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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거시기한 이슈'는 광주전남 지역 언론 보도에 주목하고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슈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자 합니다. 차마 말하기 껄끄러운, 민감하고 애매한 주제일수록 더 깊이 천착해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격주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기자말]
"공천이 당선보다 어려운 것이 한국 정치입니다."

2015년 방영된 KBS 드라마 '어셈블리'의 명대사입니다. 국회 보좌관 출신 작가가 썼다는 이 드라마는 선거와 정당 공천을 놓고 둘러싼 욕심과 암투를 그렸는데요. 정치의 본질과 민생에 대해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경선이 곧 본선."

광주·전남엔 더 화끈한 표현이 있습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표현입니다. 선거에서 예선 경기 격인 경선이지만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다는 뜻입니다. 경선에 한창 물이 오를 때 지역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지요.
 
광주 KBS뉴스 2022년 3월 16일 뉴스 캡처.
 광주 KBS뉴스 2022년 3월 16일 뉴스 캡처.
ⓒ KBS광주방송총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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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난립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됩니다. 지역 언론은 광주·전남 지역구별 대진표가 치열한 양상을 보일 때, 경선 과정에서 마찰음이 커질 때, 이 표현을 씁니다.

언론뿐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쓰이는 이 말이 지역에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에 이른 듯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 들여다보면 이 표현 자체가 무서운 프레임입니다. 경각심 없이 쉽게 쓰면서 "원래 그런 것"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특히 '호남 정치 1번지', '민주화의 성지'라고 하는 광주여서 더 그렇습니다.

맥없는 본선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것은 시민인 지역 유권자들이 특정 당원들에게 정치를 빼앗겼다는 걸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지방정부의 권력과 대의기구인 지방의회의 권력은 시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그 주권은 모든 시민에게 있습니다. '주권재민'이지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2016년에 촛불을 들고 가장 크게 외쳤던 헌법 구호 중 하나였습니다.

반면 정당의 후보 공천은 정당의 고유 권한입니다. 정당의 주권은 모든 시민이 아니라 당원들에게 있습니다.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이든 현재와 같은 국민참여경선이든, 정당은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선거판을 짜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광주시장 선거의 경우 단 한 차례도 '경선이 본선'이라는 법칙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 경선을 빼고 '전략 공천'이라는 말을 갖다 붙여도 그 법칙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7대 광주시의회가 비례 1석을 제외한 23석(지금은 의원직 상실과 사퇴로 18석) 일당 체제였다는 사실 또한 법칙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7대 광주광역시 의회 정당별 의원 구성
 7대 광주광역시 의회 정당별 의원 구성
ⓒ 광주광역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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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니 경선이 끝난 뒤엔 선거가 맥이 풀립니다. "사실상 본선"인 피 튀기는 전쟁터를 지나왔으니, 본선이 여름날 물총 싸움처럼 보일 수 있지요. 문제는 '당원들의 시간'인 경선이 끝난 뒤 본 선거에 이르러서야 전체 유권자들을 위한 선거의 막이 오른다는 데 있습니다. TV토론이나 거리유세가 이뤄지는 본 선거 기간에 시민들은 당원들이 이미 굳혀놓은 대세론 가운데서 이미 확정된 대진표를 받아볼 수밖에 없는데, 내 한 표로 무언가 이루겠다는 기대를 갖기란 쉽지 않죠.

광주·전남은 오랫동안 민주당이 뿌리내린 텃밭입니다. '그래도 민주당', '당연히 민주당'이라고 민주당을 품고 키워 준 민심의 결과 아니냐는 반문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선이 곧 당선'인 표현에 담긴 함의에 집중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018년 7대 지방선거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 후보는 공천을 확정 지은 뒤 '클린선거'를 표방하며 '3無' 선거전략을 내세웠습니다. "선거법 위반 없고, 돈 쓰지 않고, 상호 비방·모함 없는" 선거를 하겠다는 건데요. 모두 좋은 말이지만, 박빙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실상의 당선' 이후 보일 수 있는 여유였습니다.

이에 대해 광주 MBC는 2018년 6월 6일 자 '유력 후보들은 조용한(?) 운동이 전략'  기사에서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구도 속에 선거가 싱겁게 진행되다 보니 이런 조용한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소수정당 후보들의 "TV 토론하자"는 부단한 요구에도 방송사들이 마련하는 초청 토론회에 나오지 않고 있는 건 "오만한 태도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조용한 선거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이용섭 광주시장은 84.07%라는 기록적인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전국 최고 득표였습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가만히 본 선거 기간을 지나면 당선될 것이라는 전략이 통했던 걸까요? 어쨌든 '경선이 당선' 프레임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진짜'라는 게 제대로 증명되었습니다.
 
남도일보 2018년 6월 14일 자 지면 PDF 보기 캡처
 남도일보 2018년 6월 14일 자 지면 PDF 보기 캡처
ⓒ 남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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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선거의 꽃은 지역 언론

"경선이 본선"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고루한 프레임입니다. 이게 무서운 이유는 시민들을 그 생각의 틀 안에 가두고,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프레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치열한 경선을 거쳐 시들해진 본 선거를 당연한 수순처럼 따라가는데 급급한 언론이 아니라, 건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고루한 프레임을 전환해 주어야 합니다.

의제 설정은 언론의 가장 큰 힘이고,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어떤 주제가 중요한지, 어떤 주제를 어떤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할지 설정하는 힘이 언론에 있습니다.

대선 후 현재 정국의 최대 화두는 '정치 개혁'입니다. 다양성과 비례성을 보장하는 다당제·합의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광주에서도 활발합니다. 진보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이 "다당제 정치개혁"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학계가 참여하는 토론회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언론들의 의제는 이런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는 여전히 거대 정당의 틀 안에 갇혀 움직입니다. 민주당의 경선이 끼칠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경계해야 할 프레임은 비판적 시각 없이 제공하는 모습입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지만, 지방 선거의 꽃은 지역 언론입니다. 건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동네 방방곡곡의 의제를 끌어올리는 역할은 지역 언론이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야말로 '안 보고도 민주당'이 당연한 표심으로 굳어지는, 치열한 경선 과정이 본 선거를 대체하는, 오랜 관행을 깨고 균열을 낼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 지역 언론에 고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으레 사용해 왔던 표현을 사용하기 전에 한 번 더 의심해 주십시오. 의제를 새롭게 설정해 주세요. 지금 이게 과연 당연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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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지역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해왔습니다. 현재는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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