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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음식은 맛이 없고, 만들기 까다롭다? 비건 음식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다양한 비건 집밥 요리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여행을 다니던 시절의 사진을 꺼내어 추억하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탓이다. 시장에서 본 낯선 과일,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로컬 음식점... 음식 사진이 유독 많다. 여행 중에 독특한 채식 음식을 만나면 충실하게 기록을 해둔다. 새롭게 경험한 음식이나 요리법 같은 것을 한국에 돌아와서 시도해보기 위해서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본 요리보다는 현지인이 무심하게 건네준 음식이 언제나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만 여행 사진첩을 넘겨보다 그곳에서 맛본 음식 사진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채식인의 성지 대만에서 맛 본 콩 푸딩

대만은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편의점에서는 全素(전소, 완전 채식이라는 뜻)라고 표시되어 있는 스낵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고, 프랜차이즈 음식점에도 하나 이상의 베지테리언 메뉴가 있다.

관광지가 아닌 지역에도 素食(소식, 나물 중심의 고기 없는 음식이라는 뜻)이라고 걸어놓은 채식 백반 뷔페가 흔하다. 그 때문에 대만은 전 세계 채식인들에게 '성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타오위안을 여행할 때 현지인의 집과 여행자를 연결해주는 숙소 플랫폼에서 '베지테리안 하우스'를 발견했다. 집주인 앨빈은 종교적인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채식을 했고 가족들도 모두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연두부에 시럽을 얹어 먹는 콩푸딩, 또우화. 대만 여행을 할 때 숙소 주인이 디저트로 먹으라고 한 그릇 건네 주었다.
▲ 가정식 또우화 연두부에 시럽을 얹어 먹는 콩푸딩, 또우화. 대만 여행을 할 때 숙소 주인이 디저트로 먹으라고 한 그릇 건네 주었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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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어김없이 앨빈이 소개해준 채식완자탕 집에서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를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부엌에 있던 앨빈이 나를 부르더니 "콩 푸딩 먹을래?" 하고 물었다. "푸딩? 좋지" 하고 받아든 그릇에는 어디에서 많이 본 비주얼의 음식이 담겨있었다. 다름 아닌 연두부였다.

연두부에 달큰한 시럽을 뿌린 이 음식의 이름은 '또우화'(豆花)이다. 어떤 맛인가 묻는다면 다르게 설명할 것 없이, 시럽을 뿌린 연두부 맛이다. 낯선 조합이지만 맛은 익숙하다. 고소하고 부들부들한 연두부와 달콤한 시럽이 잘 어울린다. 대만에서는 여름엔 살얼음이 뜬 시럽을 연두부 위에 올려 빙수처럼 먹고, 겨울엔 따뜻한 시럽을 부어 먹곤 한다.

또우화는 연두부에 시럽을 얹고 삶은 땅콩, 팥 등의 고명을 올려 먹는 음식이다. 디저트로 먹기도 하고,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 나는 대만에서 또우화를 만났지만, 홍콩, 중국에서도 즐겨 먹는 로컬 디저트이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똑같이 또우화라고 부르더라도 북쪽에서는 짭짤한 양념과 향신료를 넣어 먹고 남쪽은 달콤하게 먹는데, 한국의 콩국수를 전라도에서는 설탕을 넣어 먹고 경상도에서는 소금을 넣어 먹는 것이 연상된다. 같은 이름이더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즐기는 것이 음식 문화를 탐구하는 묘미이다.

여행을 통해 넓어지는 음식의 상상력

여행을 하다 보면 특정 식재료에 고정 관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식사용으로 익숙한 음식을 달콤하게 조리하여 디저트로 먹는다거나, 평생 차갑게 먹어 온 음식을 현지인은 뜨겁게 먹는 것을 보면 잠깐 동안 혼란스럽다.

차갑고 달콤하게 먹는 연두부뿐만 아니라, 완자탕에 들어 있는 양상추도 나를 당황하게 했다. 샐러드에 넣어 생으로만 먹던 양상추는 특유의 싱그러운 향이 따뜻한 국물 요리와도 잘 어울렸다.

두부는 따뜻하게만 먹어왔고 간장 같은 양념과 함께 먹곤 했을 것이다. 차갑게 하여 시럽을 올려 먹는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시럽을 올린 두부인 줄도 모르고 '콩푸딩'이라기에 한 숟갈 듬뿍 퍼서 입에 넣었으니 또우화에 낯을 가릴 틈이 없었다.
 
연두부에 메이플시럽과 과일을 곁들여 대만에서 먹었던 또우화를 추억해보았다.
▲ 한국에 돌아와 만들어본 또우화 연두부에 메이플시럽과 과일을 곁들여 대만에서 먹었던 또우화를 추억해보았다.
ⓒ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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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에는 소나 돼지로부터 얻은 젤라틴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건인 나는 탱글한 식감을 오랫동안 즐기지 못했는데, 아주 가까이에 젤라틴 없이도 탱글탱글한 식재료가 연두부라는 이름으로 있었다. 여행을 통해 음식의 상상력을 넓힌 구체적인 경험 중 하나이다.

대만에서는 또우화에 넣는 시럽으로 흑설탕을 물에 넣어 졸여 만든 것을 자주 쓴다.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시럽이나 잼을 넣어 먹으면 된다. 나는 메이플 시럽을 선호하는 편이다. 과일과 시리얼을 곁들여 먹으면 아침 대용으로도 좋다. 재료의 가격도 저렴하고 별도로 요리를 할 필요 없이 10초면 완성이니, 호기심이 생긴다면 '콩푸딩'을 한 번쯤 경험해보길 바란다.

참 쉬운 또우화 레시피

준비물: 연두부 100g(한 국자), 메이플 시럽, 딸기 3알

1. 그릇에 연두부 100g을 담는다.
2. 메이플 시럽을 연두부 위에 듬뿍 뿌린다.
3. 먹기 좋게 조각낸 과일을 올린다. 완성.

태그:#비건집밥요리, #나의비거니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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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가족, 그리고 채식하는 삶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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