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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기자가 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
 최은경 기자가 쓴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오마이북)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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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다면 백날 혼자 글 쓰는 것보다, 하루 편집자와 함께 글을 다듬는 편이 낫다. 이것은 명백한 진리다. 훌륭한 투수에게, 훌륭한 코치가 곁에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다. 자신의 글로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의미 있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도 여럿이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잘 모른다. 나는 이런 분들에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추천한다. 경력이나 전공과 무관하게 누구나 시민기자가 되어 기사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를 발행하면 등급에 따라 소정의 원고료도 지급된다. 

모든 글이 기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기사로 채택될 수 있다. 나는 수년 전 시민기자에 가입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나름 열심히 썼지만 채택되지 않는 글도 있었다. <오마이뉴스>에서 기사를 채택할 때는 어떤 기준을 따르는지, 어떤 글이 좋은 글로 분류되는지 감을 잡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만일 그때 내가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읽었더라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의 작가 최은경은 <오마이뉴스>의 편집기자다. 거의 이십 년 가까이 편집을 해오고 있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들어봤는데, 인터넷 언론사의 편집기자는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이 다수일 것이다. 편집기자는 일반인이 기자 하면 떠올리는 취재 기자와는 역할이 조금 다르다. 취재기자가 카메라와 노트북을 끼고 현장을 누비는 사람이라면, 편집기자는 기사를 교정 교열하고 제목을 뽑는다.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오마이뉴스>의 편집기자는 할 일이 더 많다. 시민 기자를 발굴하고, 시민단체 등과 협력해서 기획 기사를 만든다. 때때로 취재를 나가고, 시민 기자 조직을 관리하며, 홈페이지 기사 배치작업을 맡는다. 만능 팔 가제트처럼 여러 작업을 능숙하게 수행하고, 조율해야 하는 것이다. 편집기자의 업무를 소개하는 대목을 읽다 보면 절로 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은 기사를 '데스킹'하는 과정이었다. 기사 내용상 꼭 필요한데 빠진 내용은 없는지, 팩트 체크에 문제는 없는지, 반론은 없어도 되는지, 사생활이 너무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등등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간단한 문의는 문자, 이메일, 메신저 등으로 진행하지만 그것만으로 안 될 때는 직접 시민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소통하기도 한다. (41쪽)

독자에게 친절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그림책 도서 <짬짬이 육아>의 저자이기도 한 최은경 기자는 내가 그림책 기사를 연재할 때 편집을 봐주었다.
 그림책 도서 <짬짬이 육아>의 저자이기도 한 최은경 기자는 내가 그림책 기사를 연재할 때 편집을 봐주었다.
ⓒ 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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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은경은 예전에 나의 기사를 편집해 준 적이 있다. 초등교사인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하여 틈틈이 기사를 올렸다. 최은경 기자는 <짬짬이 육아>라는 그림책 관련 도서의 저자이기도 해서 나의 그림책 기사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매번 기사가 발행될 때마다 몹시 놀라곤 했다. 처음에 올린 글과 비교해서, 내가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아져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끽끽 소리 나는 녹슨 자전거에 기름칠이라도 한 기분으로 다시 한번 기사를 정독했다. 문장은 거의 변함없었다. 대신 사진과 소제목이 추가되어 있었고, 문단도 적절히 나뉘어 있었다. 아, 이거구나. 편집의 힘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항상 궁금했다. 어떻게 글쓴이 본인도 건드리기 힘든 글을 매일 수십 편씩 볼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직업이라고 하지만 편집 훈련은 어떻게 하는 걸까.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은 편집자의 삶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진진했다. 
 
한 편의 기사를 편집할 때 적절한 분량과 제목, 편집 방향, 수정 사항 등은 편집기자가 판단하지만, 결국 그 기사는 시민기자의 이름을 달고 나간다. 그러니 최대한 글을 쓴 시민기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기사를 검토하고 편집하려고 노력한다. (210쪽)

나는 기사 발행 후 편집된 글과 원본을 나란히 두고 비교해 보는 습관이 있다. 편집이 완료된 기사는 공부 거리가 된다. 왜 여기서 문단을 두 개로 쪼갰을까, 소제목이 이렇게 나온 이유가 뭘까를 분석하다 보면 좋은 글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에서 말하는 편집의 기본 방향은 '독자에게 친절한 글'이다. 저자 최은경은 왜 썼는지가 글에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가 빠져 있으면 독자들이 글을 읽고도 갈피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의견의 근거를 충실하게 제시하기, 자료의 출처 밝히기 등 글 쓰는 사람이 숙지해야 할 팁이 빼곡하다. 

당장 글이 쓰고 싶어지는 책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읽으며 나는 <오마이뉴스>에 접속해 기사를 쓰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실제로 홈페이지를 띄워 메인 기사 두어 개를 읽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가이드북을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듯, 편집 전문가의 책은 글쓰기 욕구를 부추겼다. 

만약 주변에 누군가가 "공적인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데"라고 운을 띄운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을 건네줄 것이다. 동기 부여는 물론이고, 실용적인 매뉴얼로서도 손색없다. 혹은 언론인을 꿈꾸는 분들이 읽어도 좋겠다. 

글을 밥 먹듯이 읽으면 지겨울 법도 할 텐데 저자는 힘이 넘친다. 편집기자 20년 차인 지금도 새롭거나 뭉클하거나 재밌거나 유익한 글을 만나면 설렌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내 글을 편집해 줄 수도 있다고 상상하면 지금 당장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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