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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안 해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가 이걸 한다고 무슨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니 전혀 문제 될 것은 없다. 내 결단만이 필요했다. 배우 박보검이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초대해 주지는 않았지만 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별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금요일 퇴근 후 경기도 연천 당포성으로 출발했다. 먼저 다녀온 언니네가 또 별을 보러 간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밤 11시 넘어 의정부에서 출발하여 양주 동두천을 지나고 파주를 찍은 후 연천으로 들어섰다. 시골길은 밤에 깜깜하다. 인적도 없고 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굽이굽이 양쪽 1차선만 있는 길을 천천히 운전하는 조카 덕에 나는 뒷좌석에 앉아 암흑 속에 드러나는 불빛들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앞자리에서는 모자지간 다정한 대화가 끊이지 않고 지나가는 풍경은 온통 흑빛이지만 그 와중에도 검은빛 나무들과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 공장이 보였다. 잠시 2022년을 떠나 딴 세계로 들어선듯하다.

칠흑 같은 어둠을 수놓은 별들 
 
선명하게 보이는 일곱 개의 별
▲ 당포성 북두칠성 선명하게 보이는 일곱 개의 별
ⓒ 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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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차 브레이크 등에 의지한 채 1시간 남짓 달렸을 때 앞에 앉은 언니가 창문을 열며 별이 잘 보인다고 했다. 익숙한 흙냄새와 비료 냄새가 훅 들어오며 까만 하늘에 점점이 박힌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가 보다. 어두운 밤 좁은 언덕길을 올라가니 이동 매점 불빛이 도착점인 걸 알려준다. 간신히 주차를 하고 단단히 챙겨 입은 후 당포성으로 걸어갔다.

사진 찍기에 열심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손전등조차 맘대로 켤 수 없었다. 임진강을 옆에 끼고 100미터 정도 걸으니 당포성 돌벽이 나온다. 그 위 홀로 외로이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향해 올라가는 나무 데크가 단정하다(당포성-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778번지 일원에 있는 삼국시대의 성. 사적 제468호).

나무 데크 끝에서 하늘을 보니 그야말로 무수한 별들이 쏟아진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북두칠성이 아주 또렷하게 보인다. 그 뒤로 무수한 작은 다이아몬드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수놓아져 있다. 별을 보며 설렐 줄은 몰랐다. 별 보러 가자고 했을 때 갈까 말까 망설였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뜨거운 싱어즈' 재방이나 보며 일주일 피로를 날려볼까도 생각했었다.

사방이 고요하고 별 보는데 실례가 될까 휴대전화 전등 빛도 조심스러운 깊은 밤에 펼쳐진 별세계는 정말로 별스러웠다. 더덕더덕 내려앉은 나이를 잊게 하는 순수한 세계였다. 별빛으로 검푸른 하늘이 이리도 나를 황홀하게 할 줄 몰랐다. "하아..." 감탄하며 한참을 올려다보고 고개를 숙였다가는 그새 또 고개를 들어 별을 보았다. 지루하지가 않은 게 정말 신기하다. 한 번 보면 반해버릴 밤하늘 별 잔치였다. 그동안 저 멀리서 홀로 높이 떠 있던 별이 아주 가깝게 내려와 있다.
 
당포성 나무데크 아래서 찍은 사진,
▲ 당포성 별 당포성 나무데크 아래서 찍은 사진,
ⓒ 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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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밤 경기도 연천에 별을 보러 오는 사람의 대부분은 연인들이었다. 우리 같은 구성원은 없었다. 내가 사는 곳의 하늘에서도 간혹 몇 개의 별을 볼 수 있지만 굳이 길을 나선 것은 참 잘한 일이다.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으로 마음이 울렁거렸다.

안 하던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현실에 매몰된 딱딱한 굳은 살 대신 설렘이라는 새살이 돋아나는 것 같다. 이 설렘은 한참동안 나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이른 봄 야밤에 시도한 이 도전은 머리를 맑게 해주는 유익한 도전이었다. 다음엔 무얼 해볼까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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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라는 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차오른다. 다같이 잘 살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소소한 일탈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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