 왔다. 어느 날 밤 기침을 톡 하고 나서는 목을 움켜쥐길래 "목이 아파?"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침 삼킬 때 밀가루나 설탕이나 소금을 같이 삼키는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로 미열에서 고열로 발전하며 꼬박 이틀을 앓았다. 열이 내리고 나니 기침과 가래가 남았다. 격리 기간이 끝나기 전에 평소대로 까불며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 했지만 밤에 잘 때 잔기침과 가래가 조금 남아서 약을 처방 받아 먹고 있다.

나는 눈물과 콧물 감기로 시작하더니 3일째 되는 날 목소리를 잃었다. 말을 하려고 해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인어공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입맛도 뚝 떨어지고 후각도 둔해졌다.

그 와중에 침을 삼키기만 해도 목구멍을 칼로 긁어내는 듯한 통증이 있다 보니 뭘 먹는 게 더 망설여졌다. 지금이라면 상한 음식을 먹어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뜨겁고 차가운 정도, 짜고 단 정도만 구분할 뿐이었다. 밥은 약을 먹어야 해서 억지로 배를 채우는 수단일 뿐이었다.

커피 대신 생강라테 
 
어떻게 하면 좀 더 부드럽게 마실 수 있을까 하다가 생강라테를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부드럽게 마실 수 있을까 하다가 생강라테를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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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아프니 절로 생강차가 생각났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이 며칠 먼저 코로나에 걸리시면서 집에 있던 생강청도 모두 친정에 보낸 참이다. 생강청을 온라인으로 배달 시키면 하루 이틀이면 받아볼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의 나는 당.장. 생강차 생각이 간절했다.

정 안 되면 배달앱으로 생강차를 파는 커피숍에서 배달이라도 시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배달앱을 켰다. 검색어에 '생강'을 넣었더니 레몬생강차, 생강차 등과 함께 생강청이라는 메뉴도 뜨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생강청 한 병을 주문해서 30분 만에 배달 받았다.

바로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올리고 생강청을 진하게 탄 생강차를 마셨다. 목을 타고 뜨끈한 기운이 퍼져 나가면서 온 몸에 온기가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날 따라 우중충한 날씨에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마시는 생강차 한 잔은 조금 매콤했지만 뼛속까지 녹이는 힐링이었다. 생강의 효능을 찾아보면 감기로 인한 오한, 발열, 두통, 구토, 해수, 가래를 치료하는 데 쓰이며 소화력 증진, 혈액순환 촉진 및 면역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생강차는 목을 조금 가라 앉혀 주었지만, 이미 붓고 많이 아픈 목으로 마시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일 정도로 내 목 상태는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부드럽게 마실 수 있을까 하다가 생강라테를 만들어 마시기로 했다.

하루에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던 내가, 코로나가 걸린 이후에는 커피 생각이 뚝 떨어졌다. 입 안(혹은 목 안)에 실제로 가시가 돋힌 듯이 아프고 나니,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것"이 당겼는데 그게 커피는 아니었다. 그래서 원래 라테를 만들 때 쓰던 거품기와 우유를 꺼내 생강라테를 만들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강청을 적당히 컵에 따르고, 우유를 따뜻하게 데운 뒤 거품기로 풍성한 우유 거품을 만든다. 생강청이 들어 있는 잔에 우유와 우유 거품을 따라주면 완성. 만사 귀찮을 때는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생강청과 우유를 한꺼번에 잔에 넣고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거품기로 쳐주면 끝이다.

부드러운 밀크폼이 잔뜩 올라간 생강라테를 한 모금 마시면 우유의 부드러움이 혀 끝에 닿으면서 생강의 알싸한 매콤함과 달콤함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냥 생강차였다면 목이 조금 더 따끔했겠지만 부드러운 우유와 함께 마시니 목넘김 또한 부드럽다. 다 마시고 나면 입 안에도 생강의 잔향이 부드럽게 남아 있다.

생강청의 양에 따라 입맛에 맞게 좀 더 진하게도, 연하게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취향에 따라서는 계피가루를 조금 뿌리거나 생크림을 얹어 먹어도 맛있다. 코로나로 침을 삼키기조차 어려웠을 때 유일하게 부드럽게 넘어가던 생강라테는 코로나가 끝난 지금도 종종 찾게 된다.

환절기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목 건강이 더 우려 되는 요즘,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부드러운 생강라테로 따끈한 힐링 타임을 가져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개인 SNS 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생강라테, #코로나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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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여정 위에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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