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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말랭이마을 책방 <봄날의 산책> 지기들이 정말로 봄날산책을 다녀왔다. 책방을 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한 말은 '모니카는 좋겠다. 정말 꿈을 이루네'였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람들은 책방의 주인이 되는 것을 꿈꾸면서 사는 것 같다. 특히 주변에 글을 쓰는 지인들은 더욱더 책방에 대한 꿈을 토로한다. 내 꿈은 북카페 주인장이 되어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돈에 신경쓰지 않는 삶을 사는 거라고 말한다. 현실이 그렇지 않음을 한 달 만에 알아버렸다.

작년에 책방을 열어야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굳히고 나니 정말 예기치 않은 공모전을 포함해서 책방 주인이 되기까지 필요한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나의 추진력에 감탄했고, 나 또한 스스로 대단하다 생각하며 책방을 열었다.

아날로그인 나의 손은 노트에 한 자 한 자 써내려갔다. 어떤 책방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유튜브나 인스타로 소문난 지역 책방들의 주인장 얘기와 책방의 모습을 열심히 탐구했다.

'책방을 열면 생계를 꾸릴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주인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다른 직업을 갖고서 책방을 운영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도 한숨을 쉬며 응대했다. 생계형 책방도 아니고 전담형 책방도 아닌 나의 책방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좋을까.

나의 책방 드레스코드는 '즐거운 주인과 편안한 손님'에 맞추었다. 결혼 후 자식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단 몇 백만 원 정도도 쓰지 못하랴 싶었다. 대학생인 자식들의 교육비로 지출할 경비의 일부를 나만을 위한 희망으로 가져옴에 당당했다.

'주인이 즐거워야 손님이 편안하지'라는 맘으로 책방을 연 지 한 달이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책방으로 가서 지난 한 달 동안 팔린 책과 이윤을 계산했다. 나를 위해 수고한 이들의 경비를 계산하고 나니 당연히 소득이 마이너스인 운영 결과가 나왔다. 남편의 대답은 간단했다.

'매일 매일 당신이 즐거우면 됐지. 그것을 돈으로 살수 있는가.'
 
시집을 전문으로 비치한 도서관의 내부전경이 아담하고 세련스럽다
▲ 학산숲속도서관내부 시집을 전문으로 비치한 도서관의 내부전경이 아담하고 세련스럽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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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들과 즐거운 산책을 떠났다. 가까운 전주에 시집을 전문으로 하는 시 전문 도서관이 있다는 소문에 열 일 제쳐놓고 계획했다. 바로 '학산숲속도서관'이다. 시집을 전문으로 한 도서관은 어떤 모습일까 정말 궁금했다. 특히 어느새 4월 봄인데도 막상 나는 꽃 한번 제대로 볼 수 없이 사는 운영자였다.

여자 넷이 떠나는 아침 소풍 길에 안나샘은 삶은 달걀을, 숙이샘은 직접 내린 커피를 가져와서 아침을 거른 허기를 채워주었다. '여행은 이래서 저래서 좋은가가 아니라 그냥 무조건 좋아'라고 수다보따리를 털어놓은 지 한 시간. 정말 숲속으로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을 따라 도서관에 도착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때마침 도서관의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이 명상을 하는 시간이라고, 도서관지기님이 오후에 꼭 한 번 다시 오시라고 했다. 일정을 바꾸어서 점심 장소로 산과 풀이 가득한 금산사 입구에 있는 채소 전문 음식점에 갔다. 전주는 군산과 온도 차이가 있어서 완연한 봄 한가운데 들어서 있었다. 

다시 학산도서관으로 돌아오면서 도서관 이름의 유래를 추측하여 검색도 하고 호수 둘레를 지나며 산에서 연분홍치마를 날리는 진달래에게도 화답하면서 도서관에 들어섰다.
 
도서관내 비치된 기계에서 특정문구를 누르면 자동으로 글을 선물받는다
▲ 글 한줄의 즐거움 도서관내 비치된 기계에서 특정문구를 누르면 자동으로 글을 선물받는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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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립도서관으로 시집을 전문으로 비치한 도서관 내부는 세련과 담백미를 보여주어 참 좋았다. 너무 크지도 않고, 주변의 산과 호수의 풍경에 벗어나지 않게 건축한 점도 좋았다. 특히 시집을 전문으로 한 도서관의 특징은 내방객들에게 분명 새로움이었다.

'우리 군산에도 호수가 무려 3개나 있는데. 은파호수, 월명호수, 청암호수. 전북의 어느 곳에도 빠지지 않는 자연환경을 가진 우리 군산인데. 시민의 소리로 우리도 요청해봐요. 호수와 가까운 곳에 작은 도서관 하나씩 만들어 달라고요.'

2년 전 이때쯤 전주시에 있는 동네책방 주인장들이 모여 전주를 책의 도시로 만들자는 '전주책방네트워크'라는 행사를 열었다. 전주지역 사회를 바탕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이 네트워크의 출발을 보았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지역서점인증제나 전주책방 로컬 캠페인, 동네책방 문학상 제정, 해마다 열리는 독서축제, 전주시의 '책쿵20'(지역서점에서 책 구매시 20%할인을 받는제도) 정책들은 정말 부럽기만 하다.

그래서 그런지 전주는 해가 갈수록 동네책방 수도 늘어나고, 특히 작년에 시작한 '책쿵20'을 통해 지역민들이 동네책방을 찾는 횟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군산에도 '희망도서대출'이란 제도가 있어서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새 책을 쉽게 동네서점에서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예산이 줄었다고 해가 갈수록 대출 가능한 책의 수도 줄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과 책방의 수가 적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군산시의 인식에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문화예술인마을로 추진한다는 말랭이 마을에 와서 보니 유독 '문화'라는 단어가 24시간 내내 머릿속에서 머문다.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로 으뜸을 꼽으라 한다면 '언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 고유의 능력은 바로 '언어'에서 시작되지 않은가. 그 언어를 담고 있는 가장 오래된 존재가 책이다. 아무리 세상이 디지털화 된다 해도 우리는 결코 책을 멀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사람이 책을 만들어서 세상 문화의 근간을 이루었고 책은 또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서 세상의 중심이 되게 했다. 책이 있는 책방을 단지 이윤을 바라는 경제적 유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어떤 책들이 어떤 사람을 '사람다움'으로 이끌어줄 것인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모쪼록 우리 군산에서도 형식이 아닌 내용이 가득한 도서관과 책방들이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태그:#군산말랭이마을, #봄날의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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